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파랑새인지 하양새인지도 몰랐어.
그냥 위층에 있던 새 못 봤냐고 그랬을 뿐인데 다그치는 소리에 놀라 얼떨결에 파랑새 말입니까 그랬던 것뿐이었지.
맞아, 철망으로 엮인 조그만 새장이 옥상의 시멘트 바닥 위에 키높이로 매달려 있던 기억은 아슴푸레 나긴 했어. 밤톨만 한 새가, 새라고 하긴 좀 그래, 나는 꼴 한 번을 볼 수 없었던 새였으니깐. 하여간 한 마리만 달랑 있었다는 기억은 설핏설핏 나더라고.
야구선수인 국민학교 사 학년 외아들을 위해 주인집을 제외한 옥탑의 거의 반 이상을 코가 큼지막한 퍼런 그물로 요새처럼 뒤덮어 놓았더랬어. 높다란 배팅 연습장 끄트머리쯤에 새장이 걸려있었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거든.
그 정도라도 알 수 있었던 이유가 좀 쭈글스러워.
겁나 밟아 자전거로 왕복 한 시간 거리의 학교로 매일같이 밴또 배달을 다녔거든. 그러니 자연스레 옥탑의 풍경이 눈에 익었던 거지.
보통은 등교할 때 도시락을 들려서 보내잖아.
당구장 볼보이 일하기에도 버거운 판국에 이게 뭔 짓인가 시시로 짜증이 나더라고. 암만 제 새끼 따뜻한 밥 먹이고 싶었어도 이건 인간적으로 경우가 아니잖아. 머슴으로 팔려온 것도 아니고.
친구들이 새내기 대학생으로 캠버스에서 화려한 비상을 꿈꿀 때 병든 아버지를 등에 들쳐 맨 나는 가도 가도 끝이 닿지 않을 미궁을 맴돌기만 했어. 하긴 세경 십만 원이면 몸이라도 팔 만큼 절박했던 날들이기는 했었어.
여섯 시 반을 조금 넘긴 시간이었나, 해거름은 분명히 기억이 나.
소문난 당구장답게 그날도 손님들이 빼곡히 들어차 눈코 뜰 새가 없었어. 거의가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는 낯익은 얼굴이었고 공이 굴러가는 길만 대충 아는 하수들이 떼로 몰려와 자욱한 담배연기와 소음을 뒤집어쓴 채 법석을 떨고 있을 때였지.
불콰한 낯빛에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콧구멍을 벌렁거리면서 삼촌이라고 부르던 사장이 옥상으로부터 두세 계단씩을 성큼성큼 뛰다시피 내려오더라고. 씩씩대는 꼴이 어찌 보면 성난 황소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실성한 사람 같게도 보였어. 화가 꼭지 끝까지 올랐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지. 마눌하고 또 대판 붙었나 생각하면서 불똥이 애먼 내게 튈까 봐 바짝 몸을 사렸어.
"김 군아! 너 인마, 아까 옥상에 공사한다고 왔다갔다한 작업자들 안 보고 도대체 뭐 하고 있었어!"
돌돌돌...
당구공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어. 일시 멈춤 모드에 빠져든 사람들과 소음, 그리고 식어버린 시선들 가운데 끼이고 말았지.
찰나 같은 순간의 어색한 침묵을 깨뜨린 이 역시 사장이었어.
"도망간 그 새가 얼마짜린지 알기나 해?"
나 당구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잖아요, 새가 날아간 거랑 내가 도대체 뭔 상관이 있다고 그러세요. 내뱉지 못한 억울함만 소보소복 입안 가득히 찼었어.
"아따 김 사장, 인자 엔간히 좀 하소. 갸가 머를 그리 잘못했다꼬 그라요? 불쌍한 아를..."
그랬어. 열아홉의 나는 우짜든지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는 불쌍한 애였던 거지. 나는 내가 불쌍한 놈이라고는 절대 생각을 안 했었거든. 학교 갈 차비가 없어서 산속에 숨어들어 비를 쫄딱 맞으면서도 불쌍하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더라고. 현실이 비참해서 억울하고 서럽기는 했지만.
근데, 날더러 불쌍한 애라네? 와르르 무너졌어. 내 초라한 꼬라지를 알아버린 거지. 발가벗겨진 나는 처음으로 땅이 아닌 하늘을 올려다봤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결코 보여서는 안 되는, 그래 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의 발악이었지. 사내에게 눈물은 삼키는 거지 흘리는 게 아니거든.
눈이 아팠어. 선홍의 핏빛으로 불타는 서쪽 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거든. 옥상의 차디찬 난간대를 붙들고 섰는데 하늘이 한꺼번에 머리 위로 마구 쏟아져 내리는 거야. 까딱했으면 삼층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니깐. 순간 핏빛의 창공으로 훨훨 날아보고 싶더라고. 훠얼훠얼.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사람의 몸뚱아리에 그렇게나 많은 눈물이 담겨있을 줄이야.
그치고 또 울고, 하늘 보고 울고...섧더라구.
계단 아래 삼각으로 옴팡 들어간 자리, 자는 공간이자 옷가지 몇 개가 들어앉은 짐보따리가 놓인 곳. 저 가방을 들고 문만 나서면 다 끝나는 거야. 새우잠을 잘 이유도 없고, 삼시 세끼 국물만 흥건한 라면과도 끝을 내는 거지. 가방이 자꾸만 제발 나 좀 데리고 계단 아래서 탈출을 시켜 달라고 졸라댔어. 그래, 그래, 가자.
움쑥 들어간 자리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가 없었어. 짐보따리를 드는 순간 그 조그만 가방의 무게가 어찌나 무겁던지 털썩 도로 주저앉고 말았어. 짐가방이 손에 닿는 순간 억지로 눌렀던 눈물이, 더 이상은 수분이 남아있지 않을 거라 봤는데...
'저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영원히 십만 원짜리 인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서 도망치면 끝없이 도망칠 일만 따라올 거야. 울음도 그치고 손가방도 내려놓자. 제발.'
파랑새라고 해두자.
어디론가 날아간 파랑새는 어디쯤에 머물렀을까? 힘없는 날갯짓 때문에 땅바닥으로 추락을 했을지도 모르지. 아니야, 평생을 좁은 철창에 갇혀 지냈어도 두려움을 깨치고 자유를 향해 날갯짓을 했으니 분명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고 있을게 분명해. 아니, 아니야. 단 한 번이라도 창공을 바라보며 힘차게 날아봤으니 그걸로 충분할지도 모를 일이지.
파랑새는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