새겨듣거라, 아그들아!
개뿔도 없는 형아의 말이지만, 피가 되고 살이 되리라.
이 돌쇠 형아는 밤낮이 뒤집어져, 대낮엔 틈만 나면 졸고, 이런 야심한 시각엔 눈깔이 되록되록 빛이 날 정도로 온전한 정신이 된단다. 고로, 지금 아주 총명한 정신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는 말이지. 꼭 꼭 단디 새겨 들어라.
내 얘기의 신뢰를 위해서는 그다지 달갑지는 않지만, '그 양반'을 좀 알아야 해.
일단, 그 양반은 이 동네에서는 제법 방구 꽤나 뀌고 이름 석자만 들어도 아, 할 정도는 되는 양반이지.
크루저 유람선사의 대표, 호텔 경영, 부동산과 노른자위의 상가 부지기 소유, 그리고 팔0회 중앙 총재를 연임한 이력이 있는 호방한 성격에 탄탄한 체구를 가졌지.
이 형아의 본업이 타일시공업이라는 노가 다잖아. 돈 잘 버는 직업이라 소문이 요란하던데 실제로는 엄청 부풀려진 포탈발 카더라 통신의 영향이 컸어. 진짜 돈 되는 일은 일가친척 지들끼리 속닥하게 다 해 먹는 거 알지? 내 귀까지 들어올 정도면 십중팔구 뒤치다꺼리 아니면 알짜배기 돈은 다 빠져나간 뒤라고 봐도 무방 해.
10년 전쯤 기사들 여럿 데리고 왕성하게 일할 때 그 양반과 인연이 맺어졌는데, 유람선사 대표이사랑 노가다판 오야지가 뭔 접점이 있겠어? 당연히 돈 때문이지. 무지 부자인 채무자와 빈털터리 채권자, 아이러니하게도 가난한 채권자인 나는 돈 좀 달라고 억수로 부자인 채무자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밤낮 빌었거든. 나는 먹여 살려야 하는 직원들이 제비새끼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몸이쟎아. 한 푼 한 푼이 절박했지. 돈이 내 주머니 속으로 들어와야 비로소 한숨을 돌리는 이 노가다판에서는 체불 따위는 다반사지.
그림같이 아름다운 송림과 백사장의 해변이 구릉 아래로 보이는 곳, 하지만 내게 그림 같은 그곳은 치열한 삶의 한가운데였어.
대형 신축 펜션의 건축주이기도 한 그 양반은 차일피일 노임 지불을 질질 끌었어. 그놈의 약속한 내일은 또 내일로...기약이 없는 거야.
현장을 총괄하는 그 양반 둘째 아들과의 친분으로 시공에 참여하게 됐는데, 중간에 낀 아들은 아들대로 나는 나대로 매일매일이 죽을 맛이었지.
"아버지, 운영이 지지부지한 호텔 그거 처분하고 밀린 대금들 깨끗이 정리합시다."
아그들아, 이제부터 잘 들어라.
그 양반이 앞에 앉은 나와 자식 앞에서 친히 전수하신 돈 버는 비법이란다. 이건 간단한 초등 수학이야.
"호텔 처분하고 그 여유돈으로 이 펜션 오사마리하자고? 그 정도로 다급하나?더 이상 공사진행이 안돼? 좀 더 버텨봐. 지금 한창 이 펜션 매각 협상이 잘 진행되는 중이니까 버틸 만큼 버텨보라고."
매각 때까지 순전히 업자들 돈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버티겠다는 말 아닌가. 진짜 누군가 눈깔이 뒤집어져 불이라도 싸지르겠다며 덤벼드는 상황까지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끌고 나가다 한계치가 오면 그때 매각해서 청산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없애면 결국 규모만 다를 뿐인 하나가 되지만, 잘 견디면 두 개를 만들 수 있는데... 돈은 그렇게 버는 거야."
아그들아, 잘 들었지. 간단하지?
사는 거, 조금만 비굴해지면 순탄한 길을 걷고, 조금만 악랄하거나 치졸해지면 하나로 둘을 꿀꺽할 수 있는 부자의 길이 보장되는 거란다. 남의 피눈물 정도는 뭐.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냐구?
크크. 나 노가다꾼 돌쇠아재야.
다음번 약속한 날 입금이 안된 걸 확인하고 한걸음에 쫓아가서, 오함마로 기둥이고 나발이고 죄다 다 들이부숴 아주 박살을 내버렸지. 우리 기사들이 뜯어말리고 그 양반 아들내미는 김사장 우리 사이를 봐서라도 좀 참으라며 통사정을 하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지. 내 손때가 묻은 타일은 눈에 뵈는 대로 오함마질로 사정없이 때려 부숴버렸어.
그 양반이 총알같이 날아왔더라고.
돈?
바로 즉석에서 입금받았지!
또라이가 되려면 확실하게 미친놈이 되어야 해. 어설프게 덤비면 결국 힘없는 쪽만 등신쪼다 되는 법이거든.
"회장님, 왜 가진 자가 없는 사람 목을 조르고 등을 칩니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우리 사정 누구보다 잘 아시면서 왜 돈으로 장난을 치십니까? 저는 가진 자가 좀 더 가지려고 없는 사람 괴롭히는 거 죽어도 못 참습니다."
그 양반이 호방하게 껄껄 웃었어.
나 같이 성질 지랄 맞은 사람이 일도 화끈하게 잘한다나 뭐래나 그러면서 앞으로 자기를 형님이라 불러라고 하더라고. 이후로 나는 총재님, 회장님이라 부르고 그 양반은 볼 때마다 동생, 동생 그러더라고.
오늘 에피소드는 여기까지.
돈 버는 방법, 잘 새겨들었지?
원 플러스 원 그런 비슷한 수학이야. 단, 조금은 악랄하고 비열하고 양심에 철판도 깔아야 한다는 거... 잊지 마,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