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은 엄마가 필요해요.

by 사월애미

엄마의 고향인 시골마을로 오기 전까지 나는 너무 키우기 쉬운 아이였다고 한다.

낯가림도 없이 아무에게나 잘 안겼고 잘 웃어줬다고 한다.

어린 시절 자주 아팠다는 언니는 병원에 자주 가야만 했고, 엄마는 더 어린 나를 데리고 다닐 수 없어서, 옆집에 자주 맡겨놓고는 덕분에 엄마가 다른 여러 가지 볼 일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애를 안고 흔들면 "행야행야"한다며 옆집 아저씨가 붙여준 "행야"라는 별명은 내가 학창 시절까지 듣곤 했다.

그리고 더 어렸을 때, 누워서 지낼 때도 나는 너무 순했다고 한다.

엄마는 이 말 끝에 꼭 커서는 말을 안 들었다는 말을 꼭 붙이신다.

눕혀서 잘 자고, 재워놓으면 오래 자고, 쉽게 깨지도 않아서, 내가 잠자는 사이에 엄마가 시장도 종종 다녀오셨다고 한다.

그래서 내 뒤통수는 지금도 깎아놓은 절벽처럼 납작하다.


하지만, 내 기억의 시작인 만 4살의 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울보 중의 울보였다.

울었던 기억, 울다가 목이 아팠던 기억, 일부러 더 큰 소리로 울었던 기억, 우는 게 힘들어 그만두고 싶지만 엄마가 보라고 더 울었던 기억, 엄마가 울면 거지가 데리고 간다고 했던 기억(그때 당시 시골마을에는 실제로 거지들이 자주 동냥을 다녔다), 사촌 오빠들이 울보 또 운다고 놀렸던 기억, 등 많이 울었던 건 확실하다.




4살의 나는 외할머니와 단 둘이 시골집에 있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는 대청마루 위에 걸터앉아 있고, 나는 마당에서 엄마를 찾다 여느 때처럼 울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엄마와 비슷한 나잇대의 생선 장수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아가야, 왜 울고 있니?"

나는 계속 엄마만 외치며 울었고, 아주머니는 따뜻하게 달랜다.


"엄마가 없어서?"

엄마 얘기에 나는 울음을 뚝 그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머니는 할머니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더니 다시 나갈 채비를 한다.

"엄마 어디 가셨나 보네~"


엄마를 데리고 온다는 게 아니었어? 나는 다시 큰소리로 울어댔다.

아주머니는 어쩔 수 없이 엄마를 찾아주겠다며 나를 데리고 온 동네를 다녔다.


이 집, 저 집 생선 냄새를 몰고 다니며 생선을 팔던 아주머니를 따라서 나는 이 집, 저 집 엄마를 찾아다녔다.

이 집에도 엄마는 없고, 저 집에도 엄마는 없다.

이 길에도 엄마는 없고, 저 길에도 엄마는 없었다.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던 나는 결국 엄마를 찾지 못했고, 아주머니는 다시 외할머니가 있는 집으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땀이 가득한 수건을 머리에 쓴 엄마가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나는 계속 파란 대문만 보고 또 보고 계속 보고 있었다.

그때까지 지워지지 않은 생선 비린내는 엄마를 놀라게 했다.




할머니도 필요 없고, 언니도 필요 없고, 친구도 필요 없었다.

그때 나는 엄마가 절실히 필요했다.

아무것도 필요 없었고, 그냥 엄마가 옆에 있어주기만을 바랬다.


아이에게 비싼 옷을 사 줄 필요도, 양질의 교육을 시킬 필요도, 좋은 친구를 만들어 줄 필요도 없다.

다른 것들은 있으면 아이에게 좋을지도 모르는 것들이지만, 엄마는 꼭 필요한 필요조건이다.

그게 4살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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