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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섭 Oct 09. 2022

후회의 순간을 바꿀 수 있다면

중년 백수의 생 바라보기 2

누구나 인생에서 후회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을 마법처럼 바꿀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런 상상만으로도 인생은 좀 더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학자들은 이러한 것을 ‘사고 실험’이라고 말한다. 즉, 상상을 함으로써 무엇인가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예측을 해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후회했던 일이 오히려 후회가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에게는 인생에서 3가지 하지 않아서 또는 행동하여서 후회했던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적성검사는 문과가 나왔음에도 친구들이 모두 이과를 간다는 이유로 이과의 길을 간 것이다. 두 번째는 어렵게 대기업을 취업해 신입사원임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내가 또 다른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물론 이 결정에는 사회적 영향이 약간은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나의 대부분의 사회생활에서 책을 경원시(敬遠視)하던 시간들이다. 그럼 그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의 사고 실험을 해 볼까 한다.


첫 번째 "고등학교 때 문과를 선택했다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사고 실험은 나 자신을 먼 기억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 이 실험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분기점은 공부한 이후 어떤 과목으로 대학을 진학했을까 일 것이다. 아마도 경영이나 경제인 상경계열로 진학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랬다면 난 분명히 증권회사에 취직을 했을 것이다. 그때는 증권회사의 수요가 높았고, 취직 가능성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오면서 증권회사가 인간관계나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분명히 난 취직 후 IMF 시절 분명 회사를 그만두었을 것이고, 그 이후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결론적으론 현재와 같은 결과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사회 초년생 때 대기업을 계속 다녔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사고 실험을 해 보자. 오랜 기업생활의 특성상, 난 아마도 지금 더욱 고리타분한 생각과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 당시 회사를 그만두었던 이유 중 하나가 본사가 경기도로 이전하는 계획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때 지금의 와이프와 사귀고 있었을 때이고, 내가 지방으로 간다면, 와이프를 잃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퇴직을 결심한 이유도 있다. 물론 이런 사실은 와이프가 알지 못한다. 비록 생활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지금쯤 이면 퇴직을 걱정하는 지위에서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열심히 늙은 파리가 되어 손을 비비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지금보다 부자가 되었을 가능성은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이 사고 실험에서 어떤 좋은 점도 발견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멀리했던 시간들의 후회다. 어릴 적에는 제법 책을 좋아했지만, 입시에 밀려 거의 좋은 서적을 접해보지 못했다. 그러다 군대에 입대한 후 말년쯤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집에 이야기해서 책을 부탁해서 고전과 신간을 읽기 시작했다. 그때의 행복은 잊지 못한다. 그러나 제대 후 학업에 열중한다, 취직한다, 결혼한다, 생업에 집중한다는 핑계로 수십 년을 책과 담을 쌓고 살았다. 특히, 제일 한심했던 이유는 ‘태백산맥’이라는 10권짜리 장편 소설을 가지고 무려 1년에 걸쳐 읽었던 시절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은 책을 더 멀리하면 안 되겠다는 각성과 함께 하루에 몇 쪽이라도 읽자는 계획하에 독서를 시작하였다. 그 후의 변화는 놀라웠다. 책을 읽은 후에 더 행복해졌고, 삶에 대한 근심도 어느 정도 사라졌다. 마치 내가 더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지금으로선 책을 멀리했던 그 세월이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이 되었다. 만약 내가 군대 제대 이후 계속해서 책을 가까이했다면, 내 인생은 조금은 더 행복한 기준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살았을 가능성은 더더욱 높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 건 이제라도 책을 열심히 보며 사고를 정리한다는 점이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을 핑계 삼아 말이다.


심리학에서 프로이트와 융은 세상의 모든 문제를 과거에 맞히었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의 영향으로 현재의 정신적 문제가 태동했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와는 다른 입장의 아들러는 현재의 문제는 그저 현재의 문제일 뿐, 과거의 문제는 그저 핑계라는 주장을 했다. 어느 것이 맞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옳은 판단은 아들러의 입장이다. 따라서 과거를 생각하며 현재를 후회하기보다는, 현재를 즐기며 과거의 후회들을 반성하고 개선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태도일 것이다. 후회라는 사고 실험을 통해 지금의 나를 냉철히 분석하고, 장점을 뽑아 현재의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 생각한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 현재를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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