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서야, 낮잠 그만 자고 일어나야지, 너무 오래 자면 밤에 잠 안 와"
찬영의 소리에 정신이 들어오는지 꿈틀꿈틀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니 말하는 건 어른 같아도 영락없는 일곱 살 아이의 모습이었다.
누워 있는 옆모습이 엄마를 무척이나 많이 닮았다.
"준서 이제 정신 차리고 일어나자"
이번에는 엉덩이를 팡팡 치면서 깨우니 준서가 눈은 감은 채 일어나 앉았다.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 아침에 입었던 옷 그대로 입을 거야?"
소리 없이 머리만 살랑살랑 끄덕이는 모습을 보던 찬영은 피식 웃으면서 입고 있는 옷을 하나씩 벗겨 편안한 옷으로 갈아 입혀 주었다.
준서는 찬영에게 몸을 맞긴 채 인형처럼 팔다리만 움직이기만 할 뿐이다.
"아침에 운동을 너무 많이 했나 보네, 이렇게 피곤해 하는 걸 보니까"
준서가 하품을 하자 찬영은 준서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기지개를 크게 켠 후 침대에서 일어나 찬영을 따라 주방에서 물을 한잔 마시고는 거실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엄마 곁으로 가 다시 자리 잡고 누웠다.
산하는 거실 바닥에 누워 밍기적 거리는 준서에게 뽀뽀를 해 주고, 그런 준서가 귀여운 찬영은 자고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를 만져 주었다.
준서는 산하와 찬영에게 받는 스킨십이 마음에 드는지 눈을 감고 두 사람의 손길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
"진서도 이제 깨워야 되지 않을까요? 낮잠 시간이 너무 긴데요"
"그럴까요? 데리고 나올게요"
낮잠을 자던 진서가 일어나 거실로 나오자 바닥에 누워 있던 준서도 일어났다. 손에 물통을 들려주니 빨래로 물을 마시던 진서가 색칠놀이를 하고 싶다는 말에 준서가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거실 텐트를 그대로 둘지 치워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찬영은 준서를 찾아가 오늘도 텐트에서 잘 건지 물었다.
"준서야, 오늘도 텐트에서 잘 거야?"
"네, 오늘까지 텐트에서 잘 거예요"
"알았어, 그럼 텐트는 내일 아침에 정리해야겠다"
"텐트 가지고 가실 거예요?"
"왜, 텐트 마음에 들어?"
찬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준서가 머리를 격하게 끄덕였다..
"놓고 가도 되기는 하는데, 혼자서 설치 못하니까 하고 싶으면 아저씨한테 연락해"
"네"
저녁 식사 후 진서는 산하와 같이 거실에서 컬러링 북에 색칠을 하면서 놀고 있고, 찬영은 준서와 인라인 연습을 위해 다시 공원을 찾았다.
해가 진 저녁 시간에 공원을 찾아 운동을 했지만 더운 날씨만큼 땀도 많이 흘린 모습으로 돌아왔다.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운동도 하고, 외출도 하고, 저녁 운동까지 한 준서는 무척이나 피곤 했는지 일찌감치 거실 텐트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소파에 앉아 잠든 아이들을 보면서 산하는 찬영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준서가 텐트에서 자는 게 어제가 처음이었어요, 인라인도 처음 타보는 거였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이 늦기는 했지만 이렇라도 경험하게 해 줘서 고마워요"
"진서도 엄마랑 같이 자고, 밥 먹고, 쇼핑하는 게 오늘이 처음이에요,
진서한테도 좋은 추억이 된 거 같아서 나도 산하 씨한테 고마워요"
산하와 찬영은 이틀 동안 준서와 진서가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게 해 준 서로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더불어 서로가 이성과 감성적으로 무척이나 끌리는 상대 임도 느꼈다.
침대 헤드에 등을 대고 앉아 찬영의 품에 안겨 있는 산하의 머리 위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서, 핸드폰 있어요?"
"제가 출근하면서 키즈용으로 사 줬어요. 왜요?"
"텐트 놓고 갔으면 하더라고요,
놓고 가는데 설치하고 싶으면 저한테 전화하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연락할 방법이 있는지 궁금했어요"
"제가 해줘도 되는데요, 뭐하러 귀찮게 전화하라고 해요.
그러면 준서 진짜 전화하는데"
"진짜 하라고 말한 거예요, 산하 씨도 혼자서 하기에는 힘들 거예요.
