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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rose Aug 27. 2022

7년 차 중학교 교사, 지금이 변곡점

인생 2막을 위한 준비


퉁퉁 부은 눈으로 집에서 나와 15분가량을 걸어서 카페에 왔다. 30도에 달하는 더운 날씨지만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마르고 왜소한 체구지만 어찌나 몸이 무거운지, 남편이 약속이 있어 혼자 있을 때 제 발로 걸어 나가 카페에 간 적이 별로 없었다. 오늘따라 하늘도 맑아서 그런지 저절로 발이 이끌리는 대로 외출을 했다.


주말 아침잠에서 깨어 눈 뜨자마자 하는 일은 주로 거실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켜고 생산적인 내용을 다루는 콘텐츠(재테크, 자기 계발 등)를 보는 것이다. 자기 계발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내가 당장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유튜버가 하는 말에 공감이 되는 순간 조금씩 성장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작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토요일 아침은 보통 설레는 시간이다. 다음날은 일요일이라 쉬는 날이 하루 더 있어 행복하고 토요일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취미나 음주 등의 약속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즐기는 날이지 않나. 하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검색 포털에 교사 의원면직을 검색했다. 교사 일을 그만두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 궁금증이었다. (사실 절차 따위 알아보는 거 중요하지 않다. 당장이라도 하고 싶었다)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교감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형식적인 한 차례 상담을 거친 후 행정실에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퇴사는 어느 회사건 간에 굉장히 쉽구나.. 내 빈자리는 누군가가 쉽게 채우겠지.


머릿속에서 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아침에 깨서부터 자기 전까지 수차례 머릿속을 스치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인해 1학기 때만큼의 체력도 생기지 않고 동기도 부여되지 않는다. 어른들이 대부분이 선망하는 교사라는 직업을 버릴 경우 내가 맞이할 현실에 겁이 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고립된 시스템 속에 따분하면서도 불안정한(교사 일이  불안정한지 의구심을 가질  있다.  이유에 대해서는 추후 글을 쓰겠다) 일들을 앞으로 겪어야 하는  또한 끔찍하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런저런 고민들 돌고 돌아 결론이 나지 않는 답답한 마음에 남편에게 이야기하다 눈물이 터진 것이다.


요 근래 우리 부부는 일에 대한 고민으로 둘 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남편은 더 큰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 자소서를 3일 내내 고치는 반면, 나는 교사 일이 맞지 않는다며 연일 하소연하고 있는 상황. 부부끼리도 상황이 역전되는 이런 게 인생인가. 나는 마냥 안정적이고 행복할 줄 알았던 공무원 생활이 이제는 새장 같이 느껴지는 순간, 대기업에 대한 갈망이 있던 남편이 경력을 쌓고 기회를 잡아 이직 준비를 하게 됐다. 만약 연애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이했다면 상당히 나 스스로 자존심이 상했을 텐데.. 차라리 결혼한 것이 다행이다.


교사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시점은 사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이다. 그때부터 말로만 투정 부리듯 했지 지금처럼 며칠씩 울며 하소연한 적은 없었고, 퇴직하고 할 다른 사업을 구상한 적도 없었다. 내 인생에 사업 고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로만 그만두고 싶다 하는 주변 선생님들의 고민과 내 고민은 이제 정말 그 깊이와 실행력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져서 난 이 일을 10년을 못 채우고 언젠가 정말 그만둘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퇴직 후 후회가 덜한 결정을 하기 위해 내가 꼭 고민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에 대해 짚고 넘어가기로 했고, 어릴 적부터 내가 가지고 있던 기질, 성격, 환경의 변화, 교사 생활의 장단점, 퇴직의 이유, 미래 계획에 대해서도 돌아보면서 미래에 어떻게 살아갈지 그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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