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5 손님~~

죄수번호 같아요

by 치킨 아저씨

2345번 손님, 닭강정 나왔습니다.

바쁠 때는 속도가 정의다.

주문이 몰리고 전표가 쌓여가면 전표에 휴대폰 번호 끝자리를 적는다.

“2345번 손님~” “9812번 손님 준비됐습니다.”

빠르다. 정확하다. 실수도 줄어든다.

나는 스스로를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기다리던 손님의 말이 들려온다

“번호로 부르니까 죄수번호 같았어요.”

멈칫했다.

나는 그저 효율을 택했을 뿐인데
그 손님은 ‘번호가 된 기분’을 느꼈다.


그날 이후 내가 부르던 숫자들이
갑자기 낯설어졌다.


장사는 늘
효율과 분위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람을 ‘처리’ 해야 할 대상으로 보게 된다.


한 개라도 더 팔려고 빠르게 튀기고
빠르게 포장하고
빠르게 부르고
빠르게 넘긴다.

속도는 올라가는데
손님과의 온도는 내려간다.

나는 사람을 상대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흐름을 상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시장이라는 곳은
번호표가 아니라 이름이 오가는 곳이다.

“덕이 사장님 왔소과.”
“삼촌, 나 3학년 됐어요.”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기억하고
아이 이름을 부르고
가끔은 출신지를 묻는다.

그게 시장의 힘이다.


그런데 바쁠 때면
사람이 숫자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방식을 바꿔봤다.

아이 손님이면 이름을 묻고 적는다.
“민준이 준비됐어!”
그러면 아이 얼굴이 밝아진다.

어른 손님이면 “어디서 오셨어요?”
짧은 한마디라도 대화를 만든다.

조금 느려졌다. 하지만 공기가 달라졌다.


이름을 부르고 온기를 교한하니 번창하라는 인사가 돌아온다

장사의 쓴맛은
매출이 떨어질 때보다
내가 사람을 숫자로 다뤘을지도 모른다는 자각에서 온다.


효율은 필요하다.
하지만 효율이 사람을 밀어내는 순간 가게는 공장이 된다.

나는 공장을 하고 싶은 걸까, 가게를 하고 싶은 걸까.|


오늘도 주문이 밀리면 손과 마음이 바빠진다. 그럴 때일수록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사람을 부르고 있는가, 번호를 부르고 있는가.”


장사는
사장의 태도가 더 뜨겁게 남는다.

그리고 나는 아직,
사람을 부르는 사장으로 남고 싶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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