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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 Aug 18. 2023

캐나다 이민 에세이: 한국인은 진짜 냄새가 안 날까?

일곱 번째 이야기: 예림이, 그 찌개 뚜껑 열어봐. 마늘 들어갔어?

    요즘 한국에서 핫한 연구결과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인은 암내 유전자가 0%라는 것! 한국인은 ABCC11 유전자 그룹에서 A형 (Allelle A) 발현 비율이 100%이라는 Yoshiura의 연구(2008)를 토대로, 뉴스와 온갖 커뮤니티에서 한창 화제가 된 것 같다. 왜 이 연구가 갑자기 화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 내에서는, 한국인이 냄새가 안(덜) 난다고 기정사실화 된 것 같다.

    위 표를 참조하자면, 한국인은 A 유전자 비율이 거의 100%다. ABCC11 유전자(ABC 수송체 유전자) 중 G유전자를 가질수록 암내가 날 확률이 높고, A유전자를 가질수록 암내가 안 날 확률이 높다. 특히 한국인은 AA 유전자 발현율이 100%인데, 유전자 상으로는 냄새날 확률이 0%에 수렴한다는 것. 즉, 한국인은 암내가 안(덜) 나는 건 과학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연구를 보자마자 굉장한 의구심이 들었다.

한 겨울,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서 올라오는 퀴퀴한 냄새들의 정체는 뭘까?


    난방이 너무 잘 되어서 졸린 지하철 안. 그 안에서 내 잠을 앗아갔던 것들은, 내 앞사람 패딩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 나쁜 냄새였다. 앞사람뿐만이랴, 계절 상관없이 올라오는 정수리 냄새, 입냄새, 혈기왕성한 고등학생들 냄새(아마도 축구를 하고 왔으리라) 등. 사람에게서 나는 불쾌한 냄새들이 불현듯 생각났다. 유전자 상으로 냄새가 안 난다는데, 그럼 지하철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국인이 아닌 걸까?


    북미에서 지내면서, 이 냄새의 정체는 또렷해졌다. 이건 사람 체취다. 박테리아가 땀을 분해한 뒤에 나는 사람 체취. 가만히 있어도 나는, 타 인종의 '암내'와는 다른 냄새다. 일상생활에서 미세하게 땀을 흘리고 난 후의 냄새다. 심지어 한국사람의 냄새는 다른 국적의 그것과는 다른 냄새다. 어째서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은 냄새가 안(덜) 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일까? 개인적인 추측인데, 한국에서 해당 연구결과가 인기 있었을 때, 체취와 암내를 뭉뚱그려서 '냄새'로 퉁친 것 같다. 연구결과는 사람 몸에서 나는 냄새의 요인 중, 유전자적 자질을 설명한 것이다. 사람 몸에서 냄새가 나는 다른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체취는 몸에서 나는 일반적인 냄새다.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암내는 겨드랑이에서 나는 부정적인 냄새다. 즉, 영미권에서 말하는 통상적인 부정적인 냄새는 Body ordour라고 부르고 정의는 아래와 같다. Body odor has a strong genetic basis, but can also be strongly influenced by various factors, such as gender, diet, health, and medication. The major contribution comes from bacterial activity on skin gland secretion. 이 냄새는 유전적 요인으로 나는 냄새고, 다양한 요소(성별, 식습관, 건강상태, 약물 등)가 냄새에 영향을 강하게 끼친다. 냄새의 원인은 땀 분비로 인한 박테리아 증식이다.


    한국 지하철에서 맡았던 불쾌한 냄새들을 과연 '암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분명히 불쾌한 냄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패딩 사이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를 말할 때, '(땀) 냄새난다'라고 하지, '암내 난다'라고는 잘 안 한다. 한국에서는 액취증 환자정도가 되어야 '암내' 타이틀을 가질 수 있다. 

    

    즉, 자취 초보자 냄새(흔히 말하는 노총각 냄새), 분냄새(주로 젊은 여성), 어르신 체취, 아기냄새, 흡연자가 믹스커피를 마신 후의 냄새, 과음 후 다음날 술냄새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맡았던 사람냄새들이 '체취'다. 우리가 제 아무리 암내 유전자가 없어서 '암내'가 안 나도, (암내) 유전자뿐만이 아니라 식습관, 건강 및 위생상태, 호르몬, 성별 등의 영향으로 냄새가 난다. 즉, 한국인도 당연히 냄새가 난다! 한국인만 박테리아를 피해 가는 게 아니고, 이슬만 먹고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타 문화권에서 살면서 느끼는 게, 한국적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한식은 '한국인 냄새'의 일등공신이다. 


