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밥은, 공짜밥이다. 양잿물도 달게 마실 수 있을 정도다.
제일 맛있는 밥은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밥이다. 돌을 씹어도 임금님 수라상 보다 낫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이 없는 밥은, 꼬락서니 보기 싫은 인간과 함께 자리 한 밥이다. 더해서 계산까지 해야 하는 상황은 최악이다.
세상에서 제일 입맛 떨어지는 밥은, 오늘에서야 답을 찾았다.
늘 요놈의 조댕이가 화근이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에서 느껴지듯, 뼈 없는 세 치 혀는 상대의 뼈를 부수고 자신마저 상처를 입힌다.
자기 어필의 시대에 살면서 침묵이 능사는 아니라지만 말 많은 것은 과붓집 종년이라는 옛말은 변하지 않은 듯싶다. 여전히 장 맛도 쓰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입은 닫고 주머니는 열어야 사람대접받는다는 불문율과는 정반대로 나부대다 어젯밤 된 통을 당하고 말았다.
나잇값도 못하는 지지리 못난 영감탱이가 나였다.
너무 흥분한 탓에 말이 말을 불렀다. 말 못 해 죽은 귀신이 씌었던 모양이다. 어디 가서 푸닥거리라도 한번 해야지 낯 뜨거워 게구멍에라도 숨어야 할 판이다.
"교수님이세요?"
뜬금없이 끼어든 말에 일순 공기가 싸늘해졌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국은 쏟아졌다.
"강의 시간인 줄 알았어요."
늙은이의 세 치 혓바닥에 바늘이 마구마구 꽂혔다. 낯뜨거움을 숨길 겸 들이킨 카라멜마키아또에서 소태맛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얼굴을 확 달구었다.
올 겨울 들어 최고로 추운 날이 될 거라던 기상예보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날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입맛 떨어지는 밥은, 말 많은 사람과 같이하는 밥일 거란 답을 굳힌 날이기도 했다.
젊은 친구의 일침은 가뜩이나 부족한 잠을 송두리째 앗아갔다.거듭거듭 사과는 했지만, 껄끄러운 뒷맛은 두고두고 남았다.
오늘은 모든 계획을 접어두고 콕 처박혀서 자기반성의 묵언수행을 하려고 한다.
나는 어제쯤,
어른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