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장사는 인간 수양이다 (도망갈 수 없다)
2026.01.28
“너무 따뜻하게 입고 오신 거 아니에요?”
주문을 마친 두 딸과 엄마에게
분위기를 조금 가볍게 만들고 싶어 던진 말이다.
웃음 한 번
내가 기다린 대답은 이거였다.
“네, 그러게요.
서귀포는 덥네요.”
그런데 돌아온 말은 이랬다.
“춥던데요.
동백 보러 갔더니 추워요.”
그 순간,
웃기려다 미끄러진 개그맨처럼
속으로 움찔했다.
아, 지금 나는
상대를 이해하려 한 게 아니라
아는 척을 하려 했구나.
이 동네 사람인 척,
따뜻한 서귀포 날씨를 자랑하려는 마음
그들이 지나온 하루를 놓쳤다.
나는 이미 따뜻했고,
그들은 이제야 따뜻해지러 들어온 참이었는데.
블랙코미디는
상대를 아는 척하는 순간 실패한다.
장사는 종종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이 미끄러졌다는 걸
빠르게 인정하는 것이라는 걸
또 배운다
오늘도 손님은 많았지만
내 말은 손님에게 웃음을 주기 전에 미끄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