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영은 가벼운 니트 상의를 걸친 편안한 복장으로 산하의 아파트를 향해 차를 출발시켰다.
운전석 옆 보조석에는 오늘 같이 골프 모임 한 사람들이 집에 사 가야 한다면서 구매한 유명 카페의 디저트를 자신도 산하에게 주기 위해 구입을 했던 것이다.
산하의 집 앞에 도착한 찬영은 육 층으로 올라가니 현관문 앞에서 만나자는 문자를 보낸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산하가 이미 복도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노크하면 나오지 위험한테 왜 벌써 나왔어요"
"문자 받고 올라올 시간 맞춰 얼마 안 기다렸어요"
찬영은 말간 얼굴로 현관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산하에게 다가가 가벼운 포옹과 볼 키스로 반가운 인사를 대신한 후 골프 모임에서 사 온 디저트가 든 쇼핑백을 건네주었다.
"저 주려고 산 거예요?"
"당연하죠, 오늘 나는 혼자 재미있는 시간 보내고 왔는데 산하 씨랑 준서는 좋지 않은 시간을 보냈으니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죠. 사람들이 디저트가 유명한 카페라고 해서 구입 한 건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도 있으니까 준서랑 같이 먹어 봐요"
"잘 먹을 게요, 고마워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오래 얘기하면 옆 집에 민폐니까 그만 갈게요"
"이렇게 빨리 가게 해서 미안해요"
"이거 준다는 핑계로 산하 씨 얼굴 보려고 온 거니까 괜찮아요"
"준서랑 잘 먹을게요. 오늘까지 모임 있어서 많이 피곤할 텐데 어서 가서 쉬어요"
"산하 씨 들어가야 저도 가니까 얼른 들어가요"
찬영은 산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그녀의 얼굴과 목덜미에 가벼운 키스를 남긴 후 안으로 들여보냈다.
일어날 시간이 지났지만 진서와 쌍둥이는 아직까지 잠에서 깨지 않고 텐트 안에 잠들어 있는 중이다.
진서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고모부까지 모두 식탁에 둘러앉아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지난 몇 달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텐트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의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찬영도 지난 일주일 간의 피곤함으로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눈을 떴지만 침대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는 중이다.
누나 가족의 본가 방문으로 찬영과 아침 산책 약속은 취소가 되었지만, 산하는 여느 때와 같이 혼자서 아침 운동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다. 오늘은 준서가 벌써 일어나 욕실에서 씻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준서, 오늘 일찍 일어났네"
"엄마 운동하고 오는 거야?"
"응, 세수하고 뭐 마실 거야?"
"일어나서 물 마셔서 더 안 마셔도 될 거 같아"
"그래, 그럼 엄마도 씻고 나올게"
산하는 안방 욕실에서 샤워를 한 후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 준서에게 아침으로 먹고 싶은 식단을 물어본 후 잔치 국수를 원한다는 준서의 말에 주방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식단을 선택했지만 평일에는 먹고 싶은 식단을 자주 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최대한 준서가 원하는 식단으로 준비를 해주는 편이다.
"준서야, 얼른 와서 아침 먹자"
"와,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 맛있게 먹어"
산하와 준수는 유치원 친구에 대한 이야기와 어제 오후에 같이 보았던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준서가 산하에게 찬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었다.
"엄마, 진서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은데 나만 따로 만나봐도 돼?"
진서 아빠를 만나보고 싶다는 준서의 말에 산하는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준서의 생각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만나기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음. 처음 보는 사람이랑 식사를 하면 불편하다고 하기도 하고 내가 혼자 나갈 수 없으니까 우리 집에서 만났으면 좋겠어"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으로 첫 만남에 식사는 부담스러우니 자신이 편한 집에서 만나겠다는 준서의 말에 산하는 웃음이 났지만, 진지한 모습에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고 진서 아빠에게 물어보고 답을 주겠다는 대답을 하니 준서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중으로 꼭 물어봐 달라는 말을 한 후 식사를 이어갔다.
두 모자간의 오붓한 아침 식사 시간이 끝나고 산하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준서는 식탁 위의 반찬들을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고 식탁도 깨끗하게 닦은 후 산하에게 자신으로 방으로 가서 놀겠다는 말을 하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찬영은 여덟 시가 넘어 침대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씻은 후 본가로 올라갔다.
현관문을 두드리니 매형이 문을 열어주며 찬영을 맞이해 주었는데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도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이들이 늦게까지 안 자고 논 모양이에요. 아직도 안 일어난 걸 보니?"
