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기억

by 사월애미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3살 터울의 언니가 있고, 악착같은 엄마와 꿈 많은 사업가 아빠가 있는 작은 전세방에서 태어났다.

아빠의 사업은 작게 시작했지만 희망이 보였고, 내가 만 3살이 되는 해에 나의 부모님은 사하구 엄궁동에 있는 아파트를 장만해 이사도 했다.


희망과 함께 승승장구할 줄만 알았던 아빠는 거래처 사장님과의 술자리에서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내고 말았다.

그때부터 엄마에겐 드라마처럼 새 집도, 남편도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재판과 변호사 비용, 거기다 엄청난 액수의 합의금은 그 후로 10년을 갚아야만 했고, 어린 두 아이의 아빠는 구치소에서 지내야 했다.

엄마는 안 해본 일을 해야만 했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시골 친정집에 아이 둘을 데리고 도움을 청해야 했다.


엄마는 갈등이 많았을 거다.

공장에 가서 일을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아이 둘을 맡겨두기엔 외할머니는 뇌졸중으로 반신마비와 실어증을 갖고 계셨고, 외할아버지에게 모든 짐을 넘길 수는 없었을 거다.

그때 마침, 아빠는 상대측과 힘겨운 합의를 마치고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지쳐버린 엄마는 친정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의 첫 기억은 어머니의 고향, 그 시골마을에 이사 오는 날이 되었다.


생전 처음 타 본 트럭이었을까?

2.5톤 트럭 정도 되는 차를 내리던 모습이 보인다.

이상하게도 나의 기억인데, 왜 내가 트럭에서 내리는 장면이 영화 스크린 보듯이 그려지는 걸까.

다른 사람의 기억처럼 보이지만,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그대로 내가 느낄 수 있다.

설렘 가득, 자신감 가득했던 나는 높은 트럭 발판에서 뛰어내리며 그 기분과 그 느낌을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 새겨놓았다.

그게 내 인생의 시작점이란 걸 알고 있었던 걸까?


나의 어린 시절의 내 마음속 많은 추억들은 지금은 없어진 그 시골마을에 남아있다.

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 상당 부분이 시골마을인데, 실제 거기 머물렀던 시간은 1년 정도다.

그만큼 유아기 때의 기억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하면서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다른 것보다 그때의 느낌과 감정으로 기억된다.



아빠의 짧은 선택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가족의 운명은 서로 엉켜있다.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특히 부모는 어린 자식에게 절대적 존재가 될 수 있고, 아이는 부모를 세상의 전부라 여긴다.

그렇게 내 인생의 시작점은 정말 내가 사랑했던 아버지로부터 비롯되었다.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