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끝까지 따라가지 못한 날들에 대하여
내 안의 낯선 곳
김인덕
가끔 바람벽에 등을 기대고도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럴 때면 안에 있는 어떤 방 하나가
문을 닫는다
팔자라는 말로 덮어두고 살았지만
내가 나를 끝까지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선연한 눈멍울이 튀고
가슴 안쪽이 뜨겁게 일렁이는 날
나는 낯선 나를 마주한다
오래 알고 지냈는데
멀게 느껴지는 얼굴
목마름은 갈증이 아니라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의 끝자락
이제는 찾는 법도 잊었다
산비둘기, 저녁노을 가르며 날아간다
그 붉은 하늘 아래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 채 눈을 감는다
정착하지 못한 것은 나였다
길을 떠난 건 발이 아니라
무력한 희망이었다
지금도 낯선 방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우리는 종종 삶의 바깥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가장 안쪽에서 자신을 놓친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착하지 못한 것은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음을
늦게서야 알아차린 날의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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