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영은 잠결에 누워 있는 자신 곁으로 산하가 오는 것을 느꼈지만 그대로 있었다.
그녀의 작은 손가락이 얼굴을 터치하는 순간 자신이 깨어난 것을 알려야 할지 고민이 되었는데, 자신의 입술을 만지는 그녀의 손가락 하나 때문에 단전 아래에서부터 열기가 확 올라오는 것이 머리가 위험 신호를 보내왔다.
남자를 몰래 만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그가 말해줄 때까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귀까지 빨개져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자신의 건강함을 느낀 그녀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커피 잔을 손에 쥐어 주고 욕실로 들어온 찬영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던 음습한 기운을 떨쳐내기 위해 샤워 부스에서 찬물을 틀어 자신에게 뿌렸다.
산하는 밝고 상냥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동성 친구들과 이성에 대해 터 놓고 이야기할 정도로 외향적이면서 털털한 성격은 되지 못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수 없이 들어오던 미팅, 소개팅에도 참석하지 않았기에 남자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태였다. 그래서 친구들 중 제일 먼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가 결혼을 한다며 놀리기도 했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찬영이 주방으로 가니 산하는 아침을 준비하는 듯했다.
"내가 도와줄 거 없어요?"
그녀는 여전히 그의 얼굴은 보지 않고 싱크대에서 재료를 다듬으며 말했다.
"혼자 해도 괜찮아요, 거기 앉아요, 커피 줄 게요"
찬영은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말하는 그녀가 놀라지 않도록 조심히 뒤에서 안았다.
"커피는 내가 마실게요, 계속 내 얼굴 안 볼 거예요?"
"지금 제 손에 칼이 들려져 있어요"
"알아요, 그래서 조심히 안았어요, 말해봐요 계속 내 얼굴 안 볼 거예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좋을 거 같아요, 아직 볼 자신이 없어요..."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그가 작게 웃는 소리가 산하의 귀에 들렸다.
"하하하, 알았어요, 커피 한잔 마시면서 기다려 줄게요.
너무 민망해할 거 없어요, 앞으로도 종종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익숙해져요"
그녀의 어깨 위에 가벼운 키스를 남긴 그는 커피 잔을 들고 식탁에 앉아 아침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커피를 다 마신 그가 싱크대에서 자신이 사용한 잔을 씻어 건조대에 올려놓았다.
찬영이 잔을 건조대로 올리자 산하는 그를 피해 식탁 쪽으로 움직이려다 그의 손에 붙들렸다.
"커피 다 마셨으니까 이제 얼굴 보고 얘기해요"
자신의 품에 안긴 그녀의 턱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자신을 보게 했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아직도 갈 곳을 찾지 못해 흔들리고 있는 그녀를 조용히 불렀다.
"산하 씨"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제야 그녀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
"이제 피하지 말고 나 보는 거예요, 알았죠?"
그의 말에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찬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에 미소를 띠며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꾹 눌렀다.
"이제, 아이들 깨울까요?"
"네"
찬영이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거실 방향으로 몸을 돌리니 언제 일어났는지 두 아이 모두 텐트 앞에 앉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준서는 꼬장꼬장 한 장인어른의 모습이었다
"어, 둘 다 언제 일어났어?"
준서가 팔짱 낀 팔을 풀었다.
"조금 전에요"
"아침 다 됐으니까 손만 씻고 와서 밥 먹자,
준서는 혼자 씻을 수 있으니까 진서는 아빠랑 씻으러 갈까"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준서의 얼굴을 쓰다듬어 준 찬영은 준서와 진서를 욕실로 데리고 갔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찬영은 설거지를 준서는 씻으러 거실 욕실로, 산하는 진서를 씻기기 위해 안방 욕실로 뿔뿔이 흩어졌다.
진서를 씻기고 옷도 갈아입힌 후 준 서방으로 데려다준 후 텐트를 정리한다는 찬영의 말에 거실에 흩어져 있는 장난감들을 정리했다.
찬영은 텐트를 정리해도 될지 준서에게 물으러 갔다.
"준서야, 텐트 정리해도 돼지?"
"아... 네, 제가 도울까요?"
"괜찮아, 아저씨 혼자 할 수 있어, 책 마저 읽어"
텐트를 정리한 찬영은 베란다 수납장 아래쪽에 텐트 보관함을 넣어 놓았다.
