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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와의 전쟁...2.

by 김석철



질문 ; 반려동물로 개와 고양이 중에 어디 쪽이 많을까?


왠지 조용하면 십중팔구 둘 중 하나다. 졸고 있거나, 꼼지락꼼지락 해작질을 하거나.
전엔 서생원들이 갉아대서 옷이니 뭐니 성한 게 없더니, 이젠 야옹 선생이 그 짓을 대신하고 있다.

털 날리는 건 그다지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니까 좀 귀챦아도 얼마든 용서가 되지만, 문제는 웬수 같은 '스크래치' 다. 예상은 했지만, 가히 공포 그 자체다.

쥐 나 토끼는 이빨이 지나치게 자람을 막기 위해 갉아댄다고 하는데, 괭이는 왜 부모 죽인 원수 놈 만난 것처럼 미친 듯이 손톱질을 해대냔 말이다.

숨긴 손톱, 그래서 더 무섭다.
얼마나 긁어댔는지 농막 앞의 커다란 측백나무가 맨들맨들 광이 난다. 아마 곧 골병이 들어 제 명대로 못 살 듯 싶으다.
며칠 전에도 가난한 돌쇠아재의 외출 바지 두 개가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하고 작업복이 되었다. 아끼다 똥 된 거다. 바지 밑단이 거의 총채 수준으로 너덜거렸다. 어디 바지뿐인가?
야옹 선생과 동거하려면 맘을 비우고 도를 닦는다 생각해야 한다. 도도한 츤데레 같은 녀석들이 호박씨는 다 깐다.
낮에 닌자의 표창 같이 예리한 손발톱을 잘랐다. 그런다고 '스크래치'를 안 낼 냐옹이들은 아니겠지만, 득도를 못한 내게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지 않나.


조선시대 민화; 묘작도



고작 야옹이 스크레치로 스트레스를 받다니 나는 괭이 집사로서는 자격미달이다. 본능에 충실한 당연한 행동, 예견된 자잘한 해작질에 발끈하는 돌쇠아재다.

이기적 욕심이나 탐욕 때문에, 계산된 정치질 때문에, 경박한 세치 혓바닥 때문에, 옳음에 눈감고 부당에 대해 비겁한 외면을 한 탓에, 때론 맹목적인 편협한 신념 때문에......
지금껏 수없이 많은 이에게 '스크래치'의 문신을 남기며 살아왔다. 앞으로 살아갈 미지의 날에도 알게 모르게 '스크래치'의 고통을 안길게 분명하다.
벗들아,
우연으로 조우할 인연들아,
미리 용서를 구한다!
내 손톱과 이빨의 날카로움을,
천박하고 아둔한 세치 혓바닥의 경망스러움을....




시치미 떼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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