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장인어른 2

by SAHAS



운전을 하는 찬영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했던 일곱 살 아이는 너무 옛날 모습인 건지 자신과 단 둘이 이야기하는 모습의 준서가 유독 똑 부러지게 똑똑한 아이인지가 궁금했다. 어찌 보면 산하와 닮은 성격인 듯도 했다.


약속이 있어 나갔다 온다던 찬영이 돌아온 후로 얼굴에서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듯한 모습에 가족들은 저녁을 먹으면서도 그를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얼굴에 표현되는 일이 극히 적었던 동생의 변화가 무척이나 궁금했던 누나가 질문을 했다.


"찬영아, 누구 만나고 온 거야?"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음, 나갔다 오더니 네 얼굴이 환해졌어"


"나 원래 얼굴 훤해"


"풉, 컥"

별일 아니라는 듯 누나의 질문에 농담으로 답하는 것을 들은 매형과 부모님은 그를 저렇게 재밌는 사람으로 만든 일이 무엇인지 궁금중만 더욱 커졌다.


저녁 식사 후 뒷정리까지 끝나자 누나 가족은 짐들을 챙겨 자신의 집으로 출발을 했고 찬영도 진서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잘 준비를 마친 후 진서를 침대에 눕혀 준 후 동화책을 읽어주면 딸이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머리를 만져 주니 낮동안 신나게 놀아서 인지 얼마 되지 않아 곯아 떨여졌다.

진서를 재우고 맥주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찬영은 오후에 준서와 만났던 일을 다시 생각하면서 꼬마 장인어른이라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일곱 살 아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그 자리에 갔었다면 그 작은 아이에게 자신은 제대로 한 방 맞을 수도 있었던 만남이었다.


_ [저는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_ [저의 칠 년 인생 동안 아빠랑은 오 년을 살았는데 아빠 얼굴 보는 건 한 달에 몇 번 뿐이었어요.]

_ [지금도 아빠는 내 생일에 선물이랑 전화만 하고 보러 오는 일이 거의 없어요]

_ [ 아빠랑 같이 살 때는 엄마도 저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가 보기에 짧기만 한 칠 년 인생을 살아온 준서는 긴 인생을 산 듯이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다. 자신이 받은 많은 질문들은 어쩌면 친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질문에 대한 답을 진지한 표정으로 들으면서 작은 노트에 받아 적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엄마는 잘 지킬 수 있는 멋진 남자가 될 것 같았다.

앞으로 있을 준서와의 만남이 더 기대가 되었다.





오월 날씨답게 아침부터 살짝 더운 공기가 불어와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사무실에는 벌써부터 에어컨이 돌기 시작했다.

내일은 모든 직장인들이 기다리는 연휴의 시작이며,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이 기다리는 어린이날이다.

찬영은 텐트 놀이를 해 본 적 없다는 산하의 말을 기억해 준서와 진서를 위해 '거실 캠핑'을 이벤트를 해주기로 했다.

오늘 퇴근하는 길에 진서와 준서를 각자 부모님 집에서 픽업해 산하 집으로 가기로 했다.

준서는 어제저녁 엄마로부터 전해 들은 '거실 캠핑' 이야기를 들은 이후칠 년 인생 텐트를 보는 것도, 텐트 안에서 자는 것도 처음이라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지만 엄마 앞에서는 너무 티 나게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찬영이 준비한 텐트 이벤트가 어떤 것일지 궁금해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어린이날 행사도 그다지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다.



찬영은 오늘 예정에 없던 오후 반차를 제출했다.

그가 반차를 내는 이유는 텐트를 미리 설치한 후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다.

퇴근한 후 설치를 하기에는 아이들 저녁까지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산하와 자신이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시간이 너무 촉박할 듯해서였다.


찬영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와 팀원들에게 반차 제출 소식을 알렸다.


"제가 오늘 일이 있어서 세시쯤 퇴근할 예정이니까 결제받을 건 있으면 세시까지 올려주세요"


전략팀 직원들은 그들의 팀장이 개인적인 일로 반차를 제출했다는 것에 놀라 진서가 아픈 건지 물어보니 찬영은 그냥 개인적인 일이라는 말만 하고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산하에게도 조기 퇴근에 대한 문자를 보냈다.


[산하 씨, 오늘 일찍 퇴근해서 산하 씨 혼자 퇴근해야 될 거 같아요]


[혼자 퇴근하는 건 괜찮은데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일찍 가서 진서 짐도 챙기고 텐트도 미리 설치하려고요,

퇴근하고 나서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할 듯해서요,

그래서 산하 씨 집 비밀번호가 필요해요]


[비밀번호 3116이에요, 혼자 너무 무리하지 말고 조심해요]


[그럴게요. 이따 퇴근할 때 문자 해요. 역으로 데리러 갈게요]


예정에 없던 반차를 쓰면서까지 아이들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한다고 하는 그의 말에 산하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요즘 들어 문자를 자주 하는 산하의 모습을 목격하는 기획팀 직원들은 그녀의 비밀 아닌 비밀 같은 연애를 응원해주고 있는 중이다.



김지은 팀장은 오후 회의에 본부장인 찬영이 일찍 퇴근을 해야 하는 관계로 한 시간 일찍 회의를 시작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찍 퇴근할 거면 회의를 다음 주로 미루지 굳이 오늘 꼭 회의를 하겠다는 찬영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회의 가기 전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산하에게 서류를 전달하며 그대로 진행하라는 말을 전했다.


"나는 아래층 회의 참석하러 가요"


"네, 알겠습니다."


산하의 대답을 뒤로하고 김지은 팀장은 회의를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오후 회의는 신규 브랜드 론칭을 위한 TFT 팀 구성을 위한 것이다.

