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디리 극장의 꿈꾸는 화가...3

by 김석철



30년 전, 서울의 극장 두 군데서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엽기적인 대형사고가 터졌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유지되고 있는 말 많고 탈 많은 '스크린 쿼터제' 축소 문제로 연일 영화를 비롯한 문화계가 벌집을 쑤신 듯 난리가 났고 급기야 극장의 객석과 화장실에서 뱀이 설쳐대는 극한의 항의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독이 없는 물뱀과 꽃뱀이었다.

그 결과 마이클 더글라스가 주연한 '위험한 정사'는 미국에서는 8주간이나 1위를 지켰음에도 뱀 사건과 맞물려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후로도 UIP코리아의 직접 배급에 항의해 두 번째로 뱀을 풀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당시 격렬하게 맞섰던 정지영 감독의 말로는 시위 현장에서 응원은 고사하고, '영화나 잘 만들어라'는 핀잔에 충격을 받아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던 게 극단적인 뱀사건이 터진 발단되었다고 했다.

어쨌든 스크린 쿼터제의 축소, 폐지를 했던 외국의 대다수 경우 영화사업이 크게 쪼그라든데 비해 음주가무의 문화강국 대한민국은 자국영화 점유율이 흔들림 없이 고공행진을 했다.

충격적인 뱀사건은 세계적인 한류 열풍, K-문화의 웃픈 연결고리이자 격세지감 느끼게 한다.


최근 한국 영화업계가 홍역을 겪으며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고 한다. 영상산업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고, 미친 듯이 올라버린 영화관람비가 직접적인 타격이 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 가장 큰 원인은 뭐니 뭐니 해도 재미가 없다는 데 있다고 본다.

잘 만든 상품을 외면하는 소비자는 없는 법이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요식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이건 문화산업이건 볼장을 다 봤다고 보면 된다.

다시 한번 뱀을 풀던지 해야 할 판이다.


흥의 민족, 으라차차 신바람을 일으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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