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에서 사적 만남에 대해 시간을 두고 싶다는 산하 씨 생각은 존중할게요"
“고맙습니다”
“그럼 나도 부탁하나 할게요”
“말씀하세요”
“카풀한다고 생각하고 퇴근은 같이해요”
“그러면 회사에 소문 날 텐데요. 저 주목받지 않게 해 주신다면서요 ”
“같은 동네여서 카풀하는 거라고 하면 별다른 얘기는 안 나올 거예요”
산하는 찬영의 요청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하기 위해 잠시 식사를 멈춘 후,
"그럼 일주일에 두 번으로 횟수 한정해요"
"좋아요. 그럼 저도 그렇고 산하 씨도 같이 퇴근하고 싶은 날 문자 하는 걸로 할게요"
"알겠어요"
두 사람은 사적 만남에 대한 합의가 끝난 후 식사를 마저 이어 갔다.
"다 드셨으면 이제 일어날까요? 너무 늦었으니까 집 현관 앞까지 같이 가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사적 만남 일 때는 편하게 말해요, 원한다면 반말도 괜찮아요”
"반말까지는 아직 어렵겠지만 편하게는 말할게요"
찬영은 산하에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호칭은 산하 씨라고 이름으로 부를게요. 저도 이름으로 불러 주면 좋을 거 같아요"
"친구들은 이름으로 부르지 않아요?"
"동성 친구들이 부르는 거 하고 산하 씨가 이름 불러주는 거 하고는 느낌이 다를 테니까요"
"하하하, 그럴게요"
찬영은 산하를 육 층 집 현관 앞까지 배웅을 한 후 산하를 집에 먼저 들여보내고 자신도 집으로 향했다.
찬영의 배웅을 받으며 집에 들어온 산하는 곧장 준수 방으로 향했다.
늦게 퇴근을 했기에 아홉 시가 되면 잠자리에 드는 준수가 잘 자고 있는지 보러 가는 길이다.
자기 키 만한 고양이 인형을 안고 잠들어 있는 준수의 모습을 확인한 후 드레스 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기 위해 안방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친 산하가 거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하니 자신이 씻고 있는 동안 찬영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멀지 않은 곳이지만, 저는 잘 도착했어요”
“이제야 문자를 확인했어요. 오늘 저 때문에 피곤하실 텐데 푹 쉬세요”
답장을 보낸 후 자신의 핸드폰을 닫아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후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서 캔 맥주 하나를 꺼내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 혼자 마시는 술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오늘은 가볍게 한잔 하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날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한 번의 그 짧았던 만남이 오늘을 기점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인연으로 바뀌게 된 날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다리를 잡고 있던 조그맣고 귀여웠던 아이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이 두 사람 인연의 시작이었던 듯하다.
진서를 데리러 자신의 집으로 다시 왔을 때서야 자세히 보게 된 남자는 자신의 딸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는 좋은 아빠였고 딸과 비슷한 외모의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한 번의 고백에 진지한 만남을 허락할 만큼 그 남자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어쩌다 자신이 그 남자의 고백에 홀려 단단히 엮이게 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산하는 남아있던 맥주를 한 번에 마신 후 빈 캔을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거실 조명을 제외 한 모든 불은 끄고 안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몸을 뉘었다. 찬영과의 사적 만남을 승낙한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일이기에 더 이상의 고민은 시간 낭비 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하의 집에서 출발한 찬영은 집에 도착해 산하에게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낸 후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진서를 데리고 오기 위해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두 분 모두 주무실 시간이라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 곤히 자고 있는 진서를 이불 째 안아 들고 나오는데 어머니께서 인기척을 느끼셨는지 거실로 나오셨다.
"그냥 여기서 재우지 뭐 하러 늦은 시간에 올라왔어!"
"데려간다고 약속했으니까 데리고 가야죠. 늦게 죄송해요. 얼른 주무세요"
"그래, 조심히 내려가거라"
이불에 쌓여 있는 진서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데려와 자동차 침대에 뉘인 후 잠옷 매무새를 정리해주고 진서가 좋아하는 노란색 이불을 덮어 주었다. 나이가 아직 어린 진서지만 아빠랑 같은 침대를 쓰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으로 따로 자는 대신에 자신을 찾거나 부를 때면 바로 갈 수 있게 방문은 열어 놓는다.
진서를 침대에 뉘인 후 집 문단속을 마친 찬영은 그제야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뉘인 후 핸드폰을 확인하니 산하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찬영은 산하의 답장에 다시 답장을 보내 주었다.
“오늘 허락 후회할 일 없게 해 줄게요”
자신의 짝을 만나면 첫눈에 반한다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 보기는 했지만 경험해 본 적 없는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음을 움직인 여자를 만났고 고작 두 번 얼굴 본 것이 다 였던 여자에게 첫 고백을 했고 감사하게도 좋은 답을 받아서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산하를 만났던 날 느꼈 던 좋은 예감이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
자려고 누웠던 산하는 문자 알림음에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하니 찬영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찬영이라는 남자는 오늘 단둘이 얘기를 나눌 때도 느꼈지만 보내온 문자에서도 겉으로 보이는 샤프한 이미지와는 달리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하는 찬영의 문자에 방금 자신이 했던 생각을 그대로 답장으로 보냈다.