거실 소파와 테이블도 제자리로 옮겨 놓은 후 청소까지 마친 찬영은 안방에서 놀고 있는 산하와 진서에게 거실로 나와도 된다고 알려 주었다.
방에서 책을 읽고 있던 준서는 찬영이 들어오자 보던 책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봤다.
"낮에는 더워서 운동하기 힘드니까 해 떨어진 후 나갔다 올까?"
"네, 아저씨 오늘 집에 가요?"
"오늘 가는데 준서 인라인 한 번 더 알려주고 가려고 저녁까지 먹고 갈 거야"
찬영의 말에 준서의 고개가 위아래로 작게 움직이며 촉촉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봤다.
찬영은 준서의 이마를 가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주면서 마주 보며 앉았다.
"아저씨한테 말하고 싶은 거 있어?"
"..... 오늘이 토요일이고 내일은 일요일이에요"
"..... "
"내일 유치원도 안 가고, 회사도 안 가니까 오늘도 여기서 자면 안 돼요?"
"아... 그랬으면 좋겠어?"
준서가 말없이 머리를 살짝 위아래로 움직였다.
찬영은 준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엄마랑 얘기해 보겠다고 말했다.
찬영은 진서와 알파벳 읽기를 하고 있는 산하 곁으로 다가가 그녀 옆에 앉았다.
"산하 씨"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알파벳 카드에서 눈을 뗀 산하가 그를 바라보았다.
"준서가 내일 일요 일니까 오늘 하루 더 자고 갔으면 한데요"
찬영의 말을 듣던 산하는 놀란 듯 짧은 말을 뱉어 내었다.
"아.."
진서가 산하의 얼굴에 '바나나'가 그려진 알파벳 카드를 흔들며 '삐 -'라고 말하자 찬영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B 맞아, 진서 잘하네"
진서는 바닥에 펼쳐져 있는 알파벳 카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열심히 읽었다.
잠시 상념에 빠졌던 산하가 그를 바라보았다.
"찬영 씨는 어때요, 내 의견보다 찬영 씨 의견이 더 중요한 거 아니에요"
"나는 아주 좋아요"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찬영 때문에 산하는 웃음이 났다.
"내일 본가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준서를 위해 불효자가 돼 볼까 해요"
"고마워요, 잠깐 진서랑 놀고 있을래요, 준서한테 갔다 올게요"
"그럴게요"
책을 읽고 있던 준서는 엄마가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책을 덮었다.
"아저씨한테 얘기 들었어?"
"응"
"아저씨가 뭐라고 했어?"
"준서가 하루 더 자고 가라고 해서 기분이 좋다고 하시네"
"다행이다"
산하가 준서의 머리카락을 만져 주면서 물었다.
"준서, 아저씨랑 노는 거 좋았어?"
말없이 준서가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그랬구나"
"엄마랑 둘만 있다가 아저씨랑 진서랑 같이 있으니까 재미도 있고 기분도 좋고 그래"
산하는 준서를 자신의 품 안에 안아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준서야..... 아저씨 마음에 들어?"
"일단은 마음에 들어, 엄마가 아저씨랑 있으면 행복해 보여"
"엄마가 그렇게 보였어?"
"응, 엄마가 행복해 보이니까 나도 행복해.
아저씨가 엄마 좋아한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도 엄청 좋아하는 거 같아"
"아저씨랑 그런 얘기도 했어!"
"내가 물어보니까 아저씨가 말해 준거야"
"그랬구나"
모자간에 대화를 하는 동안 거실에서 놀고 있던 진서가 산하를 찾으며 준서 방으로 와서는 준서를 안고 있는 산하를 보더니 자기도 안아 달라고 양손을 뻗었다.
"나도, 나도 아나 줘, 엄마"
네 살이라 발음이 완전하지 않은 진서의 말에 준서가 웃으며 엄마를 놓아주었다.
준서의 얼굴에 뽀뽀를 해 준 산하가 진서를 안아 들고는 거실로 나왔다.
"준서랑 얘기 잘했어요?"
"네, 하루 더 잘 거라고 하니까 좋아해요"
"날씨가 살짝 덥기는 하지만 한강 공원으로 나갈까요?"
"그래요, 낮에는 밖에서 노는 게 아이들한테 좋으니까"
산하는 진서를 거실에 내려놓고 어린이 티브를 틀어 주고는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간단한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찬영도 준서에게 한강 공원으로 나들이 간다는 말을 전하고는 주방으로 가 산하를 도왔다.
