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느날
내앞에 나타났다
발그레한 뺨과 슬픈 눈을 하고.
기러기가 끄는 마차를 타고서
어느 곳에선가 날아와
하늘로부터 사뿐이 내려왔다
가쁜 숨에선 달콤한 사과 향기가 풍겼다.
그의 눈에선 수만가지 질문들이
화살처럼 날아와 내게 꽂혔다
나는 열심히 대답을 내놓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 세상은 아름답지만 또
지독히도 슬픈 일이 많다고.
바보들은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고
잘났다고 으시대지만
장미꽃에 물을 주어야 하는 이유는 모른다고.
할말이 없어진 나는
그의 등을 두드려주고
그와 함께
지는 해를 보기 위해
의자를 돌려서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