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의 시작. 엄마인 나에게도 유아를 대하는 마지막 시기.
26년이 되었다.
25년을 돌아봤을 때 정후에게 책을 너무 못 읽어준 것 같다. 더욱이 소통도 제대로 못 해준 것 같아서 26년에는 다시 백일 동안 독서를 해주기로 다짐했다.
내 일기장에는 다시 정후의 백독시작이 적혔다.
영어학습서도 어제 준비를 해두었다. 6살까지는 계속 듣기만 많이 했다면 올해는 PK, GK, 기본 문법을 모두 함께 해주고 26년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럼 1학년이 되는 27년에는 GR1을 시작하면서 '해리포터'를 읽을 수 있도록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한다.
정후의 흥미가 그때까지 해리포터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26년에는 해리포터 영상도 꾸준히 보여줄 예정이다. 영화를 자주 보다 보면, 모든 장면이 책을 읽다가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그 순간을 맞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문득, 나는 영화 장면들을 정후와 같이 보지 않고 있는데, 정후가 읽다가 이해안된다는 부분을 나도 이해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뿔싸, 오늘부터 정후가 해리포터를 볼 때, 나도 같이 영화 장면을 볼까?
하지만 나는 참 그 해리포터가 나에게는 취향이 너무 아니네.
내가 재미를 못느끼는 것을 정후는 푹 빠져들었을 때, 그 흥미를 넓혀주기가 참 곤란하다.
그래도 최소한의 노력으로 나는 영상을 틀어줄 것이며, 책을 사줄 것이다.
올해는 잠들기 전에 책을 읽고 워크북까지 하는 것이 꽤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정후는 이제 글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고,
‘사랑해요’를 ‘사, 하, 요’라고 스스로 써서 나에게 엄마 선물이야~ 하며 내밀어 쓸 만큼 어느 정도는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활동지를 내가 꺼내놓고 '독후활동'이라고 부르는 게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
나는 원래 어떤 활동도 내가 주도해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7세다. 나는 이 활동지를 모두 격파하듯 깨부수면, 8세에는 정후의 책들을 대부분 정리할 생각이다. (정리를 못하는 내가 꼭 후회없이 정리 할 수 있도록 깨부수자.)
그리고 8세에는 그때 정후의 흥미에 맞는 새로운 책들로 책장을 채워줄 예정이다.
어제, 정후도 책을 읽다가
“엄마 이거는 너무 짧잖아” 하고 말했다.
그 말에 나도, 정후도 같은 걸 느끼고 있구나 싶었다.
'충분히 더 긴 책을 읽어도 되겠군.'
어제는 나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한 첫날이었다.
책을 읽었고, 활동지도 했다.
선택한 책은 지난 백독할 때는 조금 어렵다고 느껴졌던 위인전 홍원서의 책이었다.
하지만 정후는 그 책을 보고 반가워하지 않았다.
그 대신,
“어! 이거 내가 좋아하는 책이잖아!”
하고 다른 책장 구역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꺼낸 책은,
어릴 때 정후가 좋아했던 창작책 **『족제비들은 무얼 할까』**였다.
가끔 정후 입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 이라는 말을 할 때, 나는 그동안 '책'이라는 사물이 정후의 놀잇감이 되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책 선택은 너의 몫이지.
정후는 어릴때부터 펜으로 보는 걸 싫어하면서 대부분 “엄마 목소리로 읽어줘~” 하고 펜으로 찍으면 “이거 말고 목소리로 읽어줘~” 하며 감정이 상하는 일이 많았기에,
“혹시 사파라펜 필요해?” 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다행히 오늘은 “응, 필요해~” 하길래, 흐름이 끊기기 전에 얼른 가져다 주었다.
25년 4월로 교습소를 해볼까해서 정리정돈 했던 작은 방을 정후의 잠자는 방으로 바꿨더니,
정후가 더 안정감을 느낀다.
올해에는 이 방 안에서 정후의 머릿속과 마음속에 책의 지식과 지혜가 가득 담기기를 바란다.
책도 읽고, 활동지도 하고, 여러 권을 읽다 보니 밤 10시가 넘었다.
순간 내 자신의 목표인 기상시간을 생각했고, 내일 아침 5시에 일어나기에는 많이 빠듯하겠다고 느꼈다.
왜냐면 정후는 누워도 바로 잠들지 않기 때문이다.
책 마지막에 “이제는 잠을 자는 시간이에요”라는 구절이 나와서
나도 똑같이 “우리도 잠을 자는 시간이에요~” 했다.
역시, 정후는 안 된다고, 한 권만 더 읽어달라고 했다.
순간, 늘 똑같은 패턴인 악순환이 떠올랐다.
정후는 더 읽어달라고 하고 나는 안된다고 하고 씨름을 하는 그런, 마치 아이들이 티격태격 싸우는 모양새가.
하지만 오늘은 26년이다. 나는 오늘부터는 정후에게 ‘올바른 생각’을 강조해서 심어주려고 마음먹었다.
자아폭발기인 정후는 자주 짜증 섞인 목소리와 주체 못하는 행동으로 내 콧등을 넓히고, 내 머릿속 뇌에 진동을 울리는 듯한 압박감을 주곤 한다.
하지만, 나는 어제 새벽 6시에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읽는 남자 아이 관련된 책을 읽었다.
그 책 덕분에 다행히도
“아, 원래 이 시기는 그렇다. 엄마인 나도 같이 짜증 내면 안 된다.” 하고 내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과거 같았으면 “짜증 내지 마!” 하며 나도 짜증을 냈겠지만, 나는 참을 수 있었고 참았다.
멈추는 것을 너무나도 모르는 내 아이 정후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나는 기다림을 선택한다.
“네가 대화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엄마가 기다릴게.”
정후는 왜 말을 안 하냐며 불안해하면서
손으로는 장난감을 만지고, 발로는 장난감통에 발을 담그고, 눈은 마주치지 않는다.
'아, 너는 아직은 대화할 준비가 안 되었구나.'
나는 웃지도 않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말한다.
"지금 너는 말로는 대화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손으로는 장난감을 만지고 있어.
발로는 장난감통에 발을 담고 있어.
너는 너 스스로 진정할 수 있어.
나는 너에게 시간을 주는 거야.
기다릴게.”
정적이 흐르고 무섭지 않는 눈빛을 정후를 바라보았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늘은 정후가 감기 기운도 있었고, 일찍 샤워도 했고, 시간으로봐도 잠이 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단순한 짜증이 아니라 잠투정일 수도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을 잘 넘기고, 잘 말해두면
내일부터는 훨씬 편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정후가 행동 조절이 안 되는 아이로 자라지 않고,
강점과 사고력을 가진 아이로 자라게 될 거라고 믿는다.
곧 정후는 진정하고, 나에게 “잘 자”**라고 말한 뒤 잠이 들었다.
오늘은 짜증이 아니라 어쩌면 지쳐서 잠이 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정후에게 화를 내지 않았고,
기다림을 보여주었고, 올바름을 알려주기 위한 것임을 말해주었고,
정후도 나에게 미움이 아닌 ‘잘 자’라는 말을 해주었다.
오늘도 정후는 잘 성장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생길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단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내 아들을 정말 사랑하고,
정후가 세상에서 건강하게 잘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에 현명하게 행동할 것이다.
정후야 네가 있어서 엄마는 오늘 하루도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