    '마늘의 민족'이라는 별명을 들어보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음식에는 마늘이 반드시 들어간다. 심지어 다른 나라 요리와 비교해 봤을 때,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간다. 2004년 기준이긴 한데, 한국의 1인당 마늘 소비량은 7.72kg, 마늘냄새로 놀림받는 이탈리아 0.71kg에 비하면 거의 10배다. 


https://www.youtube.com/watch?v=YKeo-fVtHwc

    한국의 마늘 '조금'에 충격받은 이탈리안들. 오죽하면 이탈리아 여행 간 한국인들이,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먹고 적잖이 실망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마늘대신 오일만 잔뜩 들어가서 느끼해 죽을 뻔했다는 게 주 내용. 게다가, 마늘은 향신료다. 카레(한국에 있는 카레분말이랑 다르다), 마라, 큐민, 계피, 고수, 레몬그라스, 로즈메리, 샤프란, 라벤더 등, 한국인에게 생소한 향신료다. 이 향신료들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은, 그 향신료 냄새가 몸에서 솔솔 난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이미 적응이 된지라,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새로운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만 후각 경보(?)가 내리는 것. 한국인도 마찬가지다. 한식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는, 마늘냄새가 난다. 역지사지로, 마늘을 먹지 않는 문화권 사람들에겐, 한국인들에게 굉장히 강렬한 마늘냄새가 난다. 우리야 익숙해서 못 맡는 것일 뿐. 오죽하면 한국사람들끼리도, 묵은지 김치 삼겹살과 생마늘을 먹은 뒤엔 서로 알아차리지 않는가? 


    그래서 한국인에게 마늘냄새가 난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인종차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아끼는 것일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냄새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보다는 같이 있는 자리를 최대한 피하지 않는가? 왜냐면 우리는 문명인이니까. 다만, 억울하게도 다른 문화권에게는 한식이 '냄새를 유발하는 음식' 범주에 들어갈 뿐. 


    한식은 하루 이틀 피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마늘은 휘발성 황화합물을 방출하는데, 인간의 후각 기간이 정말 쉽게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중, 알릴메틸황 Allyl methyl sulfide은 대사속도가 느려서 인체에 많이 축척되고, 배출도 잘 안된다. 정말 억울하지 않은가?


    그 이외에도, 김치나 된장 등 발효식품도 현지인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냄새다. 한국인에겐 정말 맛있는 음식이지만, 이들에겐 음식물 쓰레기 냄새와 비슷하다. 참기름 고소하게 올라간 비빔밥은, 스컹크 냄새다. 우리한테 숙성된 치즈는 발냄새와 같고, 말고기 등 생소한 고기에선 참을 수 없는 누린내가 나는 것처럼 말이다. 캠핑 가서 직접 겪은 일이다. 경치를 즐기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와 야채를 구워 먹는다. 흔히 말하는 American barbeque가 준비하기도 쉽고, 호불호를 안 타기 때문에 캠핑은 곧 고기 굽는 날이다. 한국 펜션에서 삼겹살 구워 먹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아이들 후식으로는 S'mores(초콜릿과 마시멜로우를 불에 녹인 달달한 간식) 정도를 먹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 여름에 국립공원에서 된장찌개를 끓여 먹던 한국인 그룹이 있었다. 크게 손뼉 치고 떠들고, 여느 때처럼 좋은 시간 보내신 것 같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겐 굉장한 민폐였다. 아이들은 생전 처음 맡는 냄새에 당황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대부분 된장찌개 파티에게 굉장히 뜨거운 눈길을 주었다. 어떤 용감하신 아저씨가 그 테이블에 저벅저벅 걸어가서, 도대체 무슨 냄새냐?라고 묻기도 했다. 아저씨의 소득은 그 냄새가 바로 된장찌개라는 걸 알아차린 것. 그 뒤로 바비큐 준비하던 사람들은 된장찌개 버너에서부터 반경 5km 밖으로 멀찍이 떨어진 것 같다. 


    이민 1세대일수록, 특히 한식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일수록 마늘냄새가 많이 난다. 다른 문화권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암내뿐만이 아니라, 해당 문화권에서 빈번하게 쓰는 향신료 냄새가 그 사람들의 기본적인 체취다. 음식이 체취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랴, 당연히 한국인은 한식을 먹는걸. 한식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타 문화권 사람들에겐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우리식으로 '암내'가 안 난다고 해서, 우리 몸에서 'body ordour'가 안 나는 게 아니니까.


 


    나는 한국에서도 한식을 잘 안 먹던 사람이라서, 지하철에서 올라오는 그 퀴퀴한 냄새들의 정체를 맡을 수 있던 것 같다. 한국에 처음 들어가거나, 오랜만에 들어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농담을 하곤 한다. 한국 공항에 도착하면 마늘 냄새가 코를 찌른다고. 하지만 해당 문화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석에서만 말할 수 있는 민감한 농담이긴 하다. 그리고 한국인만의 독특한 냄새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반드시 불쾌한 냄새라고 말할 수 없다. 그저 새로운 냄새일 뿐


    내 개인적 결론은, 한식을 즐겨 먹는 한국인에게 한식냄새가 나는 건 진짜다. 다만, 유전적으로 냄새(암내)는 덜 날 뿐. 앞서 말했듯이, 개개인의 고유한 체취는 위생, 건강, 생활습관 등이 더해져서 만들어지는 나만의 향수다. 타국에 있든, 고국에 있든, 어떤 향수를 뿌릴지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한식을 즐긴다고 해서 너무 기죽지 말자! 


    


- 08.18 용어 혼선으로 문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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