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 Aug 09. 2023

캐나다 이민 정보: 인종차별

다섯 번째 이야기 : 나는 아시안이다. 그게 어때서?

    "너 그런 곳에서 지내도 정말 괜찮은 거니?" 대뜸 본가에서 이런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코비드가 한창일 때, 전 세게에서 아시안 혐오가 만연하던 시기였다. 흔히 생각하는 언어폭력뿐만이 아니라, 길가에서 물리적 폭력을 당한 한인들의 인터뷰가 한국 방송에서 흘러나왔다. 항상 조심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이곳은 괜찮다고 에둘렀다. 


    유럽과 미국에서 아시안은 극소수다. 한국인이 많이 정착한 미국만 보더라도, 전체 인구의 7.2% 정도만 아시안 혹은 아시안 혼혈이다 (2020). 같은 북미지만, 캐나다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1. 인종구성

    우선, 주 인종 major ethnic은 백인으로 인구의 69.8%을 차지한다. 그 외는 비주류 인종 minor ethnic. 그중에서도 눈으로 봤을 때, 얘는 백인이 아니구나!라고 말 할 수 있으면 visible minority로 구분된다. 백인 다음으로 많은 인종은 남아시아인 South Asian으로 인구의 7.1% 정도를 차지한다. 그다음이 원주민 Indigenous(5%), 중국인 Chinese (4.7%), 흑인 Black (4.3%), 아랍인 Arab (1.9%), 남미인 Latin American (1.6%), 동남 아시아인 Southeast Asian (1.1%), 서아시아인 West Asian (1%), 한국인 Korean (0.6%) 그리고 일본인 Japanese (0.3%)이다(2022). 혼혈 인구는 제외하고 나온 수치인데, 남아시아인 + 중국인 + 동남 아시아인 + 서아시아인 + 한국인 + 일본인의 합은 14.8%이다. 물론 백인에 비하면 수가 적은 게 맞다. 하지만 7.2%에 비하면 훨씬 많은 건 확실하다. 

https://www150.statcan.gc.ca/t1/tbl1/en/tv.action?pid=9810032401

    

    더 나아가, 캐나다는 이민을 끊임없이 받는 국가다. 인프라가 무너질 정도로 계속 받는 국가다. 최근 이민동향을 살펴보면, 새로 받은 이민자 중 10명 중 7명은 아시아 출신이다(2016). 2036년에 이르러서는, 전체 이민자 중 아시아 출신 비율이 55.7%에서 57.9% 정도가 된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서부도시 밴쿠버, 정확히 말하자면 Metro Vancouver (한국으로 치면 서울+경기) 지역의 43%은 아시아 혈통이다. 장난 삼아 홍쿠버 Hongcouver (Hongkong + Vancouver - 홍콩 이민자들이 많다는 별명)라고 10년 전에 그랬다는데, 근 몇 년 사이에 South Asian 혈통이 크게 늘었다. 과연 새로운 별명이 뭐가 될지 궁금하다. 하단 기사는 메트로 밴쿠버인구를 다룬 기사다. 영어공부 하실 분 있으면 천천히 읽어보시길. 

https://vancouversun.com/life/vancouver-is-most-asian-city-outside-asia-what-are-the-ramifications


2. 통계로 보는 인종차별

    자본주의가 지배한 이 세상에서, 돈은 모든 인종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실상은 백인이 $1를 벌 때, 타 인종은 ¢81을 번다. 그뿐만이랴, 일자리를 구하는 첫 관문인 이력서 돌리기. 이 때도 허들이 존재한다. 구인 매니저 Hiring manager들의 40% 정도는, 외국 이름보다 캐나다 이름의 구직자를 더 선호한다. 예를 들면, 토론토 대학을 졸업한 Jacob McMillan과 Eunsuk Jeong이 있다. 두 사람은 똑같이 Computer Science를 전공했으며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등을 같이한 수재 친구들이다. 그런데! 서류전형에서 Jacob만 통과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퀘벡에서는 이 수치가 60%으로 치솟는다. 퀘벡은 백인 프랑스어 화자 Francophonies 일수록 서류 통과할 확률이 높았다. Chloé Chevalier가 Jamie Seong보다 퀘벡에서 일자리를 얻기 쉽다는 것.

