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암흑기를 지나 14 ~ 16세기까지 르네상스시대를 거쳐 신학에 얼매이지 않고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으로 백성들의 삶과 공동체의 자아실현, 인간사회의 근본적인 목적을 추구하며 지식을 축적하고 발전을 거듭해 갔다. 기독교 사상에 너무 심취하여 퇴행되어 버린 암흑기의 유럽에서 탈피하며 문화와 인류사가 유럽에서는 16세기말에 완전히 부활했다. 위대한 작가, 음악가, 예술가, 과학자, 수학자 등 여러 방면에서 인간사회의 증진을 위한 문화와 실학들이 발전하였다. 조선은 어떠한가? 우리 역시 15세기 중기까지 세종대왕의 진보적인 사상으로, 유교에서 벗어나 실학적인 사상을 기반으로 자주적이고 조선의 고유한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며 시대에 앞서가는 동아시아의 별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외적으로는 명과 왜, 청을 거쳐서 다시 외세와 왜의 견제를 받으며 양털이 깎여나갔다. 하지만 어느 국가가 외세의 견제를 받지 않았겠는가? 이것은 조선이 발전하지 못한 외적요인일 뿐, 필자는 조선이 더욱 크게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내적인 요인이 더욱 크다고 본다.
조선의 중기 ~ 후기의 역사와 유럽의 암흑기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종교를 중요시 여긴다는 것이다. 이런 종교에서 말하는 대의와 명분은 좋다. 기독교도 유교도 그 어느 종교도 나쁘게 살지 말라고 말한다. 이런저런 것들은 해서는 아니 되고, 특정한 행동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만이 인생에 가치가 있는 것이고, 비로소 바르게 살았다고 주장한다. 그래야지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행복만을 추구하는 관점은 과거의 유산일 뿐. 이미 고대의 철학에서도 어렴풋이 존재해 왔으며 현대에 와서 더욱 디테일하게 발전을 한 현대철학에서는, 인생이란 찰나의 경험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기쁨, 슬픔, 좌절, 사랑, 절망, 환희 등 여러 가지 모든 감정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결국에는 우리 모두 끝을 맞이한다. 그렇기에 지금 살아서 느끼는 현세의 이 모든 경험과 감정들이 아름답고 중요하다.
본래 종교의 목적은 왕권의 지배체재 강화이다. 그러니 백성들이 힘을 합쳐 대의를 이루게 하겠는가? 역으로 생각해 보면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적당하게 무능한 백성을 다수 양성하는 게 이득이다. 마치 학교에서 적당히 멍청한 사람을 공장이나 회사에서 반복노동을 하게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서로 뭉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인간은 뭉치면 강하다. 왕권을 유지하고 싶으면 백성을 적당히 뭉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백성을 화합하고 통합하게 하려고 한다면 성군이고, 백성을 분열하고 편을 가르려고 한다면 폭군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걸 국가적인 테두리 안에서 봐야 하는 내적인 사항이고 외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국내정치적 관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유교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유교에 공자가 말한 '군군신신부부자자' (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말이 있다. 결국에는 왕권강화가 목적이다. 거기에 대표적으로 사이비 같은 권근, 이황, 이이 같은 광신도가 나와서 왕권강화에 앞장섰다. 쓸모없는 중국의 사서오경이나 달달 외우게 하며, 가장 중요한 교훈인 백성의 삶은 온대 간데없고, 풍유니 정제 엄숙이니 성인이니 덕이니 도덕적인 원리탐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가장 중요한 심사숙고와 원리의 이해는 온대 간데없다. 주어진 지식만 들먹이며 자아성찰과 지혜를 발휘하는 면목이 없다. 과거제도가 이러한 유교적인 내용을 시험으로 보았으며 소과나 대과에 합격하여 관직에 올라가 봤자 실무에는 전혀 능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나마 진사(글짓기) 쪽에서 지혜를 엿볼 수 있기에 조금이나마 유능한 자들이 선출되었지 그것조차 없었으면 정말 답도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조선시대 사람들이 몰랐던 게 아니다. 실학자가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세계열강은 미친 듯이 발전해 나가는데 '조선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조선은 여럿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하지만 교훈을 얻지는 못하였다. 우리는 세계사에서 전쟁과 재앙을 중요하게 본다. 전쟁과 자연재해와 같은 재앙은 곧 위기이며 교훈 삼아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열강들은 이러한 위기를 교훈 삼아 문제점을 보안하고 극복해 나가 발전하였다. 하지만 조선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삼지 못하고 성군이든 폭군이든 왕은 왕이요 백성은 백성이니라 라며 개 똥 같은 유교의 사상을 들먹이며 왕권을 유지해 나갔다. 무능함이라는 크나큰 죄악이 용서되는 나라. 이게 지옥이지 않을까? '죽어서 천국과 지옥이 없고 현세를 천국과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면, 무능함은 죄악이요. 그것이 용서되는 나라는 지옥이다.' -필자-. 과거제도를 비판한 이익, 계급사회를 비판한 박지원, 신분차별의 철폐를 주장한 홍대용, 과거제도의 폐해를 주장한 안정복, 학문의 실용성을 주장한 정약용 그리고 과거제도의 개선책을 채계적으로 서술한 유형원. 그들의 분노가 느껴지는가? 선민사상에 찌들어 자아성찰을 하지 않고 그저 암기한 지식으로 과거시험에 통과해 관직에 앉아 자신이 성군인 줄 아는 오만함, 백성을 돌보지 않고 그저 자신의 관직만을 생각하는 치졸함. 조선이 쇠퇴해 가는 걸 백성의 탓으로만 돌리는 무능함! 조선시대에 태어난 지성체라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미쳐버리지 않고 배길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과거에서 우리는 무엇을 교훈 삼을 수 있을까?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우리의 신분체계과 과거시험과 같은 시험과정은 과연 공정한가? 실용적인가? 우리의 지도층은 과연 유능하다고 할 수 있나? 누가 성군이고 폭군인지 구별할 수 있는가? 백성은 무능한 지도층을 용서할 것인가? 필자는 우리나라 우리 국민이 너무나도 애처롭고 안타깝다. 더 지혜롭게 더 아름답게 잘할 수 있는데 유능한 인제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데, 뜻을 펼치지 못하고 국민 서로에게 기여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러한 체계가 너무나도 야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