브랜드 론칭 총괄 책임은 윤찬영 본부장이지만 실무를 이끌 팀장은 상품개발본부장으로 하고 상품기획팀, 디자인팀, 마케팅 등 각 팀에서 차출해서 꾸리기로 확정했다.


TFT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는 업무가 가중되는 부담감이 있기는 하지만 신규 직원만으로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는 것은 회사로서 부담이 큰 작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해당 직원들의 처우에 대해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윤찬영 본부장이 약속을 하니 팀원 차출은 어렵지 않을 듯하다.

다음 주 월요일 오후 세시까지 각 팀에서 차출한 인원 명단 정리해서 전략팀으로 올려 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회의를 마지막으로 찬영은 업무를 마감하고 전략팀 직원들에게는 먼저 퇴근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 후 이른 퇴근을 서둘렀다.

퇴근을 위해 자신의 차 운전석에 앉은 찬영은 김지은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세요, 본부장님"


"내일부터 연휴니까 조기 퇴근하는 팀들 있을 거 같은데, 기획팀 직원들 조기 퇴근하면 나 대신 우리 전략팀 직원들도 같이 퇴근 좀 부탁해"


"알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퇴근하세요"


"고마워, 나중에 점심 살게"


전화를 끊은 김지은 팀장은 월차든 반차든 진서가 아플 때 빼고는 휴무를 쓰는 일이 없는 찬영이 무슨 일로 일찍 퇴근하는지 궁금했지만 산하는 그대로 일하고 있는 것을 보니 두 사람이 어디를 가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의 연애에 너무 관심을 두지 말자는 마음으로 생각을 비웠다.



찬영은 퇴근하면서 마트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 고기와 내일까지 먹을 식재료까지 구매해서 트렁크에 싣고 자신의 집으로 먼저 가 진서와 자신의 짐을 챙기고, 텐트 장비들도 챙겨 산하 집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산하의 집에 처음 들어온 찬영은 잘 정돈된 거실과 주방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깨끗한 올 화이트 벽지에 가구들도 모두 화이트로 맞추어져 있고 넓지는 않지만 산하가 사용하는 안방과 준 서방 그리고 드레스룸이 있었다.

산하의 방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주인 없는 방을 혼자 보는 것은 실례라는 걸 알기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먼저 마트에서 산 식재료들을 냉장고에 넣으면서 깔끔하게 정돈된 냉장고 안을 보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기는 하지만 직접 음식을 해 먹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다양한 야채와 식재료들이 보였다.

산하가 정돈해 놓은 것에 맞추어 그도 사용할 것들을 앞쪽으로 두어 정리를 마쳤다.


소파는 현관 벽 쪽으로 붙이고 거실 테이블은 안방으로 옮겨 놓았다.

거실 창문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카펫을 깔고 그 위에 인디언 텐트를 설치, 창틀 위에는 예쁜 조명 전구를 설치하고, 거실 중앙 등 양 옆으로 만국기를 달아 주었다. 누나와 매형이 아이들을 위해 설치하는 것을 유심히 봐 둔 것을 이렇게 사용하면서 봐 두길 잘했다는 생각에 왠지 뿌듯했다.


텐트와 조명, 만국기까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모두 만들어 놓은 후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준비해 전기 그릴을 베란다에 설치했다.

주방에서 고기를 구우면 온 집안에 냄새가 베어 빠지지 않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었다.

전기 그릴 세팅을 끝낸 찬영은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 아이들이 먹기 좋게 밑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김지은 팀장은 산하와 김지석 주임을 기획팀 회의실로 불렀다.

TFT 팀에 보낼 사람으로 김지석 주임과 서산하 대리를 선택 한 김지은 팀장은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두 사람을 불렀다.


"하반기 사업계획 중 신규 브랜드 론칭 준비하는 건 알고 있지?

오늘 TFT 팀 구성하기로 했는데 각 팀에서 한 명씩 차출하기로 해서 우리 팀에서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갔으면 해서 두 사람을 불렀어"


"총괄 담당이 누구세요?"


"지금 바로 대답해야 하는 거예요?"


김지석 주임과 산하의 질문에 김지은 팀장이 자신의 생각을 포함 대답했다.


"총괄 책임은 윤찬영 본부장이지만, TFT 팀 운영은 상품개발본부장이야

전략팀 주도로 진행하는 만큼 확실한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곳이야. 김 주임은 승진 케이 스니까 능력 발휘하기 좋은 기회일 거야,

두 사람도 주말 동안 잘 생각해보고 월요일 오전까지 나한테 얘기해주면 돼"


"네,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세 사람 모두 회의실에서 나와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삼일 연휴 시작 전 날이다 보니 다섯 시가 넘어가면서 팀원들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있는 것을 본 김지은 팀장이 이야기했다.


"연휴 동안 어디서 놀다 다쳐서 출장 스케줄 어긋나게 하지 말고 다들 잘 쉬다 와요.

엉덩이 들썩 거리는 거 보니까 더 앉아 있는다고 일이 될 것도 아니고 하던 업무 정리하고 퇴근해요"


"우와, 감사합니다. 팀장님"


몇십 분 빨리 퇴근하는 것뿐이지만 이구동성으로 대답 후 빠른 속도로 업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른 팀 사무실에서도 환호성이 들리는 걸 보니 오늘은 다들 일찍 퇴근을 하는 날이었다.


팀원들의 환호성을 뒤로 찬영의 전화를 받은 김지은 팀장은 전략팀 사무실로 내려가 윤찬영 본부장님 지시라면서 모두 업무 마무리하고 퇴근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준 후 자신도 서둘러 퇴근 준비를 하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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