    범법에 대해 뜯어보면, 이 나라의 편견이 어디로 향하는지, 범죄에 많이 노출이 된 인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흑인일수록 토론토에서 검문을 받을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 증오범죄 Hate crime의 타겟은 흑인이 가장 많고(26%) 그 뒤로 유대인(13%)이다. 증오범죄의 43%은 특정 인종이나 민족이 싫어서 나타났다. 진짜로 내가 싫기 때문에 범죄까지 저지르는 것이다. 수감자의 27%는 원주민 Indigenous people인데, 이들은 캐나다 전체 인구의 4.1%밖에 안된다. 땅, 경제권, 교육권 심지어 자손들의 목숨까지 빼앗긴 원주민들은, 약과 범죄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캐나다의 부끄러운 과거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자료들을 참조.

https://www150.statcan.gc.ca/n1/pub/85-002-x/2022001/article/00005-eng.htm


https://www.canada.ca/en/canadian-heritage/campaigns/federal-anti-racism-secretariat/facts-figures.html


3. 피부로 느끼는 인종차별

    그래서? 저 숫자들만 보면 무슨 말인데?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 서부 도시에 사는 내 경험을 풀어보려고 한다. 우선 인종차별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한국에서 다루는 인종차별은 굉장히 좁은 범위다. 우선, 나 때만 하더라도 제도권 교육 안에서 직접적으로 인종차별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인종차별에 대해 따로 공부하거나 관심 있게 알아보지 않는 이상은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을 찾기 힘든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는, 한국에서는 인종을 근거로 해당 인종을 추켜 세우는 것을 인종차별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 같다. 


    가령, '흑형'이라는 말이 인종차별이 아니라는 유튜브 댓글을 종종 봤다.(어마무시한 추천수와 함께!) '흑인이라서' 신체조건이 좋고, 예체능에서 두각을 보이니 멋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북미사람들이, 너는 '한국인'이라서 항상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주로 판검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니 멋있다고 한다면? 이게 진짜 칭찬일까? 절대 아니다. 나는 희생적인 가족관계보다 평등한 가족관계를 원하고, 전문직은 개뿔, 하루 벌어서 하루 살아가는 일용직 노동자다! 마찬가지로, 흑인도 신체조건이 안 좋을 수도 있고, 음치 박치 몸치 흑인도 왕왕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HWLBYivfWQ

    How I Met Your Mother에 나오는 주인공 Mashall의 아버지에 대한 에피소드다. 아버지 캐릭터는 시골 사람이고, 단순무식하지만 정감 있는 캐릭터다. 정말 남에게 해를 끼치진 않는데, 가끔 말할 때 낯 뜨거워지게 하시는 어르신들 계시지 않는가. 해당 클립을 보면, 무지에서 오는 인종차별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3:15)

 "우산은 복도 건너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빌려!! 한국사람들은 항상 관대하고 믿을만해!"

    뉴욕 한복판에서 이렇게 인종차별적인 말을 하다니! 행인들도 길 걷다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할아버지를 쳐다보고, Marshall은 착잡한 얼굴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즉, 특정 인종을 기준으로 다른 인종과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인종차별이다. 그게 우열이든 열성이든, 다른 인종과 구분 지으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러니 '너는 한국사람인데 영어 잘하네?' 혹은 '너는 한국사람인데 키가 크네?'따위의 말은 칭찬이 아니다. 