보기보다 무거워요"
"그렇구나, 쉬운 게 없네요"
"힘 좋은 나 있는데 뭘 걱정하고 그래요, 필요할 때 불러서 써먹어요"
찬영의 말에 산하는 작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웃었고, 그는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이마에 입맞춤을 해 주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만져 주었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하루 종일 힘들어서 어떡해요,
놀러 와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가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산하 씨 안고 있는 게 나는 쉬는 거예요,
진서도 산하 씨랑 준서가 놀아주니 오히려 내가 더 잘 쉬고 있는 거죠.
오늘이 지나면 산하 씨 이렇게 안아 볼 수 있는 날이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할 수 있을 때 키스도 많이 해 두려고요 "
민망한 말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그의 입을 손으로 막으면서 산하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를 침대에 눕히고 자신이 그의 위에 올라갔다.
찬영은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를 팔로 감싸 안고는 몸을 돌리고는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하하하"
자신의 품에 있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는 찬영은 작은 소리로 웃었다.
산하는 그런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어냈지만 시늉만 하는 것처럼 돼버려 포기했다.
이래저래 힘으로는 이길 수가 없으니 자신이 포기하는 것이 나았다.
"나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뭐든지 물어봐도 돼요"
"매달려 본 여자가 내가 처음이라는 거 진짜예요?"
"왜요, 거짓말 같아요? 나는 거짓말 안 해요.
진짜니까 나 막 굴리라고 하는 거예요"
"처음이라고 말하는 사람 치고 너무 잘하는 거 같아서 자꾸 확인하고 싶어 지네요"
"내가 뭐든지 잘해요, 키스도 잘하죠!?
키스 말고 다른 것도 잘하는데 아쉽겠지만 그건 지금 보여 줄 수가 없네요"
"으... 그런 말은 좀.. 그냥 막하지 말라니까요"
수위 높은 발언에 붉어진 얼굴로 산하는 찬영이 더는 말을 못하게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그는 웃으면서 입술을 막고 있는 그녀의 손 바닥에 연신 키스를 했다.
"여기에 우리 둘만 있으니까 괜찮아요"
"이제 잘 거예요"
가까워지는 만큼 점점 능글 맞아지는 그의 말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진 산하는 잠을 자겠다며 이불을 끌어다 자신과 찬영 사이에 선을 그었다.
찬영은 그런 그녀를 귀엽다고 하면서 자신과 산하 사이에 있는 이불을 걷어 내고는 등을 지고 누운 산하를 자신의 품으로 바짝 끌어 안고는 얼굴과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렇게 산하 씨 잠들 때까지 있을게요.
앞으로 종종 어제 오늘 일들이 기억 날 거 같아요.
화장기 없이 하얗고 말간 산하 씨 얼굴도, 둘이 같이 이렇게 누워서 이야기하던 것도,
아이들이랑 같이 외출한 것도, 준서랑 운동하러 간 것도,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산하는 자신을 안고 있는 그의 팔을 쓰다듬으면서,
"저도 종종 기억날 거 같아요
예쁘게 꾸며진 텐트와 조명도, 준서한테 인라인 가르쳐 준 찬영 씨도,
이렇게 안아서 나를 재워 준 찬영 씨도, 준서에게 준 관심과 애정들도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회사 구내식당에 산하 씨를 봤을 때 찾아가서 인사하기를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인사하러 갔기 때문에 지금 산하 씨랑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거니까"
"그렇네요, 그 일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까지도 같은 층에서 근무하는 게 아니니까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것도 한참 지난 후에야 알았을 텐데 "
"나는 그 날의 나한테 참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저는 그 날의 찬영 씨한테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네요, 날 찾아와서 인사해 준 거 고마워요"
산하는 몸을 살짝 돌려 찬영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찬영은 자신의 입술에 살며시 왔다가 다시 멀어지려고 하는 그녀의 상체를 자신의 아래에 눕히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두 눈에 한 번씩 짧은 키스를 남긴 후 그녀의 두 손을 끌어 올려 자신의 목을 감싸도록 했다.
서로의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거리가 좁혀지면서 그녀의 얼굴에서 입술로 다시 목덜미를 따라 짧은 버드 키스를 남긴 후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아와 자신의 입술로 지긋이 내리누르며 그녀의 입술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찬영의 내리누르는 힘을 이기 못한 그녀의 입술이 조금씩 열리면서 서로의 숨결이 하나로 엉키면서 깊어지는 밤만큼 두 사람의 관계도 더욱 깊어지는 밤이 되었다.