"처남도 잠 좀 더 자지 뭐하러 일찍 올라왔어, 커피 줄까?"
"블랙으로 부탁드려요, 이 시간이면 늦잠 잔 거죠. 매형은 애들 때문에 제대로 못 잔 거 아니에요?"
"나는 익숙해서 괜찮아, 애들이 두 명이면 일상이 정신이 없으니까"
찬영은 매형을 따라 주방 식탁으로 가니 어른들 모두 차를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매형이 내린 커피를 받아 자리에 앉아 진서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며 차를 마시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려 확인을 하니 산하에게서 통화가 가능한지 물어보는 문자가 왔다.
찬영은 커피를 내려놓고 아버지 서재 방으로 가면서 산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산하 씨, 아침 일찍 어쩐 일이에요?"
"상의할 일이 있는데 문자로는 어려울 거 같아서 전화했어요. 통화 괜찮아요?"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
산하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준서와 나눈 이야기를 찬영에게 해주었다.
찬영은 자신을 만나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다는 준서의 생각이 너무 귀여워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과 진지한 만남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준서의 마음을 이해하고 흔쾌히 허락하며, 준서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말해 주면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전화를 끊었다.
밖으로 나가니 찬영이 서재에서 나오길 기다렸던 가족 중 어떤 일이든 찬영에게 스스럼없이 질문을 던지는 매형이 가장 먼저 질문을 던졌다.
"우리 처남이 누구랑 통화를 했는데 그렇게 웃음이 끊이질 않았을까? 나는 처남이 그렇게 잘 웃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어"
"재미있는 얘기를 들어서 목소리가 좀 컸나 봐요"
"어떤 얘기인지도 궁금하지만 누구랑 통화를 했는지가 나는 더 궁금한데"
매형에 이어 누나까지 질문하는 것을 보니 아이들이 일어나야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찬영은 가족들을 피해 거실 텐트로 가서 아홉 시가 다 되어가니 얼른 일어나라며 아이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산하는 찬영과의 만남에 너무나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준서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지만 직접 만나보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 두 사람의 만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산하는 찬영과 통화 후 자신의 방에서 놀고 있던 준서에게 진서 아빠가 준서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말해주면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 주었다.
준서는 잠시 후 오늘 오후에 만나길 원한다는 뜻을 비추었고, 찬영에게 준수가 오늘 오후에 만나고 싶어 한다는 문자를 보낸 후 세 시에 준서를 만나러 오겠다는 찬영의 답장을 받았다.
찬영이 아이들이 깨우기 시작하자 진서가 가장 먼저 일어나서 텐트 밖으로 나오고 쌍둥이 조카들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매형은 아이들이 모두 일어나자 거실 텐트를 정리하고 찬영은 진서를 욕실로 데리고 가 간단하게 씻긴 후 옷을 갈아입혀 식탁으로 데리고 나오니 모든 식구가 식탁에 앉아 늦은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누나 오늘 몇 시에 집에 가?"
"왜? 어디가?"
"오후에 잠깐 나갔다 와야 될 거 같아서"
"뭐야, 통화를 하더니 갑자기 약속이 생겼네.. 수상한데..."
"수상 할 일도 많다. 잠깐 만나서 인사할 사람이 있어서 한 시간이면 돼"
"어, 저녁까지 먹고 갈 거니까 나갔다 와도 돼"
찬영은 본가에서 점심을 먹은 후 준서를 만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산하네 집으로 출발을 했다.
자신이 준서에게 첫 평가를 받는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지 다소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집에서 출발한다는 찬영의 문자를 받고 준서에게 진서 아빠와 약속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주니 준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의상을 꺼내 입고 거실로 나와 찬영을 기다리고 있는데, 현관 벨소리가 울리며 찬영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산하가 찬영에게 문을 열어 주기 위해 현관으로 나가니 준서도 같이 나갔다. 문이 열리고 산하가 찬영에게 인사를 하고 집 안으로 안내를 하니 준서가 중문에서 찬영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 준서야"
찬영과 준서가 첫인사를 한 후 산하의 안내로 세 사람은 거실로 자리를 옮기고 찬영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권한 후 준서에게 어디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준서는 아저씨랑 어디서 이야기하고 싶어?"
"음.... 제 방에서 해도 돼요?"
