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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 Aug 01. 2023

캐나다 이민 정보 : 대중교통

세 번째 이야기: 차를 살까, 대중교통을 탈까?

    캐나다 주요 도시들은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있다. 나 같은 뚜벅이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동부, 토론토 대중교통이 캐나다 내에서 가장 좋고 그 뒤를 서부 밴쿠버가 잇는다. 나는 서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스카이트레인 (Skytrain)  

    도시를 잇는 아주 중요한 지상열차다. 지하로 가는 구간도 몇 있는데, 저가 통신사를 쓰면 통신이 안 터진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다. 한국에 비해 배차 간격이 넓고, 차량이 협소하며 배차 당 차량 대수가 적다.

    1.1 배차간격

        동서로 뻗어있는 Expo line은 배차간격이 약 3분에서 5분, 남북으로 뻗은 Canada line은 6분에서 12분 그리고 Expo line보다 북쪽에 위치한 Millienium line은 3분에서 10분이다. 출퇴근시간은 전 라인 동일하게 3분 전후로 한 대씩 들어오며, 저녁 9시 이후나 공휴일 및 주말엔 기본 배차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다. 한국에서도 9호선 라인에 줄이 너무 길어서 열차 여러 번 보내고 타는 것처럼, 열차가 온다고 해도 당신이 탈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열차 혼잡도 140%는 거뜬히 견디는 한국인과는 달리 110%만 되어도 타기 불가능할 정도다. 게다가 구식 열차가 오게 된다면, 성인 남성이 서 있을 경우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의 협소한 공간이다. 게다가 이건 내 추측인데, 남들 더 태워서 가자는 개념보다 personal space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지하철 탔을 땐 말 그대로 옆 사람과 몸을 밀착해서 거의 공중부양해서 가는 게 일상이었다면, 여기선 누가 내 뒤에 바짝 붙는다면 굉장히 소름 끼쳐하는 것 같다. 그리하여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땐 입석이 들어갈 자리가 많아 '뚫고 들어가려'하면, 엄청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작은 도시 특성이 그러하듯, 줄을 제대로 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 문 앞에 웅성웅성 있다가 먼저 기다린 사람이 열차에 안에 들어가는 방식. 줄은 안 서도 온 순서대로 눈치껏 들어간다. 종합하자면, 항상 Skytrain을 제 때 못 탈 수 있다는 전제를 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자.


    2.2 열차지연

        눈이 오는가? 축하한다. 모든 도시의 교통이 마비되어 출근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내가 있는 서부 도시는 한 겨울에도 눈이 자주 내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기상 이후로 인한 폭설에 속수무책이다. 실제로 폭설 때 출근을 못 해 도시 중심부가 텅텅 빈 적이 있다. 아니, 사실상 매년 이렇다. 다행스럽게도, 천재지변으로 인해 출근이나 등교를 못 하는 경우는 다들 이해해 준다. 개근상에 목매는 분위기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 그리고 종종 밤늦은 시간에 스카이트레인 보수공사를 하기도 한다. 배차간격이 20분 이상 늘어나거나, 혹은 열차가 아예 없을 수 있다. 그럴 땐 어떻게 하냐고? 우버를 부를 수밖에. 


    3.3 공중화장실의 부재

            공중화장실이 없다. 진짜로. 없다. 보통 베드타운에서 도시 중심부로 출퇴근을 한다면, 최소 20분에서 1시간 정도를 대중교통에 쏟아야 한다. 만약 배가 갑자기 아프다면? 당뇨 환자가 급하게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근처 가게에 들어가라고? 애초에 도시 중심부가 아니라면 가게가 없다. 있어도 안 열어준다. 가게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몰래 마약을 투여할지도 모르는데 쉽사리 열어줄 리가 없다. 게다가 전문 청소용역도 아닌 사람들이 biohazard, 예를 들면 주사기나 타액을 쉽게 치울 수도 없다. 먼 옛날, 시에서 관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공중화장실을 깡그리 없애버렸다는 썰이 있는데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결론: 화장실을 반드시 해결하고 대중교통에 오를 것! 정말 급한 상황이면 쇼핑몰을 이용하자. 웬만한 쇼핑몰은 열려있다. 


