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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연두 Jun 13. 2024

[사진과 글] 산문집과 에세이

[BOOKREVIEW 5. 2024.06.13 ]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일간 이슬아 수필집'이란 책을 읽지 않았지만, 작가로서의 그를 알고 있었다. 그의 사진을 보고 왠지 개성 있고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작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최근 시와 에세이 분야를 살펴보다가 그의 산문집을 발견했다. 바로 이 책, 이슬아 작가와 아티스트 이훤이 콜라보한 산문집 "끝내주는 인생"이다. 


2023년 여름 출간한, 이 책은 작가 곁에 있는 존재들과 그의 다양한 일상에 대해 담고 있다. 이훤의 사진 "내 손을 떠나는 이야기"도 첫 부분에 실려 있다. 전체적으로 다른 작가들의 산문집에 비해 특이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먼저,  "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고 나쁜 여자는 어디에나 가지만 어리석은 여자는 군부대로 강연을 간다."는 제목이  눈에 띠었다. 그가 동생 찬희와 군 부대로 글쓰기 강연을 하러 가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담았다. 

"그랜드 도터" 에는 무당이셨던 증조 할머니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나는 왜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와 최은영의 소설 "밝은 밤"을 떠올렸을까? 


"영월의 연인"에서는 조해진의 "단순한 진심"에 나왔던 "영월(편하게 넘는다)"의 이름의 유래가 나와 관심을 가졌다. 

"그에게서 최고의 나를 발견한다"에서는 "철학자와 늑대"처럼 작가와 고양이 탐이에 대한 내용인데, 고양이를 반려 동물로 키우는 작가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대한 책도 많은데 과연 고양이의 매력이 어떤지 궁금했다. 


 저자는 부지런했다. 시카고의 이훤으로부터 영어도 배우고 집 근처 일분 거리의 태권도 장에서 '젊은이'로서 어린이들과 함께 태권도 수업을 들으며 요가원에서 사십대 중반 아주머니들과 요가도 배운다. 


"판권면의 얼굴들"에서 판권면은 책의 맨 뒷장을 가리키는 데, 그 곳에 편집자들의 이름이 들어간다. "날씨와 얼굴"이 인쇄되던 날, 세명의 편집장의 책상 풍경을 비교한다. 그리고 그들의 어린 시절과 부모로서 아이들에 대해 말한다. 

"끝내주는 인생"에는 전업 작가 이전과 이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만약, 독자가 줄어든다면 언제든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고. 그래서 떠오른 직업은 '메일 답장 대리인', '마감 관리인' , '출장 요가 강사' , 반찬 가게 카운터와 홍보, 고객 서비스' 등 이라고. 하지만 전업 작가로서 가능한 한 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에필로그에서 "사랑과 침범이 너무 좋은 나머지 이 책을 영원히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말이 마음의 울림을 가져다 준다. 


이 책에도 다루고 있듯이, 종이책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책을 구매하고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어야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나 역시 투비나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누구나 읽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저자는? 박선아!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했다.  《NYLON》 매거진 피처 어시스턴트를 시작으로 "AROUN D" 매거진과 안그라픽스에서 에디터로 일했으며, 네 권의 저서 『20킬로그램의 삶』 『어떤 이름에게』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 『우아한 언어』를 출간했다. 현재는 F&B 브랜드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한다. (출처: 알라딘)


이 책은 우아한 언어인 '사진' 을 둘러싼 작가 박선아의 이야기다. 책을 읽고 새삼스럽게 느꼈다. 사진가도 이렇게 글을 잘 쓰는 구나. 예술적 감각은 다른 영역에서도 통하는 구나라고. 


86페이지에 작고 아름다운 책에 담긴 글과 사진이 왠지 탄탄하다고 느껴졌다. 이전에 읽었던 '이슬아'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로서 말이다. 사진으로 표현하는 작가라서 그런가~


책의 앞 표지에 차례를 적어 놓았듯이, 3부로 이루어져 있다. "배움의 감각", "삶과 눈", "아름다운 오해"이다. 특이한 것은 각 부 마지막에 자신이 좋아하고 영향 받은 세 사람에게 띄우는 편지를 담았다.  화백 "김점선", 영화 감독 "고레이다 히로카즈",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아녜다 바르다"에게 진솔하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배움의 감각"에서는 그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사진가가 되었는지, 대학 시절과 유학 등, 그 과정을 꺼내 놓는다. 그는 사진에 대해 글을 쓸 수 있고 좋아하는 사진가들의 전시를 찾아다니고 사진 수업을 찾아 들으며 부지런히 책을 읽는다. 

"삶과 눈"에서는 작가의 아름다움을 감각하는 눈의 근육과 시선이 담긴 사진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외로움에 대한 생각을 쓰면서 영화 "스모크"에 대해 말한다. 담배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공이 13년 동안 매일 자신의 가게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데 어느 날 단골손님이 계산대 옆에 놓인 그의 카메라를 발견하며 대화하는 장면을 두 페이지에 걸쳐 담아 놓았다. "자네도 알듯이 내일 다음은 내일, 또 내일이야. 시간은 한 걸음 씩 진행되지" (p.45-p.47)

또한 그가 "들어있다"는 표현을 사진에 이런저런 마음이나 감정, 추억이 들어있다는 것에 비춰 말하는 부분이 인상 깊다. 네모난 프레임 안에 '함께' 있었던 일을 넣어두는 거라고 말이다. (pp.50-51)

" 아름다운 오해"에는 베를린과 파리, 지리산과 제주도에서의 사진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책과 영화를 통해 사진에 대해 말한다. 


특히  "필립 퍼키스"의 사진 강의 노트 중에서 적어 놓은 다음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프레임은 사진가가 조작한 시각이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프레임이 사진 내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대단히 역설적이다. 프레임 안에 들어온 것과 프레임 밖으로 밀려난 것, 프레임 안에서 빼버려도 상관없는 것은 무엇 인지가 종종 사진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p.72)


좋아하는 책으로  전몽각의 사진집 "윤미네 집" 에 대해 소개해 준다.  이 책은 윤미가 태어났을 때부터 시집갈 때까지 가까이서 가족들의 시간을 사진집으로 엮어냈다고. 26년이라는 세월 속 어느 반짝거리는 순간들이 책에 담겨 있어 좋아한다고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 내게 사진은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이기에 솔직한 모양으로 기록하고 싶다."라고...

 올해 초 "작은 전시회"로 서울 동네 사진을 찍었고, 픽사베이의 무료 사진 이미지와 내가 쓴 "시"를 함께 올리면서 사진에 대해 관심 갖게 되었다. 그래서 발견하고 읽게 된 책이 "우아한 언어'였고, 사진가인 그와 마주했다.


나는 그가 우아한 언어라 부르는 "사진"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며 책과 영화 등 같은 다른 예술에 다가서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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