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죽음을 맞이하길 원하고 계신가요?"
"여러분은 어떤 죽음을 맞이하길 원하고 계신가요?"라는 어느 강연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원하는 죽음과 장례식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험난한 세상에 태어난 것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 조합에 의해 우연히 태어나게 되었지만 사는 게 힘들었다고 해도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이 나라를 부정한다거나 다시 태어나면 지구에서 가장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평생을 산 국민이자 시민으로서 이 나라를 평가한다면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 많은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한창 자라야 할 시기인 청소년기를 거치고 있어 더 많이 자라야 하는 '나라'지만, 쓸데없이 높은 이상을 채우기 위해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기만의 기준을 만들어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살아간다면 꽤 괜찮은 나라였다. 저승에서 누군가 어떤 나라에 다시 태어나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나라를 선택할 것이다.
앞으로 얼마의 시간을 더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노년이 된 나를 상상하면서 내가 원하는 죽음과 장례식에 대해 한번쯤은 적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글로 적어 보기로 했다.
2022년 기준 평균 수명이 84.1세 2050년에는 평균 수명이 약 90세가 된다고 한다.
두 가지 평균 수명을 놓고 보아도 이제야 절반의 인생을 살았고 앞으로 절반의 인생을 더 살아야 하지만 태어나는 것과 같이 저승으로 가는 것은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이동욱처럼 잘생긴 저승사가 나를 마중 나오게 될지 모른다.
누구나 그렇듯 평균 수명까지는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뜻하지 않은 불의의 사고를 겪게 될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큰 병에 걸릴 수도 있기에 그 많은 날 중 가장 건강하고 가장 젊은 시절인 오늘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이 글을 본다면 조금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생기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지금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적어 본다.
첫 번째로 뜻하지 않은 큰 사고로 인해 병원 응급실에 가게 된다면 수술을 하더라도 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사 소견을 받게 된다면 나는 모든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
이미 사고로 인해 부서질 만큼 부서진 내 몸이 의료 장비에 다시 한번 난도질당하는 경험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고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죽어가는 몸을 살리고자 가족들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통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노년이 된 나에게 큰 병이 찾아와 남겨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얼마 남지 않는 시간들을 아픈 사람들이 가득한 병원 침대에 누워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평소와 똑같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족들 곁에서 죽음을 맞이하길 바란다.
노년에 병이 들어 몸이 쇠약해졌다면 그건 몸의 주인인 내가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인 만큼 누구도 원망하지 않으니 내가 스스로 내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그날까지만 살 수 있기를 원하니 몇 개월만 이라도 더 살게 만들어 보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종종거리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주어진 수명을 다해 나의 침실에서 어느 날 잠들 듯 생을 마감했다면 그만큼 감사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되면 나의 장례식은 이렇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장례식은 이일 장으로 하고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연락하라.
삼베로 만들어진 수의 대신 내가 가장 아끼는 블랙 투피스와 구두를 입기를 원하고 긴 머리카락은 6:4 가르마를 해 단정하게 하나로 묶어 빗질을 하고 생전에도 화장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으니 얼굴은 깨끗이 씻기어 눈썹은 가볍게 그리고 입술은 말린 장밋빛으로 가볍게 발라 주길 바란다.
잠들 듯 관속에 누워 있는 몸은 화장을 하고 남은 재는 가능하다면 오랜 세월 땅을 딛고 자라야 하는 나무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목장으로 했으면 한다.
나를 보낸 후에는 자주 생각하지 말고 매년 돌아오는 제삿날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 대신 그날만큼은 나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기 바랄 뿐이다.
주어진 생을 사는 동안 어느 위치에 있든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올라갈 수 있는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치맛바람 일으키는 드샌 어머니 대신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모나지 않고 평이하고 조용한 어머니로 한 인간을 잉태하고 출산해 꽤 괜찮은 사람으로 양육했으니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소명은 잘 해냈다 생각한다.
그러니 너무 많이 울지 말고 너무 깊이 슬퍼하지 말고 담담히 보내 주었으면 한다.
이천이십삼 년 삼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