3-1. 물리적 차별(폭행 등)

    한국과 마찬가지로, 술집이나 클럽에서 시비 거는 사람이 있다. 동네 양아치이거나, 술이나 약을 하고 제정신이 아닌 것들이라 본능적 감각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과 시비를 붙는다면, 당연히 누가 덩치가 더 큰가 혹은 담력이 더 센가로 기싸움부터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대가 만만해 보이면 더 기를 쓰고 달려든다. 이때 동양인들은 쉬운 먹잇감이다. 우선, 이상한 애들은 시비가 붙었을 때 똑 부러지게 대처를 못 할 것이다라는 편견과(영어를 못 하겠지, 나에게 겁먹어서 한 마디도 못 하겠지, 너네들은 운동 하나도 못 하는 범생이다 등), 백인 평균키보다 동양인 평균키가 작다는 신체적 이점을 이용한다. (미국인 기준 백인 남성 평균키는 177cm, 아시안 남성 평균키는 170cm).

    

    그런 정신 사나운 곳을 피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말도 있다.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생활과 친구들이 세상의 전부다. 나는 한국에서 사회화를 마치고 온 사람이라, 주변 사람들과 인터넷 이야기를 전해보려 한다. 여기 청소년 애들도 한국 청소년처럼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데, 소위 잘 나가는 그룹이 있다. 인기가 많은 동시에 체격적으로 약한 또래애들에게 못되게 구는 무리들. 운동부, 베이프 Vape, 틱톡, 탈색머리 등이 키워드다. 운동을 안 하는 친구들은, 특히 아시안 스테레오타입으로 분류되는 범생이 스타일은, 흔히 말하는 감정 쓰레기통이나 샌드백이 될 수도 있다는 흉흉한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이런 파벌들의 구분이 점점 무의미해진다고 한다. 물론 재차 강조하지만, 또래 친구들 분위기와 동네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아래 자료는 내 또래애들 (90년대 초반)이 학교 다닐 때 모습.

    즉, 물리적으로 공격당하는 경우는 정말 잃을 것 없는 사람이나 앞뒤 안 가리는 청소년들에게 당하는 인종차별일 가능성이 높다. 


3-2 문화적 차별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라'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가령, 이민자들이 본 거주자들과 섞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폐쇄적인 커뮤니티에서만 살고 있다면? 본국에서 따랐던 관습/정치 등을 그대로 가져와서 바뀌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경우 좋은 시선을 받기 어렵다. 즉, 이민 와서 재사회화 과정이 필요한데 많은 수의 이민자는 학교에 가기엔 돈이 없거나 나이가 상당히 찼다. 우리 초등학교 때 기억하는가, 기초 도덕을 어떻게 배웠는지. 웃어른께 예의를 지키자, 사람이 많을 땐 줄을 잘 서자, 나보다 약한 친구를 괴롭히지 말자 등. 하지만 한 문화권에서는 당연한 예의범절이 다른 문화권에선 아닐 수도 있다. 


    한국문화로 예를 들자면,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는 것(흔히 말하는 복스럽게 먹는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나, 공중화장실에서 손을 닦고 물기를 털어서 사방팔방에 뿌린다던지, 공중화장실 싱크에서 양치질 등 개인행동을 하는 것, 길거리에 침을 뱉는 행동, 문을 잡지 않고 자기 몸만 쏙 빠져나가는 행동,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때 미안하다고 절대 말하는 행동 등은 북미에서 매너가 없는 행동이다. 역의 경우도 성립한다. 북미인들이 자주 실수하는 것은, 어른이 술을 따라주시는데 한 손으로 거만하게 받거나, 취식보행 혹은 공공장소에서 냄새나는 음식을 먹거나, 밥 먹는데 코를 풀거나, 상대방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거나, 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거나 등등 수도 없이 많다. 이런 행동들을 하는 게 잘못됐다고 알려주거나 알고 싶지 않아 한다면, 미움받는 건 당연지사. 가장 흔히 듣는 핑계는 이거다. '이 나라는 진짜 미개해. 왜 그래? 우리나라에선 안 그랬어.'