"오늘 본 찬영 씨는 부드럽고 따뜻함이 있는 로맨틱한 사람 같아요"
출근 시간 티 타임을 가지고 있는 기획팀 직원들은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산하 근처에 모여 어제 저녁에 윤찬영 본부장과 같이 퇴근한 일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서로 눈치만 보면서 말은 꺼내지 못하고 있는데 때마침 김지은 팀장이 출근을 하면서 모두 말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산하는 어제 작성한 두 가지 보고서를 김지은 팀장 책상에 살포시 올려놓으면서 확인 요청을 했다.
“팀장님, 두 가지 내용 확인해 주시면 결재 올릴게요”
“언제까지 확인해야 하는 자료예요?”
“오늘 중으로만 확인해 주시면 돼요”
“알겠어요”
산하가 김지은 팀장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자 혜찬은 어제 일의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산하게에 질문을 했다.
“산하 대리님, 어제 윤찬영 본부장님이랑 같이 퇴근하신 거 맞죠?”
혜찬의 말에 기획팀 직원들의 모든 눈이 산하로 향했고 김지은 팀장도 무슨 말이냐는 듯 산하를 바라보았다.
“같이 퇴근하는 거 모두 봤잖아요”
“같이 퇴근을 하시는 건 봤는데 두 분이 같이 퇴근 한 이유가 궁금한 거죠”
이번에는 지석이 질문을 했다.
“같은 동네 사는 동민이 야근해서 피곤하니 카풀 해 주신 거예요”
“그게 다예요?”
희수는 뭔가 더 이야기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으로 산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게 다예요. 여러분 질문은 이제 그만 받을게요”
산하가 질문을 그만 받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다들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김지은 팀장을 바라보며 질문을 더 해주기를 바랐지만 김지은 팀장은 분위기 수습을 진행했다.
“여러분 어제저녁의 일에 대해서 이 순간부터 더 이상 질문도 생각도 하지 말아요. 그리고 우리 팀 직원에 대한 얘기가 다른 직원들한테 말 돌지 않도록 입단속하는 것도 잊지 말고요”
“네, 알겠습니다.”
김지은 팀장은 찬영과 산하가 좋은 인연으로 만남을 갖는 것은 찬성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이상한 소문으로 두 사람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좋지 않은 스캔들에 휩싸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직원들을 단속하는 것이다.
산하는 자신과 찬영을 위해 나쁜 소문이 나지 않도록 팀원들까지 단속해 주는 김지은 팀장의 마음 씀씀이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앞으로는 같이 퇴근을 하더라도 기획팀 사무실로 찾아오는 일은 두 번 다시는 안될 것 같다는 말도 꼭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오전에 대표님과 진행하는 회의에 참석한 찬영은 회의가 끝난 후 대표님과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경영전략 지원 본부장으로 여러 팀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주력 업무는 본사 전략기획 부분이기 때문에 대표님과 단둘이 식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윤찬영 본부장 딸 진서는 어린이 집은 잘 다니고 있어?”
“네, 어린이 집을 다녀서 그런지 말도 더 많아지고 제법 어린이 같아요”
“그렇지, 애들도 또래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면 말도 더 빨리 늘고 행동도 빨라지기도 해. 진서야 아빠 닮았으면 시끄럽지는 않겠지만 똑 부러지기는 하겠어”
“배우는 게 많아져서 그런지 궁금한 것도 많아지는 거 같아요. 요새는 같이 있으면 대답해 주는 게 일이에요”
“한참 궁금한 게 많을 나이지, 네 살이면”
“그런 거 같아요”
"진서 혼자 키운 지 삼 년 돼가는 거 아니야? 주변에 좋은 사람 있는지 내가 알아봐 줄까?"
"괜찮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있는 거야?"
찬영은 대표의 질문에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말을 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혹여라도 다른 곳에서 듣는 것보다 자신이 미리 말해두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에 말을 꺼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서 만나 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그래! 다행이네, 윤 본부장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고 하니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네, 뭐하는 사람이야?"
"그게.... "
"뭐야, 왜 윤찬영 본부장답지 않게 뜸을 들여, 혹시 회사 직원 중 한 사람이야?"
".... 네"
"오호, 어느 팀인데?"
"그건 조금 더 진도 나가면 말씀드릴게요"
"알았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제일 먼저 말해야 돼"
"알겠습니다"
찬영이 입사 후 동기들보다 빠르게 본부장으로 승진을 하면서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직급과 나이 차이는 나지만 사적으로는 좋은 친구가 되어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었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각자의 오후 스케줄에 따라 식당에서 헤어진 후 찬영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전략팀 김선호 과장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본부장님, 저 찾으셨어요?”
“네. 잠깐 들어오세요”
찬영은 김선호 과장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권한 후 자신도 소파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하반기에 진행하려고 했던 신사업 관련 사항을 일부 변경하면서 하반기 사업계획서도 같이 수정을 해야 될 것 같아요”
“네. 어느 부분인지 말씀해 주시면 팀원들이랑 작업하도록 하겠습니다”
찬영은 오전 사업 전략 회의에서 나왔던 내용 중 대표님이 변경했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김선호 과장에게 설명을 한 뒤,
“갑자기 일이 많아져서 힘들겠지만 소극적으로 진행하려고 하면 안 되는 거 알죠! 선호 과장이 진행하는 거니까 걱정은 안 하지만 추가 수정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준비해 주시고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는 거 잊지 마세요”
“네 본부장님. 팀원들도 이제 삼 년 차라서 한 번 말하면 바로 알아들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래요. 김선호 과장이 맡아서 잘 진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네"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