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 부모님, 가까운 가족 및 지인들에게 임신 소식을 전했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당연히 깜짝 놀랐지만 이내 너무 잘 된 일이라며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우리 부모님은 예외로 하자, 엄마 아빠 앞에서 우린 죄인 모드였다.)
모두들 공통적으로 요즘 같은 세상에 축복 받은 일이라고 했다.
자연 임신 소식보다 시험관 시술 소식이 더 많이 들리는 세상이다.
거기다 해가 바뀌면 삼십 대 후반이 되는 오빠와 노산의 기준이 되는 나이를 코앞에 두고 있는 나였다.
더 늦기 전에 찾아와서, 시술을 하지 않고도 찾아와서 너무 축복 받은 일이라고 했다.
그 말에 자연스레 끄덕 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축복이구나... 축복이었어...’
나에게는 아직 와 닿지 않았지만 주위에서 축복이라고 하니 나도 축복이라고 믿어야만 할 거 같았다.
그렇게 축복인 줄 알고 임신 초기를 보냈다.
하지만 임신 22주인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한 번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나의 임신을 진심으로 축복이라고 여겼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이 모든 게 어색하고 두렵기만 하다.
조금만 더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나에게 찾아왔더라면 나도 너를 축복이라고 여겼을까?
이렇게 내 진심을 고백하는 데는 정말 큰 죄책감이 따른다.
우선 배 속에 있는 아기에게 가장 미안함이 크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거기에 더해 이런 생각을 글로 남긴다는 것 자체가 큰 죄는 아닐지...
이 자체로 나쁜 엄마, 이기적인 엄마인 것만 같아 두려움에 죄책감까지 더해진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생각해.’라던데
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끝도 없이 미안한 마음은 어떻게 해야할 지...
정말 솔직해져본다.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진심으로 행복한 적은 없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느 시점에선가 이 모든 변화를 받아들이고 내가 준비가 된다면 나도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행복하지 않다.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척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었다고, 난 진심으로 무섭고 두렵다고, 할 수만 있다면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조금만 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 몸이 변해가는 걸 받아드리기가 힘들다고 고백하고 싶다.
나는 안다.
내가 좋은 엄마가 될 거라는 것을.
누구보다 나의 아이를 사랑할 것이고, 최고만을 해 줄 것이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 전까지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행복한 엄마, 좋은 엄마가 되기 전에
조금은 나를 더 돌 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좋은 생각만 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마음이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차도 괜찮다고,
누구에게도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엄마이기 이전에 너는 너 자신이라고.
누군가는 말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