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소리 없이 내린다
내려 쌓인 눈을 살포시 밟을 땐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난다
하얗게 하얗게 눈이 내려서
세상이 깨끗하다
순백의 눈은
눈꺼풀을 떨리게 한다
오후 4시인데도
저녁 느낌이 난다
푸르스름하게
창백하다
눈에 갇혀서
닫힌 창문 밖에는
고요한 정적이 내려 앉았다
눈썹 끝에 매달린
눈물 방울 속에
벙어리 장갑을 끼고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고
뭔가 큰일을 한듯 뿌듯해하던
갈래머리 어린 소녀가 떠오른다
그 소녀는 지금도
그 작은 집 마당 안에
살고 있을까
솔방울을 주으며
행복해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