    최근에 온타리오에서 시위가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하고 있다. 우선, 캐나다는 약 1,000,000명의 사람들이 LGBTQ2+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들을 싫어해서 공격하거나 사회적 불이익을 준다면, 증오범죄다. 인종차별과 같은 맥락이다. 아래 영상을 본다면, 니캅 Niqab을 한 여성들이, 눈만 간신히 내놓은 채 '우리 아이의 안전을 침해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다. 남성들을 앞뒤로 배치하고 여성들을 중간에 끼워 넣은 형태로 행진하는 게 포인트. Sexual orientation에 대한 논의보다도 Gender equalism논의가 더 먼저 이뤄졌고, 이제 캐나다의 웬만한 사람들은 어떠한 합의점에 이르렀다. '어떠한 성별이더라도 동일한 권리를 갖는다'라는 것. 그래서 댓글창을 보면 살벌하다. 너네 나라 관습을, 심지어 캐나다에선 옛날에 타파한 개념을 왜 우리나라에서 다시 강요하는데? 가 주 골지. 성인인증이 걸려있으니 참조.  


https://www.reddit.com/r/PublicFreakout/comments/1510sls/anti_lgbt_march_in_ontario_canada/?rdt=53334


    자,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다. 사람은 편견의 동물이다. 선조들은 독버섯과 독초를 먹고 죽은 친구들을 보고, 데이터베이스를 쌓았을 것이다. 현대인도 마찬가지로, 특정 집단에 대해 부정적인 데이터베이스를 쌓을 수 있다. 그 기준이 인종과 그 문화일 수도 있다. 가령, 평소 무슬림계 난민들과 문화 충돌을 적잖이 많이 한 사람들이라면, 무슬림계 이름을 가진 사람만 봐도 경기를 일으킬 수 있다. Justin M. Campbell이라는 사람이 제 아무리 이민 3세대 무교인이라도, Muhammad라는 미들네임 때문에 Wife beater라는 인종차별을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한국사람들, 크게 보면 아시안도 마찬가지다. 북미 사람들에겐 살아있는 개를 매달고 죽기 전까지 두들겨 패는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개는 인간의 친구고, 가족 구성원이기 때문에 내 친구를 잔인하게 패 죽이고 잡아먹는 '야만인'이라는 프레임이 아시안에게 씌워지는 것이다. 나는 여태껏 살면서 보신탕을 먹어본 적도 없고, 구경도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다른 한국인들은, 특히 내 윗세대 사람들은 아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아직까진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을 수 있고 호의적인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개개인의 사정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한국인(아시안)이기 때문에 a dog eater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제 갓 북미에 도착한 한국/아시아 여자에 대한 인식(편견)도 존재한다. 김씨네 편의점 Kim's convenience에서 나오는 나영은 한국에서 온 사촌, 즉 fob(by girl)이다. 북미 정서에는 잘 안 맞는 애교(목소리, 얼굴표정 등)와 아시안 스타일의 옷차림과 머리가 영상 초반부터 나온다. 주인공 Janet(이민 2세대)보다 그 부모님(1세대 이민자)과 더 통하는 정서(23초), 과감한 손찌검(?)(25초), 과다한 몸짓이 들어간 귀여움을 부각한 셀피(52초) 등. 정말 킬포만 잘 모아놨다. 

https://www.youtube.com/watch?v=eF6Wp9Uk3n8


    물론 나영은 극 중 캐릭터고, 한국인과 캐나다인 그 어딘가에 알게 모르게 끼어있는 교포 Janet의 심리를 더 강조하기 위해 과장된 이미지다. 하지만 한국/아시아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여성에 대한 편견이 이렇게 맞아떨어진다. 


    나는 이제 이민 온 지 얼마 안 된 1세대이기 때문에, 2세대 3세대들의 고충은 알 수가 없다. 어렴풋이 알기로는, 문화적 정체성, 문화 차이로 인한 1세대 가족/이민자와의 갈등, 편견으로 인한 불이익(아시안은 숫기가 없다, 일만 죽어라 한다)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김씨네 편의점 Kim's Convenience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가, 이 사람들의 고충을 사실감 있게 그렸기 때문인 듯하다.