2. 버스

    여기 와서 정말 놀란 게, 버스기사와 승객들이 굉장히 차분하다. 그 누구 하나도 빨리빨리를 외치지 않는다. 그 덕분에 승객이 차에 타지도 않았는데 출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모든 사람들이 유모차와 휠체어를 위해 조용히 기다려준다. 그 누구도 따가운 눈총을 보내지 않는다. Skytrain과 마찬가지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주절주절 야이기 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Thank you, driver'를 외친다. Skytrain에서 외치면 안 된다. 무인 운행이기 때문. 

    2.1 버스 좌석

        앞쪽엔 주로 노약좌석이고, 유모차나 휠체어가 들어오면 좌석을 접어서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천 시트를 굉장히 싫어한다. 옛날 1호선에서 쓰던 그 천 재질이다. 땅에서 먹고 자는 사람들, 심지어 술과 마약으로 인사불성이 된 사람들이 바지에 실례하고, 천 시트에 그대로 앉는다. 시트를 다 뜯어버리기 전까지는 '알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치울 방법이 없으니, 나는 천 시트 버스가 오면 서서 가는 걸 좋아한다. 좌석 주변에 노란색 끈이 달려있는데, 끈을 당기면 다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달라는 신호다. 근처에 stop 버튼이 안 보이면 끈을 당겨보자.  


`   2.2 굉장히 긴 배차간격, 잦은 운행 취소

        도시 중심부의 배차간격은 짧은 편이다. 인기 있는 노선 99-B line은 3분에서 5분 정도. 하지만, 일반 주택가를 다니는 버스는 20분 혹은 30분도 기다려야 한다. 버스 운전사 쉬프트에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버스 운행이 취소되는 것도 다반사. 아무런 정보도 없이 나가면 영문도 모른 채 버스정류장에 몇 시간 서 있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차가 없는 뚜벅이들은 Skytrain과 걸어서 20분 이내의 위치에 사는 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알 수 없는 스케줄 때문에 종종 걷게 될 수도 있다. Trip Planner 혹은 Alart을 항상 확인하자.

https://www.translink.ca/

 

    2.3 씨버스 (SeaBus)

        말 그대로 바다 위를 떠 다니는 버스다. Vancouver와 North Vancouver를 이어주는 소중한 존재다. 두 동네를 잇는 다리는 단 두 개뿐인데, 교통체증이 정말 심하다. 그러니 출퇴근 시간에는 Seabus를 타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Skytrain 탈 때처럼, 일반 교통카드/일회용 교통권 2존/3존용을 소지하고 있으면 된다. 편도로 12분 걸리고, 배차간격은 10분~15분이다. 오후 9시 이후나 주말/공휴일은 30분.  


3. 택시

    이건 현지 사람들도 많이 공감하는 것이다. 양심 없는 운전수가 종종 있다. 친절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나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되는데, 왜 동네를 한 바퀴 더 덜고 바가지를 씌으려고 하는 거냐고! 다행스럽게도 우버 합법화된 이후로, 비양심적인 운행을 하는 기존 업체들은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1.1 택시회사

        보통 해당 도시 내에서만 운영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밴쿠버는 광역 밴쿠버(Greater Vancouver)다. 광역 밴쿠버 안에 다양한 도시들이 있는데, 그중 밴쿠버는 가장 작은 면적이다. 한국에서도 인천 북부와 인천 남부는 담당 택시 회사들이 다르듯이, 광역 밴쿠버도 마찬가지다. 택시를 부를 때 한국과 다른 점은, 한국은 건물이름을 불러줘도 괜찮지만 여기는 웬만해선 안 된다. 예시로, 강남 교보문고 앞, 녹사평역 2번 출구 앞 등. 하지만 이곳은 정확한 주소를 불러줘야 한다. 가령 관광명소인 Waterfront station이 목적지라면, 601 W Cordova St, Vancouver라는 주소와 내가 현재 택시를 부르는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유명 관광명소나 호텔은 택시 정차구간이 있어서 이름만 대도 괜찮을 수 있으나, 웬만해선 street name을 달라고 한다. 택시 회사별로 고정 요금(flat rate)이 있고, 시간별 요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편. 결제 시 주로 카드계산하며, 팁은 주로 15% 정도 낸다. 


