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90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영화 mid90
집에서 밥 먹다가 무료영화에 ‘미드90 ‘이 있길래 밥 친구로 골랐다.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극장에서 볼 시기를 놓쳤다.
음악과 영상미가 그렇게 기가 막힌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나중에 집중해서 마음먹고 보려고,
괜히 무거운 마음으로 보려 미루고 미뤘다. 너무 좋아하게 될까 봐 일부러 안 봤다.
어느 순간부터 좋아하는걸 만드는 게 좀 피곤해졌다.
뭐에 하나 관심사가 생기면 깊게 파고들어서 끝을 봐야 하는 지독한 성미 때문에
감정적으로 지쳐가서 마음이 낡았다. 태어날 때 갖고 태어나는 종이의 장수는 정해져 있고,
아껴서 써야 하는데 질리게 앓았던 시기를 오타쿠로 보내며 장수를 다 채웠다.
마음을 이미 다 써버리고 남은 낡은 종이에 덧그리기만 하고 있다.
그런 생각에 잠겨 몇 주 동안 허우적거리다 가볍게 살아보고자 영화를 틀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나와 한 덩어리 같던 무리, 그리고 한 머리 같던 친구가
각자 성장하면서 그 궤도가 얼마나 틀어져 버리는지
누구나 겪는 감정을 GZA, 바나, 모리세이, 마마스 앤 파파스, 투팍의 음악으로 잘 버무려놨다.
90년대의 빈티지한 무드를 담은 영상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음악.
무엇보다 미치게 만드는 요소는, 루벤과 존나네라는 캐릭터였다.
변두리로 밀려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치열하게 묘사되었다.
맞아. 레이같은 사람이 있었지 무리의 중심이 되고
누구나 동경하며 친구를 주변인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잘난 사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인이었고
루벤과 존나네가 느꼈던 감정은 보편적인 감정이었다.
그리하여 겪는 성장과 갈등은 필연적인 관계다.
이 영화의 엔딩 방식이 좋았다.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어떻게 갈등이 풀어질 것인지 그 어떤 암시도 주지 않고 끝을 냈기 때문에
그 상황에 온전히 가져다 놓았다.
그리하여 그중 몇 명은 그 동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였고,
그들의 관계는 불우하게 변했다는 현실적이란 말로 포장한
비관적 미래, 뻔한 사실을 외면하게 해준다.
자라지 않기 위해 부던 하게 노력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 영화는 머물고 싶지 않았지만, 달아나고 싶지 않았던 때로 회귀시킨다.
스케이트보드로 성공해서 이 동네를 뜨겠다는 허무맹랑한 애들.
그래라. 나도 꿈을 좇아서 성공할 테니까 아무튼 재미있게 잘 지내자
지금 내 현실도 훗날 보면 조금 볼만하고 간지나는 시대의 조각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