3-3 기타 

    정말 운이 좋아서, 다른 문화에 귀 기울이고 편견이 없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실시간으로 느끼는 건, 언어차별이다. 영어회화를 못 해서, 마트나 식당 직원의 말조차 제대로 못 알아듣는다면 이민생활은 지옥불난이도가 된다. 장담한다.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손님 접객원, customer service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항상 바쁘다. 당신 뒤로 줄이 잔뜩 늘어서있는데, 못 알아듣겠다고 열댓 번 설명해 달라고 하면 좋아해 줄 사람도 없다. 그럼 웃는 얼굴로 욕한다. 진짜로. 상스럽게 욕설을 쓰는 게 아니라, 얼굴 화끈해지는 코멘트들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방금 말한 거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너 근데 내가 말 한걸 알아듣긴 해?'

 

    만약 이민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어떻게 받아칠지 생각해 보라. 분노해서 기관총 쏘듯이 받아칠 수 있으면 괜찮다. 더욱이 이곳의 문화는, 내 밥그릇 내가 당당하게 챙기는 문화다. 그렇지 못한다면?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의 태도에 맘 상할 일만 남고, 앞으로 한인사회에 의지해 살게 되는 운명이다. 


    특히, 비즈니스 관계에서 '을'의 입장인데 영어/불어 능력이 모자라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영어능력이 출중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직업들이 몇 있다. 주로 한인사회에서 일하면 되는데, 가끔 비한인을 상대해야 할 때면 자존심이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다. 가장 좋은 예시가 한식당 서버일 것이다. 거의 한국손님들을 상대하나, 간혹 외국인(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외국인이지만)이 들어오면 문제가 많이 생긴다. 가령 간단한 영작만 하거나 들을 수 있다면, 'Can you cut your california roll into small peices for kids?'는 알아들을 수 있다. 하지만 'You know, this little lady is excited to have the first bite of sushi in her life, but I don't want her to have an awful experience with some big chunks...'이라고 운을 뗀다면, 3초간 정적이 흐른 후 어색한 'Sorry?'가 나올 것이다. 자기가 데려온 다섯 살짜리 딸한테 말하는 것보다 더 느리게. 그 이후, 매우 높은 확률로 손님들은 매우 날카로워진다. 물컵에 물을 빠르게 안 채워주거나, 주문을 잘 못 들어서 잘못된 메뉴가 나오거나, 음식이 조금이라도 늦게 나온다면 그 종업원의 언어 문제를 콕 짚어 말할 것이다. 이 종업원은 평소처럼 일 해도, 언어장벽 때문에 저평가당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토익 만점이었는데요, 같은 시험점수 이야기는 실생활에서 필요 없다.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아니요'라는 대답을 할 것이라면 영어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아니면 매 순간 매 순간 자존심이 한없이 무너지고 북미 생활에 회의감을 느낄 것이다. 

  

4. 인종차별을 당했다면?

    내가 당했거나 남이 당하는 것을 목격한다면, 언제든지 신고하자. 익명도 가능하며, 동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있을수록 좋다. 당장 폭력이 일어나거나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면, 어느 주든 911에 바로 전화 걸자. 만약 언어장벽이 있다면 통역사 interpreter를 요청하면 연결해 준다. 

    그 외로, 온라인으로 신고하는 방법이 있다. Canadian Human Rights Commission이라는 정부단체가 가장 크고, 어누 주에서든 사용할 수 있으며, 상담 및 신고기능이 있다.

https://www.chrc-ccdp.gc.ca/en/complaints/make-a-complaint


    BC주에 살고 있다면, 이 홈페이지를 이용하자.

https://www.resiliencebc.ca/report-support/report-a-hate-crime/


https://www.youtube.com/watch?v=GfriK97ipFs





    캐나다에 갓 처음 왔을 땐, 주 인종인 백인처럼 행동하려고 했다. 음식, 옷, 취미 그리고 인간관계 등 내 생활 모든 것을 내 뿌리를 부정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나는 동아시아인, 한국인이란 건 언제나 변하지 않았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진 않는다. 이제는 새로운 관점으로 살려고 한다. 내 뿌리는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캐나다라는 양분을 무럭무럭 흡수해서 자랄 것이다. 나는 캐나다에 사는 아시안이다. 그래서, 네가 뭘 어쩌려고?

작가의 이전글 캐나다 이민 에세이 : 팁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