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당신 얼굴을 보고 싶다.

by SAHAS



김지은 팀장은 오후 티 타임을 찬영의 사무실에서 하기 위해 기획팀을 벗어나 찬영의 사무실로 향했다.

어제 기획팀 직원들이 모두 야근을 했는데 찬영이 산하랑 같이 퇴근을 했다고 하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러 가는 중이다.


전략팀 사무실에 김지은 팀장이 들어가자 직원들이 가볍게 목례로 인사를 대신하니 김지은 팀장도 목례로 답례를 전한 후 찬영의 사무실 문에 노크를 했다.


똑똑똑. 똑


“네, 들어오세요”


“본부장님”


김지은 팀장이 문을 열고 들어서며 찬영을 부르자 모니터를 보던 찬영의 눈이 문 쪽으로 이동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기획팀은 나한테 결제받는 것도 없는데”


“오후 티타임 시간을 가졌으면 해서요”


김지은 팀장의 말에 찬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커피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으면서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다.


“일층 카페에서 만나자고 하면 될 것을 왜 여기까지 왔어?”


“이 시간에 카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밀스러운 대화를 할 수가 없잖아”


“내가 너랑 비밀스러운 대화를 할게 뭐가 있을까?”


“있지, 어제 퇴근 시간 이후”


“무슨 말이야?”


“어제 산하랑 같이 퇴근했다면서, 우리 애들이 다 봤다고 그러던데”


“아! 야근한다고 해서 같이 퇴근하자고 했어. 야근까지 했는데 지하철 타고 퇴근하면 피곤할 테니까 내가 데려다준다고 했어”


“음 … 뭔가 더 있을 거 같은데”


“나랑 어제 같이 퇴근했다고 직원들이 서산하 대리한테 뭐라고 한 거야?”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이 퇴근을 하니까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지”


“아침에 출근해서 산하 씨가 곤란했겠네”


“음. 호칭이 서산하 대리가 아니고 산하 씨네...

같은 동네라 카풀했다고 말하기는 했는데 직원들은 왜 같이 퇴근했는지가 더 궁금 한 거지”


“잘 넘어갔네”


“오늘은 잘 넘어는 갔지만, 무슨 일 있었는지 나한테는 얘기해주면 안 될까?”


찬영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생각을 하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어제 회의 끝나고 카페 가서 고백했어,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고”


“뭐!?”


김지은 팀장이 순간적으로 크게 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찬영도 같이 놀랐다.


“밖에 직원들 놀래, 뭔 목소리가 그렇게 커. 너는 점점 목소리만 커지는 거 같아”


“네가 고백을 했다는 거야?”


“그래, 내가 했어”


“와 우!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뭘 그렇게까지 놀라고 그래. 너도 네 남편이 고백해서 결혼 한 거면서”


“나는 네가 고백이라는 걸 아는지도 몰랐으니까 놀라서 그랬지. 아! 말 돌리지 말고 고백하고 그 다음은?”


“어제 퇴근할 때까지 답을 달라고 했어, 그래서 같이 퇴근한 거야”


“오, 그래서 어제 대답은 들었어?”


“들었어, 오늘부터 1 일이야”


“헐, 뭐야 두 사람 첫눈에 반 한 거야? 이렇게 빨리 진도 나갈 줄 몰랐는데, 너도 그렇지만 산하가 한 번에 승낙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회사에서는 당분간 오픈 안 하기로 약속했으니까 팀원들한테 나 보더라도 못 본 척하라고 해줘”


“말은 해 놓겠지만 비밀이 오래가지는 않을 거야. 어쨌든 너하고 산하 같이 퇴근하는 모습을 직원들 중 한 사람이라도 보면 뒷말 나는 건 금방이야. 그러니까 내 빽 믿고 퇴근할 때 우리 사무실에 오는 것도 하지 말고”


“알았어, 그렇게 하도록 노력은 해볼게”





찬영은 김지은 팀장한테 알아서 조심하라는 잔소리를 들은 이후로 산하가 회사 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내에서는 업무 외적 만남은 지양하는 중이다.


