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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현지 Aug 02. 2023

버블들

그것은 두려움 이후 공허함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무렵 

평화롭게 구름은 머리 위로 하나둘 모여들었죠 

버블들이 세기의 얇은 막을 뚫고 태어나기 시작합니다 


버블 속에서 우리는 떠다닙니다 

저마다의 세계 

버블 밖의 세계는 폐허이거나 갱신을 기다리고 있어서 

탐사로봇만이 수신된 전파들 사이로 폐허가 된 행성을 걸어 다닙니다 


종일 우리는 버블 안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우리고 

생존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내 잠이 드는 것입니다

곧이어 새로운 이상기후가 나타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스크린 위로 방영됩니다 


버블은 종종 충돌합니다, 충돌을 도모합니다 


수도꼭지를 틀면 버블이 무거워져 이내 터져버리니까 

최소한의 눈물을 흘리고 

최소한의 음식을 하고 

최소한으로 사랑합니다 

조금씩 자라나는 새싹은 드디어 잎사귀를 피워냈습니다 


잎사귀 하나가 이름 모를 행인의 손등에 닿는다면, 


해수면이 낮아지고 있었고 

북극곰들은 두꺼운 발톱으로 종족의 가슴을 휘갈겨 

죽음의 축제를 맞이할 상상을 합니다 

우리는 투명한 버블 안에서 세계의 안과 밖을 가늠하는 일정을 추가합니다 

버블 스크린 위에서 대기 중입니다 


들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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