오월 연휴인 만큼 공원에는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큰 나무 근처 아래 자리를 잡은 찬영과 산하도 준서와 진서가 잔디에서 공 놀이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더운 날씨에 하늘을 보던 찬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오월 초인데 햇볕이 제법 뜨거워요. 올여름은 일찍 더위가 오나 봐요"
"그러네요, 아이들도 저렇게 뛰어놀면 금방 지치겠어요"
"저 나이에는 더워도 뛰어노는 게 좋아요, 그리고 이 정도 날씨는 괜찮아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얘기하는 그의 말에 산하는 살랑살랑 머리를 끄덕였다
한참 뛰어놀던 아이들이 돌아오니 찬영이 물통을 꺼내 아이들에게 건네주었다.
"준서는 조금 쉬었다가 아저씨랑 자전거 타러 갈까?"
"자전거 없는데 어떻게 타요?"
"여기서 빌려 주는 자전거 있어, 자전거 타 봤어?"
준서가 물을 마시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요"
"그러면 이인용 자전거를 같이 타면 되겠다. 자전거 타고 컨디션 괜찮으면 인라인 연습도 여기서 하고 가자"
"네"
찬영과 준서가 이인용 자전거를 타러 간 동안 산하는 진서와 근처에서 꽃구경을 했다.
진서는 꽃에 대해 관심이 많은 듯 주변에 있는 모든 꽃을 찾아다녔다. 꽃을 보면서 꽃처럼 예쁘고 환하게 웃고 있는 진서가 늘 꽃길만 걸어가길 바랬다.
커플끼리 시간을 보낸 후 네 사람은 점심시간이 되어 자리에서 만났다.
준서와 진서 둘 다 열심히 놀아 배가 고팠는지 먹는 속도가 조금 빨랐다.
"준서랑 진서 먹는 속도가 빠른데 조금 천천히 먹어, 배 고프다고 빨리 먹으면 체해"
준서는 씹는 속도를 조금 늦추면서 먹는 속도를 조절했지만, 아직 어린 진서는 혼자 속도 조절하는 것이 어려워 산하가 진서를 안아 자신 앞으로 데려 왔다.
"진서, 아_ 해볼까?"
"아_ "
"입에 있는 거 천천히 씹어야 해, 그래야 배 아야 안 하니까, 알았지?"
'아_' 하고 입을 벌린 상태에서 머리를 살랑살랑 끄덕였다.
산하가 다시 '얌, 얌 하자'라고 말을 하니 입을 닫고 오물오물 다시 먹기 시작했다.
진서가 다 먹을 때까지 산하는 중간중간 물도 먹이면서 속도 조절을 해 주었다.
산하가 진서를 보는 동안 찬영은 준서가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챙기면서 산하가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점심을 든든히 먹은 준서는 찬영과 함께 인라인을 타러 갔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준서가 찬영을 자연스럽게 터치하는 것이 두 사람이 무척이나 가까워진 듯했다.
찬영과 준서가 인라인을 타는 동안 진서는 산하의 손길을 받으며 낮잠을 자고 있었다.
외출용 작은 베개에 머리를 묻고 얇은 담요를 덮고 누운 진서에게 살살 부채질을 하고 있던 산하는 멀리서 발갛게 익은 준서가 찬영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준서 재미있었어?"
"응"
찬영이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 준서에게 건네주었다.
"준서 여기 앉아서 물 먼저 마시자"
물통을 받아 든 준서는 자리를 잡고 앉아 물을 마신 후 찬영에게 물통은 건네주었다.
찬영은 준서에게 건네받은 물통에 남은 물을 전부 마시고는 물티슈를 꺼내 준서 얼굴과 목에 흐르는 땀을 닦아 주었다..
"두 사람 다 땀이 많이 났네요, 여기 있으면 잘 모르겠는데 햇볕이 뜨거웠나 봐요?"
"한창 더울 시간이라 그랬을 거예요, 잠깐 쉬면 괜찮아요
팔 아플 텐데 부채 줘요 내가 할게요"
"저도 이 정도는 괜찮아요,
준서야, 손 선풍기 가방 안에 있으니까 꺼내서 바람 쐐, 아저씨도 하나 주고"
가방에서 손 선풍기를 꺼낸 준서가 선풍기를 켜서 찬영에게 건네주고, 자신도 바람을 틀어 더위를 식혔다.
진서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며 찬영과 준서는 자리 앉아 주사위 보드 게임을 시작했다.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