두 사람이 사적 만남을 시작 한 이후로 회사 내에서도 퇴근을 한 이후에도 같이 퇴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얼굴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찬영에게 사적 만남이라 불리는 연애라는 것은 자신의 일에 지장을 주는 것이었는데 현재는 자신의 일이 산하와의 사적 만남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처럼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처음 산하에게 약속한 것처럼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연락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회사 일도 그렇지만 혼자였을 때 보다 수월하지 않은 연애 환경이기는 하지만 찬영은 매일 아침 출근 전 산하에게 ‘오늘도 당신 얼굴을 보고 싶다'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퇴근 후에도 가능하면 전화나 문자로 산하에게 애정을 표현해 주고 있고 다행히 산하도 이해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일층 카페는 나른한 피곤함이 몰려오는 금요일 오후 시간인 만큼 카페인 충전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찬영은 일행들과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서 산하와 김지은 팀장이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두 사람이 있는 테이블의 빈자리에 앉아 같이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사심을 내려놓고 산하가 잘 보이는 건너편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카페의 조명을 받아서 그런지 산하가 유독 오늘 더 예뻐 보이는 것 같았다.


차를 다 마셨는지 두 사람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이자 찬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지은 팀장을 불렀다.


“김지은 팀장님”


“네?”


“잠깐 얘기 가능할까요?”


“잠시만요”


김지은 팀장은 산하에게 먼저 사무실로 올라가라는 말을 한 후 찬영이 있는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무슨 일 있으세요?”


“십사층에서 별 다른 얘기 나오는 건 없지?”


“걱정돼서 부른 거야?”


“혹시나 해서 말이 계속 나면 나보다 산하 씨한테 좋지 않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내가 바로 알려 줄게. 기획팀 직원들은 그날 이후로는 별 얘기 안 하고 있고 산하도 알아서 잘 처신하니까 크게 걱정 안 해도 돼”


“알았다. 고마워”


김지은 팀장은 얘기를 마친 후 가벼운 목례를 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찬영은 김지은 팀장과 헤어진 후 일행이 있는 테이블에 가 앉았다. 모두들 내일 있을 골프 라운딩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난 후 영업 본부장이 건너편에 앉았던 산하를 봤는지 산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김지은 팀장이랑 같이 있던 사람이 기획팀 서 대리지? 얼굴만 봐서는 어려 보이는데 아들도 있다면서?”


“아들이 있으면 그래도 나이가 꽤 있는 거 아냐! 남편이 복 받았네”


“얼굴 동안은 타고나는 거야, 그건 관리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찬영은 직원들의 이런 대화를 용인할 사람이 아닌데 그 대상이 산하가 되니 같은 본부장들이 모인 자리임에도 쓴소리가 나갔다.


“자리에 없는 사람 얘기는 하지 마시죠! 그것도 입사 한지 얼마 안 된 사람에 대해 뭘 안다고 말들을 그렇게 하실까요!”


“나쁜 말도 아니고 어려 보인다는 칭찬인데 이 정도는 괜찮은 거 아니에요”


“어려 보인다, 예쁘다, 잘생겼다, 날씬하다, 뚱뚱하다 이런 말 모두 성차별적 발언들이에요.

당사자가 들으면 성희롱으로 신고할 수도 있는 말들인 거 몰라요. 회사에서 매년 교육도 하는데 아직도 할 말, 못 할 말 구분 못하면 문제인데요.

우리 회사 직원들 의식 수준이 본부장들이랑 비슷하다면 교육을 더 자주 시켜야 하겠어요!”


