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관심사

내 아이를 관찰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다.

by 멜리챌리

당신의 아이는 어릴 적 어떠한 것에 꽂혔는가?내 아이의 경우에는 꽂히는 관심사가 참 독특했다. 생각을 거슬러가보면 정확하진 않지만 두돌 이전 부터 그랬던 것 같다.



처음 아이가 꽂혔던 것은 두 살 무렵의 골프였다. 다들 2살아이가 무슨 골프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아이는 그때 미친듯이 골프에 빠져들었다. 내 기억속에 아이가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있었으니 초가을이라고 하더라도 더운 날이었다. 더웠기에 아이와 시원하게 있을 만한 실내를 찾다가 아파트 내의 휘트니스센터를 갔었던 것 같다. 그곳은 에어컨을 항시 켜두니까 말이다.



그날 아파트 내 휘트니스센터장에서 꽤나 좁은 문틈사이로 보이는 골프를 보고 아이는 유모차에서 앉아서 보다가 서서도 보고 쭈그려앉아서도 보면서 집에 가자는 나의 말에도 더 있겠다며 버텼다. 그 뒤로 아이는 골프를 보겠다며 졸라서 여름내 휘트니스센터장으로 자주 왔다.


아이와 나는 휘트니스센터장 내의 유아실내놀이터에서 다 놀고나서 골프구경을 하는 것이 하나의 정해진 코스가 되었다.


골프치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나는 애써 골프연습장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시선을 그들에게 두지 않고, 아이가 가자고 할 때까지 먼곳만 바라보았다. 아이는 직접 들어가보지 못하고 위험하다는 경고에 늘 밖에서만 구경했다.



한 달이 넘게 아이가 계속 골프를 좋아하는 것을 보고 나는 이 골프에 대해서 더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했다. 난 골프에 골자도 모르기 때문에 쉽게 유튜브로 골프영상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이 골프영상을 보면서 아이는 더 깊숙히 매료되어 갔다.



어떠한 영상에서 골프채로 공을 칠 때면 내 아이도 장난감 골프채를 휘둘렀다. 아이는 그 뒤로 장난감골프채를 여러 번 부러뜨릴 정도로 홀로 연습했다.가끔 아이의 스윙에 나도 팔을 휘두를 때도 있었는데 몸이 따라와 주지 못하는 내자신이 웃겨서 아이와 나는 하하하 웃으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골프사랑은 오래 계속되었다. 골프책을 사달라는 아이에게 유아가 볼 만한 골프책이 있을까 싶었다. 나는 마땅한 책을 찾지 못해서 성인들일 보는 골프잡지를 사주었다. 아이는 이 골프잡지를 매일 밤 읽어달라고 했다. 반복독서를 좋아할 시기라는 아이발달 때문인지 어떨 때는 1시간 내도록 골프잡지를 보려고 하는 바람에 가끔은 정말 미쳐버리겠다 싶을 정도로 짜증이 올라오기도 했다. 가끔은 얘가 세계적인 타이거우즈를 능가하려는 아이가 되려나 싶기도 했다. 어느 날은 장난감골프채 말고 진짜 골프채를 한번 만지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알아보았다. 유아 골프교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문의를 했다.



갓 두돌이 지나는 아기에게는 체험을 시켜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난 그동안 내 아이가 얼마나 골프에 빠져들고 있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가의 5만원의 체험비용을 내고 부탁드렸다. 오만 원의 가치는 그동안 수많은 어른들에게서 들었던 ‘위험해서 들어오면 안돼’라는 좌절의 단어를 아이에게 ‘와도 돼‘라는 말로 알려주기에 전혀 비싼 금액이 아니었다.



체험 날, 아이는 체험시간 내도록 정말 좋아했다.나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은 그곳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주 감사하다. 그때 체험하면서 남긴 동영상은 내가 아이에게 세상은 불가능한 게 아니라 뭐든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첫 번째 날이었다.



골프의 관심사가 수개월이 지나서 차츰 수그러들때 쯤 아이는 탈춤에 꽂혔다. 안동에 놀러갔다가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보았는데 집에 오자 그 내용을 계속 읊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에 갔기 때문에 공연장이 실외라서 금방 자리를 일어날 생각으로 맨 뒤에서 자리를 잡고 보았는데, ’이제 그만 갈까?‘라는 나의 물음에 아이는 아니 계속 보자고 했다. 그렇게 모든 공연이 끝날 때까지 아이는 어떤 움직임도 없이 보았다. 아이와 탈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리문화에 대해서 더 알아갔다. 주제가 탈춤이라서 도서관에서도 유아자료실 보다는 초등자료실에 더 많은 책들이 있어서 초등자료실의 책으로 보았다. 아이가 볼 만할까 싶은 생각해도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아이는 내가 빌려온 책 중에 보림출판사의 ’국악기‘ 책을 특히 좋아했다. ’나도 장구 쳐보고 싶어.‘라는 아이에 말에, 늘한번 빠지면 푹 빠지고 알고 싶을 때까지 빠진다는 것을 아는 나는 곧장 대구 근교에서 장구를 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보았다.



’장구를 어디에서 쳐 볼 수 있을까?‘ 몇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3살 아이에게 장구 체험을 시켜줄 수 있냐는 부탁은 모두 거절당했다. 얼마 지나서 나는 박물관에 가면 국악기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그 길로 박물관을 검색해보았고 어느 블로그에서 밀양박물관에 장구 외에 몇 종류 국악기가 더 있다는 글을 보고 밀양으로 향했다. 비가 엄청 쏟아지는 날, 우리는 밀양에 도착했다. 하지만 알고 있던 것과 달리 다른 국악기는 있었지만 장구는 없었다. 아이에게 장구를 볼 수 있다고 한껏 기대에 부풀게 했던 나로써는 당황스러웠다. 알고보니 얼마 전에 장구채가 부러져서 치웠다는 게 관리인의 말이었다. 이 말을 듣고 아이와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이는 시무룩해했다. 다른 많은 것들을 둘러본다해도 진짜 아이가 원하는 장구를 못 치니 아쉬울 수밖에.



얼마 뒤 다시 검색을 해 본 후에 충청도에 난계박물관에서 아이들의 국악기체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은 아이들이 체험하는 곳이었기에 어느느구도 내 아이에게 안된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 싶었다.



그렇게 충청도로 향해서 난계박물관에 도착했다. 아이는 자신의 눈 앞에 놓여진 수많은 장구들을 보면서 정말 뛸 듯이 기뻐했다. 아이의 표정만으로도 멀리 충청도까지 온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체험시작이 되면서 아이는 한 자리를 잡고, 형, 누나, 다른 어른들과 함께 연주를 했다. 아이가 배우면서 희열을 느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도 아이에게 드디어 제대로 된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줬구나라고 생각되어 아주 행복했다.



그 후에도 계속된 국악기 사랑에 무형문화재인 분을 찾아가서 실제로 상담받기도 했다. 세 살이라도 또래보다 더 작은 체구에 ’설마 얘가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국악기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선 정말 신기하다며 칭찬하기 일쑤였다. 아이는 그렇게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며 보냈다.



아이의 관심사를 따라가는 것은 그 후에도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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