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새벽,
테스트기는 너무나 선명한 두 줄을 보였다.
혹시나 의심이라도 하지 말라는 듯이.
왜 그랬을까?
내 인생에 갑자기 들어온 ‘임신’이라는 두 글자를 마주하자
‘난 못 해’라는 세 글자만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배 속에 새로 자리 잡은 존재에겐 너무나 미안하지만
‘널 감당할 자신이 없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만이 꼬리에 꼬리를 물 뿐이었다.
새벽 다섯 시.
남자친구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바로 집으로 와달라는 나의 차분한 목소리에
이유도 묻지 않고 그는 한걸음에 달려왔다.
내 방문을 열고 걱정된 표정으로 “무슨 일이야?”라고 묻는 그를 향해
아무 말 없이 화장대에 놓여있는 테스트기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임신한거야?”라는 말에
눈물이 대신 답을 했다.
아무 말 없이 나를 한참을 꼭 안고 있다가
“우리 아기인데 낳으면 되지, 뭐가 문제야?”라는 그의 말에
우리 둘이,
셋이 되는게 가능하기도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생각했을 때는 엄두가 나지 않던 일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남자친구가 남편이 되려면 아직 6개월이나 남았는데...
그 전에 우린 아빠와 엄마가 되어버렸다.
해가 뜰 때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앞으로 계획의 뼈대를 세우고 병원을 찾았다.
정기검진도 아니고 어디 아파서도가 아니라 임신 확인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
아기 보는 초음파는 전부 배 위에서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아직 초기 단계에서는 질 초음파로 확인을 할 수 있기에 다리를 벌리고 의사 선생님 앞에 누워야 했다.
초음파를 하자마자 예고 없이 아기의 심장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쿵쿵, 쿵쿵, 쿵쿵, 쿵쿵...
“아기 심장 소리구요, 임신 맞으세요.”
눈 앞에 있는 모니터에는 아주 작은 공간이 생긴 나의 자궁이 보였다.
그 어떤 신호도 없이 나 몰래 내 안에 몰래 방을 만든 조그만 존재가 보였다.
진료실을 나서는 나의 손에는 난생 처음의 초음파 사진이 들려 있었다.
0.77cm, 8week 라고 적혀 있는 까만 사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