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소한 행복은 하늘을 가끔씩 올려보는 거야. 어둑한 밤엔 별을 살피고, 동트면 구름을 쫒지. 밤엔 특히 세심하게 별자리들을 가슴 깊숙이 그려둬야 해. 늘 변하거든.
어릴 적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던 북두칠성을 다시 찾아낸 건 사실 얼마 전이었어. 그간은 사느라 하늘을 올려 볼 여유가 없었지. 인생 느즈막에야 하늘이랑 별, 구름, 바람 그런 시시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가 있는지 저리게 느껴졌어. 애써 찾으려 한 건 아니야. 별이, 구름이 텅 빈 가슴속으로 그냥 흘러 들어온 거였어. 세월이 쌓이면 사는 게 너무너무 허무하고 공허할 때가 있거든. 그 틈바구니를 용케 알고 슬그머니 밀고 들어온 거였지.
쉼표가 있는 풍경이 자리 한 곳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하늘이 손바닥만 하거든. 분주한 도시의 밤이랑은 달라서 어둠의 색깔이 더 짙고 깨끗해. 그만큼 빛도 쉽게 들킬 수밖에 없는 거고. 가을밤, 개똥벌레의 꽁무니를 달구는 영롱한 빛들이 군무를 추는 모습, 그 황홀한 아름다움은 밤이 더 어두운 탓이겠지.
산 뒤편에 웅크리고 있던 북두칠성이 모습을 드러낸 날, 얼마나 들떴는지 몰라. 영판 똥바가지를 닮은 일곱의 별, 자루 부분의 두 별을 산머리에 숨겨두긴 했지만 분명 어린 날 꿈을 담았던 그 국자별이 맞았거든.
계절이 별들을 가만히 옮겨다 놓은 거였어.
아침녘의 하늘은 시꺼먼 구름이 잔뜩 꼈었어. 껌껌했지. 깜장색 물감이 쬐끔 모자란 수채화처럼 그리다 만 하늘 있잖아. 그래, 눈물에 퍼진 마스카라 같은 하늘이 딱 어울리는 말이겠네.
꺼먼 구름 사이를 기어코 헤집은 새파란 하늘과 그 비좁은 틈새에서 또 볕뉘가 악을 쓰며 버둥거리는 거야. 망막을 얼마나 쪼아대던지.
하늘은 간사스럽거든. 하시도 눅진히 기다릴 줄을 몰라. 변화무쌍한 변덕이 참으로 역동적이지 않아? 그래서 몇 번이고 하늘을 올려보는 거야.
질금질금 눈물을 보이거나, 화가 나서 우르릉거리기도 해. 어떤 때는 마치 내 맘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듯 한발치 앞서서 온 하늘을 그림판으로 만들어 두지. 바다가 존재만으로 내 분노를 잠재웠다면 하늘은 속삭이거나 야단치거나 침묵함으로 내 서러운 세월을 달래줬어. 살아라, 어떻게든 살아라고 그랬더랬어.
오늘의 하늘은 잔뜩 찌푸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듯한 울상인데, 예전 같은 슬픔이나 노여움이 느껴지질 않네.
들꽃을 가슴에 한아름 안은 아리따운 여인이 이끌고 온 하늘이 그랬어.
가난한 연인이었지. 나지막한 언덕배기의 키 작은 들꽃을 뚝뚝 꺾어 신문지로 감싼 밑동을 질끈 묶고, 까만 전기테이프로 단단히 동여맨 초라한 꽃다발이었어. 새하얀 원피스의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화사한 가을 하늘을 뒤로한 채 나풀거리고 있었지. 눈이 부셨어. 너무 부셔서 아팠던걸 지도 몰라. 하늘도, 들꽃도 여인도 다 하나같이 눈이 부셨거든.
곁에 눠 봐요.
하늘 함 볼래요?
눈 감아봐요.
파도소리 들리죠?
하늘이 안겼다구요?
나란히 누운 가난한 연인이 함께 껴안은 가을 하늘은 시리도록 파랬더랬어. 햇살은 따가웠고 자갈 위를 구르는 파도소리는 또 얼마나 간드러졌는지 몰라. 이십 년을 묶어버린 끈, 지독히 붉었지.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랑 붉게 물들어가는 서쪽 하늘... 눈이 아플 수밖에.
오늘 같은 날, 하늘이 잿빛으로 찌푸린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눈물 한 방울 또록 흘러도 들키지를 않잖아.
그래도 가끔은 하늘을 봐야 해.
혹시 알아?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는지.
또 모르잖아?
보고 싶다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빈 하늘에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쓸런지.
붉고 붉은색으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