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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 Aug 04. 2023

캐나다 이민 에세이 : 팁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네 번째 이야기: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데, 곳간이 텅 비었어!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손대지 못하고 있는 문화가 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떻게 바꾸자'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팁(Tip, 봉사료) 문화다. 팁 문화란, 서비스를 받으면 감사함의 대가로 서비스 제공자에게 일정 금액을 주는 것이다. 주로 풀 서비스 레스토랑 종업원(손님은 가만히 앉아서 식사만 하고 식당 종업원이 주문, 서빙 및 테이블 정리를 다 하는 곳), 택시 운전수 그리고 미용사 등에게 서비스 가격(세전)의 15%~20% 정도를 손님이 챙겨주는 문화다. 왜 이제야 생겼는지 아주 진부하게 설명하자면, 이 문화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압력에 거스르지 못해서, 지갑 상황이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돈을 내고 있고, 경기 불황으로 인해 팁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볼멘소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젠 다들 지쳤다. Tip fatigue, 한 번 알아보자.


    팁이 주 수입원인 직업들 중, 특히 요식업 종사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 여기서 요식업 종사자는 Front of house, 한국어로 '홀'을 보는 직원만을 뜻한다. 팁을 받기 때문에 법적으로 최저임금이 보장되지 않거나, 그들을 위한 최저임금이 따로 존재했다. 요즘 들어 어떠한 직원이든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미국/캐나다 주가 늘고 있으나, 아직도 미국 일부 주에서는 팁 받는 종업원의 법정 최저임금 minimum wage for tipped employees 이 통상적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다(2023). 캐나다 B.C주와 Ontario주는 liquor server wage는 일반 최저 임금과 동일(2023)하다. 사실상 그동안 업주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를 손님이 대신 부담하는 구조였으나, 이젠 업주가 그 책임을 온전히 지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비드와 러-우 전쟁으로 인해 음식 원재료 값이 6~8% 증가했으며, 월세는 하늘 높은지 모르고 매 숨 쉬는 시간마다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을 버티지 못 한 영세 식당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고로, 남은 업장들은 음식 가격을 대폭 올렸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팁을 내는 부담이 굉장히 심해진 것이다. 일반 레스토랑 기준으로, 팁은 통상적으로 세금 전 가격 subtotal의 15%~20%를 낸다. (캐나다는 양호한 편. 미국에선 20%부터 내야 한다고 들었다.) 가령, 서부 지역에서 무난하게 외식하기 좋은 곳에서 음식을 먹는다면, 가격이 이렇게 나올 것이다. 



Starter - Cheviche $21.25

Main - Lemongrass Noodle Salad $23.75

Dessert - Key Lime pie $12.25

Drink - The Bellini (2oz) $11.50

S.total - $68.75


    보통 나는 저녁에 외식을 많이 하고, 서비스가 괜찮았으면 나는 20% 정도를 낸다. 그럼 팁은 $13.75. 그 이후로 주 정부 세금과 연방세금 7% 5% 더한다면, $4.81 + $3.44 = $8.25. 도합 $90.75를 내는 것이다. 처음에 나왔던 세전 $68.75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다. 


    여기서 또 문제는, 그 누구도 먼저 '팁 거부운동'을 할 용기가 없다. 일부 극단적인 상황 빼고는, 식당에서 팁을 안 내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이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문화라서, 그 누구도 쉽게 '구두쇠'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아 한다. 팁을 안 냈을 때, 서버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는 것도 민망할 테니까. Reddit에 있는 TalesFromyourServer 채널에 있는 글이다. 여기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팁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팁에 민감하게 굴어서 나온 해프닝들을 구경할 수 있다. 

https://www.reddit.com/r/TalesFromYourServer/comments/qtmdps/ever_serve_someone_you_think_was_trying_to/

    

    여태까지 열거한 내용은 새발의 피다. 왜, 하필 지금, 북미 전역에서 팁에 대해 왈가왈부를 하고 있냐면, 코비드동안 손님들이 팁을 자발적으로 더 후하게 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업장과 종업원들이 코비드 때 본 단 맛을 놓지 못해서다. 한창 코비드 때, front line에서 일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딱하게 보는 시선이 있었다. 주로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최저임금 혹은 그에 준하는 박봉으로 살고 있으며, 팬데믹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여 바이러스에 노출돼 있고, 락다운 때문에 해고되거나, 아픈 동료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평소에 배가 되는 노동을 했다. 그래서 감사의 의미로 팁을 후하게 주는 사람이 종종 있었고, 심지어 포장주문(주로 팁을 안 낸다)에서도 팁을 남기고 가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팬데믹은 다 끝났고, 서버와 바텐더들은 이제 자기 건강을 해칠 위험을 안고 일할 필요가 없어졌다. 요즘은 팁을 단말기에서 직접 찍을 수 있는데, 대부분 업장에서 코비드 때 받던 '구원의 손길'을 손 보지 않았다. 첨부한 뉴스를 자세히 보면, 손님이 받게 되는 카드 단말기화면을 엿볼 수 있다.

https://www.cbc.ca/radio/costofliving/tipflation-gratuities-1.6555135 

    

