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동생

by SAHAS


진서 아빠를 보내고 오는 사이에 아이들은 벌써 통성명을 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놀고 있는 중이다.

"아들은 일어나서 씻은 거야?"

"아니, 아직"

"그러면 아들은 거실 화장실에서 양치랑 세수하고, 진서는 아줌마랑 같이 안방 화장실에서 씻자."


운동한 후 샤워를 바로 해야 하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바로 씻기는 힘들 듯하다.

산하는 진서를 데리고 안방 화장실로 움직였다. 아직 애기 이기는 하나 여자 아이니 자신의 아들이 보는 데서 벌거벗겨 씻길 수 없어 안방 화장실을 선택했다.


진서 발목 높이까지 욕조에 물을 채운 후 어린이용 바디 워시로 샤워도 하고 어린이용 샴푸로 머리도 감고, 얼굴도 예쁘게 씻은 후 베스 타월로 돌돌 말아 침대로 옮겼다.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오빠가 입었던 옷 중에서 예쁜 티셔츠를 골라 원피스처럼 입히고, 팬티 대신 기저귀 팬티를 입혀 거실로 나왔다.

혹시라도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씻기면서 몸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멍이나 상처가 있지는 않았다.


산하도 얼굴과 팔, 다리만 대충 씻고 자신과 아들이 먹을 점심이랑 진서가 먹을 먹은 점심을 따로 준비해서 식탁에 앉았는데 진서가 앉을 아기용 의자가 없어 거실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진서는 자신의 아들과 달리 구릿빛 피부 톤을 가졌다. 밥도 잘 먹고 오빠랑 말도 잘하는 것을 보니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예쁜 아이인 것 같다.

산하 아들 준서는 뽀얀 피부가 매력적인 하얀 얼굴에 말솜씨도 좋아 어떤 이야기도 재미있게 표현할 줄 알아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있는 아이다.

진서한테서도 그 인기가 발휘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귀찮아하지도 않고 이것저것 진서한테 이야기해 주면서 재밌게 잘 놀아주고 있는 중이다.

혼자 자라 외로움을 알아서 그러는지 어디서 왜 왔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놀아주고 있는 덕에 산하는 집안 청소와 빨리, 정리를 끝냈다.


진서가 입고 있던 옷도 어린이용 세탁기로 빨아서 건조기에 돌려 말리고 있는 중이다. 바쁘게 집안 일을 하다 보니 거실이 조용해져서 가보니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낮잠을 자러 방으로 들어갔나 해서 준서 방으로 가보니 진서는 준서 침대 위에 잠들어 있고 준서는 진서가 자다 떨어지지는 않는지 침대 밑에서 지켜보고 있다. 어떻게 또 침대에서 재울 생각을 했는지 기특하기도 하다.

"아들 고생했어, 진서는 이제 엄마가 볼게 너 하고 싶은 거 해."


진서를 안아 들어 안방 침대에 눕히고 베개로 가림 막을 쳐 놓고 안방 문은 열어 둔 채 아들 방으로 갔다.

"진서는 어디서 만난 거야?"

아들이 이제야 가장 궁금했던 걸 물어본다.

"운동 끝나고 오는데 엄마 다리랑 접촉 사고가 났었어. 그런데, 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엄마 다리를 붙잡고 놓지를 않아서 데리고 왔어. 데리고 오면 아들이 잘 놀아 줄 거 같아서.” 산하는 믿음직한 준서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랬구나. 진서 집은 어디래?"

"여기서 차로 오분 거리 정도, 걸어서는 좀 가야 되고"

"애기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

"엄마도 아들 애기 일 때 본 이후로는 처음인 거 같네!"

"얘기 들은 보통 낮잠을 두 시간 정도 자니까 일어나면 진서 아빠한테 데리러 오라고 연락할 테니까 아들도 낮잠을 자던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놀고 있어."

"그럼 진서 자는 동안 나는 게임을 좀 해야겠다."

아들은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를 향해 쪼르륵 달려간다.


진서가 자고 있는 안방으로 돌아온 산하는 핸드폰 문자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진서 아빠가 초면에 여러 가지로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산하도 답장을 보냈다.

"집에 와서 목욕하고 오빠랑 점심도 잘 먹고 지금은 낮잠 자는 중이에요"

“진서 일어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추가로 문자를 보낸 후 침대 옆 협탁 위에 있는 책을 들어 올렸다.

책은 펼쳐 들었지만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집에 가기 싫은 이유가 엄마가 없어서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집에 데리고 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가 모두 필요한 존재이지만, 나이가 어린아이들일수록 엄마가 필요한 순간이 더 많다. 자신의 기억에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때마침 그곳을 지나고 있던 자신의 다리를 붙잡게 만든 것이 아닐 까. 진서가 아기일 때 부모가 이혼을 했다면 진서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을 것이다.


집에서만 생활할 때는 엄마라는 존재의 부재를 느끼지 못했을 테지만, 네 살에 어린이 집을 다니고 있다면 친구들이 엄마랑 같이 다니는 것을 보면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깊게 알지는 못하지만 자신에게는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직감으로 알았을 것이다.

준수도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 행사에 아빠가 바빠서 참석하지 못하면 밝은 표정 속에 그늘이 보였기 때문에 진서의 마음을 조금 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이가 어려도 어른들이 말해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세상 모든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이해하고 있는다는 것을 어른들은 알아야 한다.


침대에서 곤히 자던 진서의 엉덩이가 꼬물꼬물 움직이더니 부스스하게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 산하는 보고 있던 책을 덮고 진서에게 다가갔다.

진서의 등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니 일어나 얼굴을 들어 안방을 한번 훑어보더니 산하와 눈이 마주치자 씩 하고 웃는다. 웃는 모습이 꽤나 매력적인 아이인 것 같다.

"진서 잘 잤어?"

고개를 끄덕하며 "네" 하고 대답을 해 준다.

낯선 집에서 자고 일어났지만 울지도 않고, 아빠를 찾아 보채지도 않는 씩씩 한 아이를 보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들은 뭔가 결핍이 있으면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철이 드는 것 같다. 나이가 어린아이들에게는 그 철듦이 어른들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부분에서 티가 난다.


산하는 진서에게 화장실 가서 쉬 할까 하고 물어보니 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겠다고 하여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아들이 쓰고 있는 어린이용 쿠션이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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