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쓴맛
가게 앞은 수십 명의 인파로 북적인다.
시장 특유의 활기가 정점에 달한 순간, 날카로운 문장 하나가 공기를 가르고 들어온다.
"30분이 지났는데요. 저희 거 언제 나와요?"
그 순간, 주변의 모든 소음이 소거된다. 수십 명이 북적거리던 공간은 순식간에 산소가 빠져나간 '진공상태'가 된다. 오직 내 앞에 선 손님의 서늘한 눈빛과 포스기 화면 속 31분이라는 숫자만이 선명하게 클로즈업된다. 대기 줄에 선 수많은 눈동자도 이제 관객이 되어 나의 당황한 기색과 떨리는 손끝을 하나하나 박제한다.
"취소해 주세요. 기분 나빠서 못 먹겠네."
손님이 뱉은 말은 단순한 주문 취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늘 하루 내가 쌓아 올린 장사의 자부심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사형 선고였다. 그들이 돌아선 뒷모습 위로 시장의 소음이 다시 쏟아져 들어오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그 진공의 방에 갇혀 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대로 셔터를 내리고 장사를 접고 싶어진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다는 자책감에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다시 '기분 좋은 상인'의 상태로 끌어올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사는 멈출 수 없는 연극이다. 나는 분칠이 지워진 엉망인 얼굴로 다시 다음 손님 앞에 선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굳은 혀로 인사를 건네려던 찰나, 다음 손님이 먼저 환하게 웃으며 말을 붙여온다.
"고맙습니다 바빠 보이세요. 힘내시고 번창하세요!"
그 따뜻한 한마디에 멈췄던 숨이 터져 나온다. 무너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나의 의지가 아니라, 나를 바라봐주는 또 다른 손님의 다정함이었다. 방금 전 손님이 던지고 간 상처를, 이 손님이 건넨 온기로 덮는다.
엉망이 되었던 나의 얼굴에, 손님이 직접 '좋은 기분'이라는 화장을 해준다. 지워졌던 미소가 다시 그려지고, 눅눅했던 마음엔 생기가 돈다.
나는 다시 내 감정을 기분 좋게 바꾸고
주문을 받으며 손님과 대화를 시작한다 올레시장의 밤은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