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하루 일기

미니비숑 생애

by 비단향꽃무

눈이 댕댕 부셔 잠을 깼다. 엄마는 해가 중천에 떴는데 일어날 생각도 않는다.

SE-2df24fbd-5dc6-4a96-a7d6-878880036cd7.jpg?type=w966 댕댕이 웃는 모습

엄마 보는데서 내 화장실에 쉬~하면 간식도 얻어먹는데 애라 모르겠다. 급해서 안 되겠어.

소파 옆에다 쉬를 그냥 싸 버렸다.


냄새를 맡았는지 엄마가 일어나 거실에 나왔다. "뭐야 거실이 한강이 됐어. 쉬~ 계곡물이 철철 흐르잖아." 하면서 나에게 아침 댓바람부터 소리를 질러댄다.

SE-11d22e40-308a-4e6a-bd58-8129eee31430.jpg?type=w966 쫌 귀엽게 봐줘 요용

사람들이 '개팔자 상팔자라고 한다.'

사람들은 내가 일도 안 하고 맘마만 받아먹고 낮잠만 실컷 자니 부러운가 보다. 사람들이 돈 벌러 다니느라 일하러 다니며 허둥대는 걸 보면 좀 딱하긴 하다. 근데 나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유' 란 것이 나에겐 없다. 산책 나갈 때도 목줄에 끌려 나간다.

그래도 요즘같이 뜨거운 삼복더위에 엄마가 저녁에 산책을 매일 시켜줘서 그 낙으로 살고 있다.

SE-15bde5aa-cce8-4cdf-833d-11191ffa83b8.jpg?type=w966 산채 시간이 젤 즐거워

이러쿵저러쿵해도 한낮의 땡볕이 내리쬐는 베란다에서 꼼짝도 못 하는 화초군단들 보다야 내 팔자가 형편이 나은 편이다. 낮에 엄마가 나가는 현관문 소리가 쾅~ 들리고 나면 그때부턴 내가 왕이다. 내가 화초들에게

여봐라~호령하며 멍멍 거려도 쥐 죽은 듯 조용하다.

SE-5fe0f7c8-a57b-4a99-9c73-c7e1b924b46f.jpg?type=w966 내가 왕 이로소이다

내가 오로지 밥값 하는 일은 엄마가 돌아오면 헬리콥터 꼬리를 혼절하듯 흔들어대는 일이다. 그러고 나면 엄마랑 마사토길로 맨발 걷기를 간다. 맨발 걷기가 끝나면 엄마는 오금이 저리도록 엄청 시원한 지하수물에 내발도 씻겨준다.

이럴 땐 엄마도 쪼끔 착한 것 같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어떤 댕댕이가 나에게 으르렁대며 달려들어서 십년감수했다. 엄마는 무조건 "괜찮아"라고 말한다. 나 스스로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는 것 같다.

SE-f02ad96b-698a-4159-8559-edac13e11c49.jpg?type=w966 내 몸은 내가 지킨다

엄마는 가끔 나에게 "너는 말을 왜 못 하는 거야."라고 말하다가 "강아지가 말을 하면 얼마나 시끄러울까!" 하다가"강아지가 말을 하면 너랑 단둘이 있을 때 누구 욕하는 것도 모두 고자질할 테니 안 되겠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나는 사람들처럼 말 좀 했으면 좋겠다.

말하는 대신 내가 잘하는 "멍멍!" 짖기를 하기라도 하면 "놀랬잖아!"이웃에 시끄럽다면서 엄마는 나에게 "작게 짖어!"라고 한다.

이 모두가 문밖에서 소리가 나면 엄마를 보호하려고 하는 짓인데 말이다. 그렇게 매일 크게 짖지도 못하게 하더니,

SE-a2ff580f-2513-45c8-959f-d90a971bef49.jpg?type=w966 댕댕이의 해맑은 모습

며칠 전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오른발을 밟혀서 발톱이 까맣게 멍이 들었다.

산책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엄마가 만지면 아프다. 속도 모르고 엄마는 미안한지 자꾸 만져댄다.


나는 키가 작은 '미니비숑'이라 몸집이 작아서

엄마 발 밑으로 죽어라 따라다니는 내가 잘 안 보이나 보다.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아무 데나 쉬~ 싸면 무섭게 소리 질러도 화장실에 쉬~성공하면 '엄지 척!' 하며

맛있는 간식을 주니 엄마를 흠~ 의지하며 살아야겠다.

하루하루 쉬~ '내 화장실 성공'만 하면

간식을 바로 하사 해 주는 엄마가 있는 하늘 아래 귀여운 강아지로 태어난 나의 '미니비숑 생애'

이만하면 괜찮은 견생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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