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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자전거.

by 김석철

그리운 바보와 자전거.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는 꼭 필요한 게 두 가지가 있다.
용기와 믿음이다.
용기는, 두려운 마음을 누르고 안장에 앉아 페달에 발을 올려놓는 일이다. 자빠지고 깨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하는 것.
믿음은, 누군가가 뒤를 지켜줄 거란 사실을 신뢰하는 것이다. '함께'라는 가치를 아는 것.

나는 자전거를 어설프게 배웠다. 용기는 가졌지만, 믿음을 싣지는 못했다. 뒤를 잡아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안장이 높아 땅에 발이 닿지 않는 자전거는 애써 피한다.
쭈욱 밀면서 한 발로 훌쩍 올라타는 때깔 나는 자세는 그저 부러울 뿐, 내 실력으로는 틀림없이 처박히기 십상이다. 한두 번 자빠지다 보니 두려움이 습관화되었는지, 몸에 익은 쉬운 방법을 두고 굳이 하는 자기 위안에 묻히고 말았다.
시작은 부족한 믿음이었는데, 지금은 정작 스스로에 대한 용기가 사라지고만 것이다.

내 몸 하나도 감당이 안 되는 주제에, 뒤에 사람을 태운다는 어마무시한 일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뒤'에 대한 불안한 믿음은, 첫발을 디딛던 먼 과거나 반백이 된 지금이나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 용기와는 달리 믿음은 농익는 세월과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첫발부터 균형을 잃은 나의 자전거가 외발 신세를 벗어날 날이 오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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