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이는 직장 생활

by 강사월

임신 사실을 알고 얼마 후,

말로만 듣던 입덧이 시작되었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먹은 것은 그대로 다시 내 몸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심각한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꼼짝달싹 못하고 침대와 화장실만을 왔다갔다 했다.

평일이 문제였다.

겨우 출근을 하면 퇴근 시간까지 버티는 게 그야말로 나 혼자 소리 없는 전투를 치루는 것과 같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임신 초기와 말기에는 법적으로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이 단축 근무를 사용한 전례가 없었으므로 총무팀에다가 요구하기에도 그랬다.


정말 너무 힘든 날에는 연차를 사용해버렸다.

출근한 날에는 아침부터 화장실에서 입덧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 힘들어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 가서 2-30분씩 눈을 붙였다.

예전 같았으면 직장 상사, 동료들 눈치 보느라 2-30분씩 자리 비우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몸이 너무 힘드니까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어졌다.

살기 위해서 담요를 들고 여기 저기 사람 없는 곳을 찾아 떠났다.


화장실에서 변기를 붙들고 입덧을 하다 보면 정말 너무 힘들어 눈물이 함께 흘렀다.

더 이상 게워낼 게 없는데도 위장은 엄청난 수축을 하며 노란 액체까지 뱉어낼 때는 정말 화장실에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두통은 어찌나 심한지 하루는 영화를 보다가 머리가 너무 아파 중간에 빠져 나와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아무 말 없이 계속 눈물만 흘리기도 했다.

타이레놀 한 알 정도는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아기를 위해 참고 싶었다.

산부인과에서 처방해주는 입덧 약은 하얀 알약에 핑크색 산모 모양이 찍혀 있는 약이었는데 보험 적용이 안된다고 했다.

하루에 한 알, 열흘치 약을 처방받는데 3만원 정도의 비용이 지출됐다.

입덧약이 입덧을 조금 완화시켜주기는 한 것 같았지만 아예 없애주지는 못했다.


회사에서 어디 아프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예정에 없던 연차를 자주 쓰고 출근을 하지 않는데다가 회의실에 엎드려 있는 것을 목격하는 사람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냥 요즘 몸이 좀 안 좋다고 했다.

“임신했어요.”라는 말은 절대 할 수가 없었다.

최소한 안정기에 접어들어야 사람들에게 알릴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입덧은 안정기에 돌입하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 때쯤이면 없어진다고 하던데 정말 신기하게 그 때쯤 사라졌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내 임신 사실을 알고 있던 측근들은 이제 팀장과 부서장에게 임신 사실을 슬슬 알려야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래야 한 달 뒤에 있을 정기 인사에도 그 내용이 반영될 수도 있고 올해 있을 중요한 프로젝트에 대비해서 위에서도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말해야 회사에서도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근데 왜 이렇게 눈치가 보이는걸까?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머쓱해야 하며 민망해야 할까?


팀장과 부서장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축하한다고 무리하지 말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 전까진 한 달 내내 꼬박 야근을 해도 끄떡 없었고

술 자리가 있음 빠지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나였다.


하지만 이제 나는 임신을 했으니까 1인분의 몫을 온전히 해내지 못할 거라고 위에서 생각하시는게 느껴졌다.

그 고마운 배려를 소중하게 받으면 될 것도 같은데

왜 나라는 사람은 회사에서 그렇게 해주는 게 좋지만은 않은지 모르겠다.


이제 점점 더 배가 불러올텐데...

배가 부른 상태로 회사에 출근하는 내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가 않는다.

또깍또깍 구두를 신고 한 손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출근하던 내가

이젠 무조건 편한 옷, 화장기 없이 부은 얼굴로 출근을 하고 있다.


이제 좀 더 있음 전 부서에 소문이 날 것이다

“OOO씨, 임신했다며?”

난 그게 왜 이렇게 싫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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