"준서가 방이 편하다면 나도 괜찮아"
찬영이 준서의 물음에 빠르게 대답해 주었다
"그럼 제 방에서 할게요"
준서의 말에 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산하는 찬영과 준서가 마실 수 있는 차와 주스를 가지고 와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거 아동 소설책인데 나를 만나 보고 싶다고 해 줘서, 고마워서 주는 선물이야"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감사합니다"
준서가 찬영과 짧은 인사를 마친 후 자신의 방으로 가자고 이야기하자 찬영이 흔쾌히 허락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준서를 따라가면서 산하에게 걱정하지 말라면서 찡긋 웃어 보였다.
자신의 방으로 찬영을 데리고 간 준서는 책상 의자 하나를 내어 주며 앉으라고 권한 후 방 밖으로 나가 엄마에게 두 사람이 나올 때까지 절대 자신의 방 근처로 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준서는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찬영의 건너편 자리에 앉아 주스를 한 모금 마신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해요?"
"준서가 편한 대로 불러도 돼"
"그럼, 오늘은 일단 아저씨라고 할게요. 혹시 명함 있으면 하나만 주세요"
"내 명함?"
"네, 저는 아직 어려서 명함이 없어서 드릴수가 없는데 아저씨는 있을 거 같아서요.
있으면 하나만 주세요. 엄마한테 아저씨에 대해 물어보질 않아서 제가 아는 게 없어서요"
찬영은 자신의 명함을 받아 든 준서가 살짝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 내 소개를 먼저 해야겠네.
이름은 윤찬영이고 나이는 서른여덟, 네 살 진서가 있고, 직장은 엄마랑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
"명함에 있는 회사 이름이 엄마 회사랑 같아서 놀랐어요. 엄마랑 회사에서 만났어요?"
"아니, 지난번에 진서가 준서네 놀러 왔을 때 처음 알았고, 그 다음 주에 회사에서 우연히 만나서 같은 회사에 다니는 걸 알았어"
찬영이 간략한 소개를 하는 동안 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는 준서의 모습이 꼬마 장인어른에게 면접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영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난 이후부터 준서는 찬영에게 좋아하는 운동은 있는지, 일주일에 술 약속이 몇 번이나 되는지, 진서 생일이나 자신의 부모님 생일 등 다양한 질문을 하고 찬영이 해주는 답은 노트에 적기까지 했다. 아마 오늘 일기의 주 내용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적힐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일기를 쓰는 준서의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꼬마 장인어른과 찬영의 첫 만남은 준서의 일방적인 질문에 찬영의 답변만이 있는 시간이었지만 준서에게는 엄마의 예비 남자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찬영에게는 막연했던 준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준서는 마지막으로 오늘 나눈 이야기는 엄마에게는 꼭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을 했고 찬영은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해 주었다.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니 거실에서 있던 산하가 기다리고 있었다.
"준서가 진서 아빠랑 할 얘기가 많았나 보네"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산하의 말에 시계를 확인하던 찬영은 두 시간이 훌쩍 지난 것을 확인하였다.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준서와의 대화가 긴장 되면서도 무척이나 좋았던 것 같다.
오늘은 준서와의 만남을 위해 온 것이기 때문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진서와 가족을 위해 바로 집으로 가기로 했다.
"만나서 반가웠어, 준서야.
산하 씨 이따 저녁에 전화할게요. 번거롭게 나오지 말아요"
준서는 인사를 하는 찬영을 향해 감사를 전하면서 예의 바른 어린이처럼 인사도 잊지 않았다.
"네 선물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준서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찬영은 집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고 산하는 그런 찬영을 배웅해 주기 위해 같이 나갔다. 엘리베이터가 오는 동안 무슨 얘기를 했는지 물어보았지만 준서와 비밀로 하기로 해서 말해 줄 수 없다는 찬영에 대답에 두 사람이 벌써 비밀까지 만들었냐며 투정 아닌 투정을 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만연했다.
"준서한테 잘 보인 거 같아요?"
"나쁘지는 않을 거 같아요. 나 오늘 꼬마 장인어른한테 면접 본 거 같아요"
"하하하, 그러면 지금 엄청 피곤하겠네요, 얼른 가세요"
"산하 씨"
산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찬영을 보기 위해 얼굴을 올리자 크고 따뜻한 손이 산하의 얼굴을 부드럽게 잡았다.
"오늘 준서도 산하 씨도 보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산하는 찬영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 보였고 찬영은 그런 산하가 너무 예뻐 보여 그녀의 입술에 진득한 키스를 남기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울리며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찬영은 입술을 떼었다 다시 한번 짧은 키스를 남긴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들어 인사를 전했다.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