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태양이 떠날 차비를 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저녁 어스름이 산봉우리 위를 넘어올 때
그 집 앞 키 큰 후박나무 가지에는
이따금 새들이 날아와 노래를 했다.
그리운 옛님의 기별인가
설레는 마음으로 귀를 열어젖힌다
싱그러웠던 미소마저 이제는 가뭇하고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지만
새들의 청아한 노래는 그의 것과 닮았다
참을성 없는 새들이 이내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면
서운한 마음
하늘 끝을 바라본다
그곳에 남아 있는 여운의 자락이라도
붙잡을 수 있으려나
거뭇한 나무 그림자는 아무 말이 없고
그리움과 기다림만 덩그러니 남았다
서늘한 저녁 바람이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