찬영이 던진 한 마디에 모두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말은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본부장 중에서도 나이가 적은 편에 속하는 찬영이지만 인사팀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자신들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찬영은 다음부터 카페에서 차를 마실 때는 산하가 보이지 않는 자리에 앉던가 아예 카페에 내려오지 말아야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마시던 차를 테이크 아웃 잔으로 교체해 자신의 사무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이동을 했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 마시고 남은 빈 잔을 반납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찬영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십 삼층 회의실에서 영업본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산하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한 번씩 얼굴을 보는 것이 직장 생활의 소소한 행복이 되었다.

사적 만남 약속 이후로 이 주가 지나는 동안 이렇게 지나치면서 한 번 보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카페에서 한 번, 또 회의를 하는 모습을 한 번 두 번이나 보게 되었다.


영업본부 직원들과 하는 여름 재고 소진 프로모션 기획 회의에 산하는 혜찬, 희수 두 사람도 같이 참석시켰다. 타 부서와 하는 협업 회의에 자주 참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팀 의견을 경청하게 되는 자세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부서 간 의견 충돌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서 판매되는 상품에 대한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기획팀 직원들에게는 좋은 배움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회의를 마치고 팀원들과 사무실로 돌아온 산하는 자리에 앉아 잠시 멍 하게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회의라는 것이 소요되는 시간에 상관없이 집중을 해서 진행하는 업무이다 보니 끝나고 나면 머리에게 잠시간의 쉬는 시간을 허용해야 산소를 많이 마신 머리가 맑아지면서 새로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때,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회의는 잘 끝났어요?”


찬영에게서 온 문자였다. 십 삼층에서 회의하는 모습을 보았던 모양이다.


“네, 방금 끝내고 사무실에 내려와서 잠시 멍 때리고 있는 중이에요”


“잘 됐네요, 쉬고 있다고 하니. 카페에서 한 번, 회의실에서 또 한 번 나 오늘 운수 좋은 날 인가 봐요.

하루에 두 번이나 산하 씨 얼굴을 보고”


“하하하, 그렇게 좋아해 주니까 무척 감사한데요”


“아침마다 문자 보낸 효과를 오늘 한꺼번에 본 거 같아요.

금요일인데 오늘은 같이 퇴근해요. 말은 해놓고 한 번도 같이 퇴근한 적이 없었네요. 나 약속 안 지키는 남자 된 거 아닌가 몰라요?”


“아직은 아니에요”


“오늘은 그 약속 꼭 지킬게요. 같이 퇴근해요. 오늘은 칼퇴하는 거죠?”


“네, 칼퇴해요”


“그럼 마저 쉬고, 퇴근할 때 문자 할게요”


핸드폰을 닫아 책상에 올려놓는데 김지은 팀장과 눈이 마주쳤다.

산하를 지긋이 쳐다보던 김지은 팀장이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다가와서 결재 서류를 산하의 책상 위에 내려놓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랑 문자를 하는데 얼굴에 미소가 그렇게 필까!”


산하는 알면서 물어본다는 듯이 김지은 팀장을 자리로 밀어 보낸다.



산하와 문자를 한 찬영은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같이 퇴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중이다.

오늘까지 산하 혼자 퇴근하게 만들었으면 집 앞에 찾아가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는 게 아닐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지하 1층 엘리베이터 문 앞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던 찬영은 산하가 나오는 모습을 보더니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산하는 가벼운 목례를 한 후 차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다.


“금요일이라 차가 좀 막힐 수 있을 거 같아요”


“퇴근을 자가용으로 하는 게 오랜만이라서 좀 막혀도 괜찮을 거 같아요”


“산하 씨 처음 내 차에 탔을 때는 불편해 보였는데 오늘은 좀 편안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아, 그때는 아빠 외 남자랑 단둘이 차에 탄 게 오랜만이어서 어색했었거든요”


찬영의 차는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금요일 퇴근 시간이라 도로에 차들이 많기는 했지만 원활하게 움직이고 있어 퇴근 시간이 많이 늦어지지는 않을 듯했다.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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