  주로 팁 섹션 3개가 크게 있는데, 원래 12%, 15%, 18%, 20%, 이 정도가 기본이었다. 하지만 밑으로 스크롤을 내려보면, 15%, 18%, 20%, 30%으로 설정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손님이 원하면 skip이나 특정 금액 custom amount를 입력할 수 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기본 옵션들을 보고 있자면, 살짝 괘씸한 생각도 드는 건 사실이다. 심지어 적은 15%면 제대로 낸 것인데, 그 밑에 자그마하게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적어놓았다. 'Good'. 사실 '그냥 그래'라는 말과 비슷하게 보인다 왜냐면 그다음 옵션은 'Great', 'Wow', 'Best Service Ever'다. 단말기를 받는 순간, 아주 찰나의 순간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 아니 나게에 뭘 해줬다고 30%이나 달라고 하는 거지? 원래 15%가 적절한데, 이게 가장 소액이네? 요즘 같은 시대에 15%를 누르면 내가 너무 짠돌인가? 아니, 팬데믹은 이제 끝인데? 나도 형편이 어려운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최소 18%이나 20%를 누르게 된다. 내 옆에 어색하게 서 있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 같은 어린 친구가 방긋방긋 웃고 있는데, 분명히 내가 맘에 들어서 웃는 건 아닐 테니까. 결국 찝찝한 마음으로 식당에서 나오게 된다. 이걸 Guilty tipping이라고 한다.

https://www.today.com/money/guilt-tipping-are-square-mobile-payments-making-us-tip-everyone-t126151


    또한 소비자로서 정말 어이없는 부분은, 이제 오만곳에서 팁을 달라고 한다. 주유소, 편의점 심지어 키오스크 기계(!)까지도. 물론, 최저임금으로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정말 딱하지만 이걸 왜 내가 책임져주지? 기사를 보면, 나와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의 인터뷰가 실렸다.

"We are sympathetic but it doesn’t feel good."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팁을 받는다는 건 업체가 책임져야 할 인건비 부담을 손님에게 전가하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젠 팁과 상관없는 업장에서도 당당하게 요구하는데, 이게 정말 맞는 걸까? 


    다른 한 편에서는 팁 문화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기도 한다. 첫째로, 당연히 업주다. 애초에 마진이 많이 안 나오는 요식업계에서는, 인건비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핵심이다. 모든 스태프의 급여를 최저임금으로 주고, 세일즈는 서버에게 맡긴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서버가 팁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왜냐면 주방에 서버 팁을 떼어주기 때문 (서버는 거부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주방 직원 개개인에게 시간당 $2 정도 쥐어준다. 그렇게 하려면 서버는 최대한 음료, 특히 와인류나 오늘의 스페셜(주로 주방장 특선인데, 세일즈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을 손님에게 강매하듯이 팔아야 한다. 그래서 북미 서버들이 수시로 손님들을 '챙겨주는' 것. 만약 서버가 초보 거나 운이 안 좋은 날이라면? 그 서버에겐 재앙의 날이다. 그날 할당량을 자기 돈으로, 현금으로 채워야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요리사들의 시급을 $2 올려주는 것을, 그날 서버의 세일즈로 넘기는 것이다.


    두 번째로, 서버들은 팁 문화에 적극 찬성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솔직히 말하자면, 본인 능력 대비 현금을 많이 긁어모을 수 있는 직업 중 하나라고 본다. 학위도 필요 없고, 신체 건강하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게다가 멀티태스킹 능력, fast-paced work place에 대한 이해, 음식에 대한 깊은 이해, 용모와 화술 등이 있으면 돈을 쓸어 담는 건 시간문제다. 가령, 일반 소매점에서 일하게 된다면 최저시급 그 이상 그 이하도 못 받는다. B.C. 주 최저임금($16.50)으로 하루 6시간씩, 주 5일 일한다면, 1달에 세전 $2,177.50 세후 약 $1,906.30을 받는다. 그 돈으로는 노숙자 신세다. 참고로, 아래 표를 보면, 서부 도시에서 가구가 하나도 없는 침실을 빌리려면 $2,589가 필요하다.


    하지만 바텐더, 서버 등 팁을 받는 조건이라면? 업장과 개인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로컬 풀서비스 레스토랑(셀프서비스가 없는 곳)은 아무리 못 해도 하루 $200 정도를 현금으로 가져간다. 그럼 시급이 $33.33 더 늘어나는 것. 심지어 세금 보고를 안 하면 세금을 안 뗀다! 팁 덕분에 시급이 거의 $50이 되는 것이다. 


    위 차트는 캐나다 정부에서 공개한 시급이다. 다른 조건 다 제쳐놓고, 단순히 돈으로만 따져도 팁을 잘 받는 서버는 정말 고임금 노동자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팁을 받아야 하는 게 숙명인 것.


https://www150.statcan.gc.ca/n1/pub/14-28-0001/2020001/article/00006-eng.htm



    

    과연 이 갈등의 끝은 어딜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세계적인 불황이라 다들 돈 쓰길 꺼려한다는 것이다. 외식은 최대한 안 하고, 이/미용 서비스는 '생존용'으로만 받고, 택시 탈 거리는 무조건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건 이제 기본 중 기본이다. 게임 유튜버 Asmongold가 The American Tipping Crisis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을 보고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하는데, '내가 원하지 않으면 팁을 안 낼 것'이라는 흔치 않은 뚝심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압박 social pressure를 느끼는데, 방구석 게임 전문가(?)라서 그런지 그런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안 쓰는 듯하다. 나름 재밌게 봤으니, 혹시라도 영어공부 하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gb1jw0Xx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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