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by SAHAS



산하는 자신의 이름을 물어오는 찬영의 문자를 받는 순간 이름을 알려줘도 되는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같은 동네에 산다고 하더라도 다시 만날 확률이 높지 않은 사람이기에 굳이 인연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혹여 라도 진서가 오빠랑 다시 놀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차피 연락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름을 알아 보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자신이 알려 주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름을 알려 주었다.

자신의 이름을 문자로 알려주니, 진서 아빠도 자신의 이름을 답장으로 보내왔다.





산하의 친정 집은 산하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같은 단지로 걸어서 오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산하가 출근 할 시간이 되면 친정 엄마는 자신의 남편인 산하의 아버지가 출근 한 후 손자인 준수를 유치원에 등교 시키기 위해 산하 집으로 오신다.

당신들의 딸은 어느 자식보다 차분하고 바른 사람이어서 누구보다도 결혼 생활을 잘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두 분의 예상과 달리 십 년이 안되어 이혼을 하게 되어 두 분이 한동안 마음 고생을 하셨다.

그래도 홀로서기를 선택한 딸이 직장 생활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을 때, 열심히 공부해서 배운 거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결혼했는데 이제라도 써 먹을 수 있으면 좋은 일이라며 걱정 말고 다니라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다.


친정 엄마의 도움으로 출, 퇴근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산하는 부모님에게 감사 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아직까지 직장 생활을 하시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불편함이 없으신 상태지만, 준서가 유치원에서 하원을 하면 별 다른 학원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하루 여섯 시간 정도는 어머니가 준서를 돌봐 주셔야 하기에 산하는 자신이 받는 월급의 절반을 어머니께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산하는 패션 브랜드 기획팀으로 출근을 시작한 지 이 주차되는 경력직원이다. 나이로는 현재 직급보다 높은 직급이어야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 두고 후 프리랜서 작업을 꾸준하게 진행해 왔던 경험을 인정받아 대리로 입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산하 자신이 직장 생활을 하는 것 자체에 만족하기에 직급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기획팀은 매주 월요일마다 업무 회의에 필요한 자료를 당일 회의 직전에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평소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일찍 출근해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민석 씨는 지난주 상품별 판매 현황표 두철 씨랑 지석 주임은 업체별 생산 현황표 업데이트 아홉 시 삼십 분까지 완료해 주세요. 나머지 직원들은 두 사람이 보고서 만들 수 있게 데이터 정리 같이 진행해 주세요”


산하가 팀원들에게 필요한 자료들을 요청하면서, 자신은 재 생산이 필요한 상품 리스트와 각 상품의 오더 수량을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 중에 있다.

오더 수량 책정은 기획팀 업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로 정확도에 따라 이월재고 수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부담감이 많은 작업이기도 하다.

산하는 팀원들이 만든 보고서를 취합 후 수정 사항이나 추가해야 될 사항이 있는지 살펴본 후 김지은 팀장에게 최종 보고서를 전달한다.

출근 첫 날에는 두 시간 안에 데이터를 취합해서 정리해야 하는 게 무척이나 부담스러웠지만 팀원들 모두 각자 자신의 담당 업무를 탄탄하게 맡아 진행하고 있어서 자신이 손을 대야 하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이렇게 정신 없는 시간이 지나고 완성된 보고서를 들고 김지은 팀장이 회의 참석을 위해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기획팀 직원들은 출근 시간의 여유로운 브레이크 타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월요일 업무 회의는 회사의 모든 팀장들이 모여 주간 별 중요 안건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으로 많은 팀들이 있다 보니 소요되는 시간이 두 시간 이상이다. 매번 회의를 끝내고 나오는 팀장들의 얼굴은 늘 들어갈 때보다 나이가 들어서 나오게 된다.



점심시간이 되자 기획팀 직원들이 다 같이 식당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 김지은 팀장과 산하는 식당으로 가면서 다음 시즌 생산 현황 체크를 위한 출장 일정에 관해 의논을 하는 중이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중 산하는 앞쪽에서 걸어가고 있는 남자가 진서 아빠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배식을 받아 테이블로 이동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테이블에 앉아 팀원들과 식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얼굴을 들었다.


"서산하 씨?"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산하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 보았는데, 진서 아빠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산하가 아무런 대답 없이 본부장을 바라보고 있자 김지은팀장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본부장님 식사하러 오셨어요?"


김지은 팀장의 본부장님 이라는 소리에 놀라 산하는 다시 진서 아빠를 바라보았다.


"서산하 씨 기획팀에서 근무 하시나 봐요?"


찬영이 다시 질문을 하자


"네, 저희 팀 대리예요. 근무한 지 이 주차돼요."


산하 대신 김지은 팀장이 대답을 해 주었다.


"아, 그렇군요. 회사에서 다시 만나게 되서 반가워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진서 아빠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신을 기다리는 직원들이 있는 테이블로 돌아갔다.


"산하 대리님 윤찬영 본부장님이랑 아는 사이예요?"


출근한 지 이 주 밖에 되지 않는 산하가 윤찬영 본부장님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궁금한 희수가 산하에게 물어봤다.


"아, 같은 동네에서 살아서 이름만 아는 사이에요"


산하는 짧게 대답한 후 식사를 이어갔다.


“본부장님 회사에서 먼저 아는 척 하는 직원 없었는데 대리님이 정말 반가웠나 봐요. 먼저 인사하러 오신 거 보면요”


기획팀 막내 희수가 의외라는 듯이 이야기를 꺼냈다.