https://www.taxi-calculator.com/taxi-fare-vancouver/354


    2.2 우버

        우버(Uber) 앱을 다운로드하여서 사용할 수 있다. 기사들이 별점 5점을 받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편이라서, 서비스가 기존 택시회사보다는 좋다. 예약과 결제가 편리하고, 무엇보다도 customer service agent와 빠르게 연락할 수 있다. 기존 택시처럼 팁은 15% 전후로 내면 된다. 모든 요금은 앱으로 결제하니, 기사가 따로 돈을 요구하면 가뿐히 무시하면 된다. 또한 남의 차, 남의 계정을 쓰는 운전수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차는 타지 않는 게 신변에 좋다.        


4. 페리 (Ferry)

    해안가 마을이나 섬에는 페리가 항시 운행 중이다. 출퇴근용으로는 무리고, 관광용으로 쓰인다. 표는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특히 차가 있으면 예매를 미리 하는 걸 추천한다. 당일 표를 사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 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 작은 군소 섬으로 가는 페리는 종종 취소될 수도 있다. 특히 요즘은 직원을 못 구해서 인력부족으로 운행이 중단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5. 웨스트 코스트 익스프레스 (West Coast Express)

      베드타운과 도시 중심가를 잇는 출퇴근용 열차. 하루 총 10회 운영한다. 아침은 도시 중심가 방향만, 저녁은 베드타운 방향만 운영한다. 역방향은 없으니 주의. 다른 대중교통처럼 zone fare로 운영된다. 3존 왕복 약 $13, 5존 약 $25. B.C. 주 거주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고 주거지는 점점 부족해지는 이 상황에서, West Coast Express 운행 횟수가 좀 더 늘어난다면 거주지 선택에 조금 더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싶다.  


https://www.translink.ca/schedules-and-maps/west-coast-express


번외. 대중교통 vs 차

    본인 재정 상태, 무사고 운전 경력, 주차장 여부 그리고 주 목적지 등에 따라 답이 갈린다. 일단, 본인이 도시 중심가에 출퇴근을 해야 한다면 대중교통을 강력 추천한다. 주차장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며, 비싸다. 길거리에 주차하는 것도 돈을 써야 하며, 주차 시간 및 요일이 매우 제한적이다. 도시 중심가 어느 지역이든 도난과 차량 파손 위험은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니 주의. 


    언제나 그렇듯이, 대중교통이 안 닿는 지역도 많다. 가령 대학가인 UBC, SFU(Burnaby), BCIT(Burnaby) 등은 대중교통으로 다니기엔 많이 불편하다. 버스는 항상 만석이고, 버스를 타고 가까운 Skytrain 역까지 가는데 짧게는 15분에서 길게는 40분 정도 걸린다. 심지어 날씨 안 좋은 한겨울에는, 상상에 맡기겠다. 이런 경우엔 운전 혹은 카풀이 훨씬 편할 수 있다. 

    

    Greater Vancouver 지역은 대중교통 요금이 Fare Zone에 따라 갈린다. 예를 들면 출발지와 목저지가 같은 zone 안이면 $3.15, 2개 이상의 zone을 지난다면 $4.55, 3개 이상의 zone을 지난다면 $6.20. 한국과 다르게 월 정기권이 있는데, 본인이 한 달 중 16일 이상을 대중교통을 타겠다면 정기권이 돈을 아끼는 방법이다. 1 zone 정기권은 $104.90. 예시로, 한 달에 다섯 번 출근하는 직장인이 정기권을 안 산다면 $126.00을 쓰게 되어, $21.10을 추가로 내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주차값보다는 싸다는 건 변함이 없다. Compass card는 모든 역 자판기에서 구매 가능하다. 





When you see something, say something

    혹시라도, 그 누구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Skytrain이나 버스를 타는 도중에 경찰의 개입이 필요하다면 87-77-77에 메시지를 보내자. 문자로 상황 설명을 한다면, 상황에 따라 Transit police officer가 출동한다. Stay safe!


Skytrain/버스 전용 문자 신고

https://transitpolice.ca/advice-info/see-something-say-something/text-87-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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