짙은 키스를 주고받으면서도 찬영은 산하에게 그 이상의 스킨십은 요구하지 않았다.
산하를 자신의 품 안에 둔 찬영은 그녀가 깊이 잠들 때까지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산하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오자 찬영은 안고 있던 팔을 풀고는 이불을 덮어 주었다.
이렇게 자신이 기획한 2박 3일간의 이벤트는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이들과 한강 공원으로 피크닉을 가자고 했던 산하의 제안 대신 '거실 캠핑'을 하자고 했을 때는 자신과 산하의 거리를 빨리 좁히고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 매번 그녀의 새로운 모습 보았고, 준서와 시간을 보내면서는 얼마나 잘 자랐는지도 알게 되었다.
가장 중요하게 자신이 그녀를 몸과 마음으로 무척이나 많이 원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잠든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마무리를 지어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티 없이 맑은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입술을 다시 한번 새겨 놓았다.
아침 일곱 시가 지나 가장 먼저 일어난 산하는 간단하게 씻은 후 아이들이 자는 거실로 향했다.
두 아이 모두 일어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듯했다.
자면서 걷어찬 이불이 아이들 다리 밑까지 내려와 다시 덮어 준 후 커피를 내리기 위해 주방으로 갔다.
이틀 동안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던 찬영은 자기 키보다 작은 침대에서 몸을 살짝 접은 상태로 세상모르게 깊게 잠들어 있는 모습이 꽤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산하는 자고 있는 찬영의 옆에서 잠든 그의 얼굴을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탄탄한 몸과 어울리는 구릿빛 피부가 그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타고난 골격 자체도 좋았지만 운동을 좋아해서 그런지 자신이 좋아하는 영국 배우처럼 넓은 어깨와 근육이 있는 탄탄한 몸에 슈트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조심스럽게 검지 손가락을 들어 찬영이 깨지 않도록 손가락 끝으로 숱이 많은 반듯한 눈썹을 따라 그려 본 후 높고 곧게 뻗은 콧대도 만져 보았다.
자신이 만지고 있음에도 미동도 없이 자는 그를 보면서 그녀는 과감하게 그의 아랫입술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는데, 갑자기 나타난 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의 손목을 잡은 찬영은 천천히 눈을 떠 자신을 보고 있는 산하와 눈을 맞췄다.
"나 만져 보고 싶었어요? 나는 잘 때 말고 눈 떠 있을 때 만져 주는 거를 더 좋아해요"
방금 잠에서 깬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나 때문에 깬 거면 미안해요"
"산하 씨, 자고 있는 남자 만지는 거 엄청 위험한 거예요, 그것도 아침에"
"...... "
"이리 가까이 와 봐요"
산하가 허리를 숙여 자신의 귀를 그의 입술 가까이 대었다.
"남자가 힘이 제일 넘칠 때가 자고 일어나는 아침 시간이에요,
나 지금 엄청 기운 넘치는데 산하 씨가 나를 그렇게 예쁘게 바라보면서 만지기까지 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될까요"
자신의 얼굴 가까이 있는 그녀의 귀가 점점 붉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그가 산하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 당겼다.
좁은 싱글 침대에 같이 누우니 빈틈없이 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어 엄청 기운 넘친다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레야 모를 수가 없었다.
"내 애인이 남자에 대해 잘 모르나 봐요"
낮게 읊조리 듯 말한 그는 산하를 가슴에 품은 채 엄청 기운 넘치는 자신을 가라앉히기 위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산하도 그의 품에 얌전히 안겨 빨리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숨 고르기 시간을 가졌던 찬영이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산하도 그의 품에서 나올 수 있었다.
찬영의 품에서는 벗어나도 그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서 있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는 주방으로 데리고 가 커피 한 잔을 따라 그녀의 손에 쥐어 주고는 식탁에 앉혔다.
"씻고 올 테니까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씻는 거 궁금하다고 문 열어 보면 안돼요"
손에 들려있는 커피 잔만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턱을 검지손가락으로 들어 올려 입술에 부드러운 키스를 남기고는 욕실로 향했다.
그가 욕실로 들어가자 산하는 긴 한 숨을 내 쉬며 그제야 제대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