“저도 본부장님이 직접 인사하러 온 경우는 오늘 처음 봐요”


지석 주임도 희수의 말에 한마디 더 보태는 중이다.


“같은 동네 사는 주민이 같은 회사를 다니니까 신기하셨나 보지, 뭐 특별한 일이라고 밥도 안 먹으면서 수다야. 다들 어서 밥 먹어”


김지은 팀장이 직원들의 수다를 중단 시키고 밥을 먹자 모두들 수다는 잊고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지은 팀장도 윤찬영 본부장이 산하를 보고 직접 인사하러 온 것을 보면서 의외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같은 팀원들도 그렇고 주위에 있던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나중에 윤찬영 본부장을 만나러 가야겠다고 밥 먹으면서 생각 했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자리에 돌아온 산하는 식당에서 만난 진서 아빠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만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그것도 직장에서 상사로 만나게 될 줄을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일이어서 너무 놀라기도 했지만, 자신을 알아보고 인사하러 온 진서 아빠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했다.

서로 이름과 연락처 말고는 아는 것이 없는 사이인데 나중에 사무실로 찾아오거나 자신을 본인 사무실로 불러 확인해도 되는데 굳이 왜 인사를 하러 왔을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중이다

.

똑똑똑.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산하가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을 하니 지석 주임이었다.


“대리님, 저희 출장 스케줄 정리해야 하는데 언제 할까요?”


“아, 그렇지! 십 분 후에 미팅 룸에서 해요. 지석 주임 외 다른 사람들도 모두 참석해서 같이 해요”


“네, 알겠습니다”


산하는 지석 주임이 자리로 돌아간 후 시즌 준비 출장, 생산일정 확인 출장 등 두 가지 사항에 대해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일정과 내용들을 정리해 파일로 저장하여 직원들 메일로 발송을 했다.

기획팀 미팅 룸에 모인 직원들은 산하가 작성한 출장 업무 확인 메일을 노트북을 통해 확인하면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 숙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석주임과 민석은 생산팀과 출장을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본사 직원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미팅을 먼저 진행 한 후 출장을 가라는 산하의 얘기를 듣고 산하도 같이 참석해 달라는 지석 주임의 요청을 수락했다.

지석주임과 민석은 지난 시즌에도 출장을 다녀 온 사람들이어서 산하도 꼭 체크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디테일 한 부분은 두 사람에게 맡겼다.

다만, 맡긴 만큼 문제가 발생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당부도 같이 전달한다.

다다음 시즌 준비를 위한 출장은 김지은 팀장과 산하 그리고 막내 희수가 같이 가기로 했기 때문에 희수는 따로 준비할 사항은 없었다. 다만 첫 해외 출장인 만큼 업무에 관련된 사항 보다는 어시던트를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다. 희수는 첫 해외 출장이라는 설레임에 이미 마음은 비행기를 타고 가고 있는 중이다.


팀원들과 회의가 끝난 후 산하는 미팅 룸에서 회의 시간에 나왔던 내용 중 스케줄에 추가해야 될 내용들은 추가하고 생산팀과 진행할 사전 미팅에 필요한 사항들은 지석주임이 준비할 예정이지만 자신도 따로 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모든 직원이 나가고 산하가 잠시 쉬면서 회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있는데, 희수가 다시 회의실로 문을 열고 들어 온 후,


“대리님, 윤찬영 본부장님이랑 많이 친하세요?”


“어? 아니 이름만 아는 정도야. 몇 번 보지도 못했고”


“그래요!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본부장님은 대리님한테 관심 있으신 가 봐요"


“아니야. 동네서 보던 사람을 회사 식당에서 보니까 반가워서 그러신 거야”


“아니에요. 대리님. 제 촉은 윤찬영 본부장님은 분명히 대리님한테 관심이 있어요,

제가 입사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지석주임도 그렇고 민석 선배도 그렇고 다들 본부장님이 특히나 여직원한테 공개적인 장소에서 인사를 건넨 경우는 오늘 대리님이 처음이래요.

본부장님이 관심도 없는 사람한테 그렇게 까지 하실 분이 아니라는 거죠”


희수는 자신이 보기에 윤찬영 본부장이 산하에게 관심이 있어 하는 거 같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더 하고는 미팅 룸을 나갔다.


희수가 나간 후 혼자서 회의 내용을 확인 하던 산하가 어느 순간 노트북 모니터에 눈은 두고 있으나 생각은 진서 아빠 아니 윤찬영 본부장에 가 있는 중이다.

경영전략지원본부장이기 때문에 자신이 면접을 보러 왔을 때 있었을 텐데, 면접을 본 사람 중 아무리 생각해도 윤찬영 본부장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식당에서 자신에게 인사를 온 본부장을 보고 사람들이 무척이나 궁금해 했다는 걸 자신도 알고 있다.

같은 팀원들도 자신이 본부장과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 궁금해 하는데 다른 직원들은 오죽 할까.


산하는 사내에서 이렇게 주목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는 것이 불편하다.


그렇지 않아도 업무 특성상 타 부서 사람들과 업무 미팅이 많은 편에 속하는 팀원인데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부담스러운 사람과 아는 사이라는 소문이 나버려서 사람들이 물어보면 매번 똑 같은 대답을 해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자신은 오늘 식당에서의 일로 당분간 순탄치 않은 직장생활이 될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지기 시작했다.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전 05화진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