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야방성애곡 ... 2
"깡! 깡!"
차디찬 맞바람을 맞으며 곡괭이를 움켜쥔 두 손이 얼얼해질 때쯤.
'퍼서서석, 쿵!'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에 얼음조각들이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그러자 조금씩 앞으로 전진해 나가고 있는 수많은 한강 위에 시민들.
이곳저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저앉고 드러눕고 뼛속까지 얼어붙는 망할 놈의 추위에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미래를 향해 앞으로, 그리고 앞으로 시민들은 나아가고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뱃길이 열릴 것이 극명했기에 시민들은 한치에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이 곡괭이질을 이어나갔다.
그러자 그 모습이 아니꼽았는지 커다란 눈보라가 갑작스럽게 시민들위로 덮쳤다.
순식간에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흰 눈보라가 시아를 가로막았다.
이곳저곳에서 시민들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고, 하던 곡괭이질을 서둘러 멈추고 삼삼오오 모여 눈보라가 지나갈 때까지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스크럼을 짜 뭉쳤다.
흡사 북극의 펭귄들이 추위에 버티기 위해서 큰 집단으로 모여있는 모습이었다.
"으흐흐흑, 추워..."
"아빠!! 빨리 와!"
조금만 더 있으면 깨질 것 같던 얼음에 곡괭이질을 하던 한 남성이 미련이 남아 차디찬 눈보라를 온몸으로 맞으며 느릿느릿 곡괭이 질을 이어갔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 속에서 딸아이라고 보이는 한 여성이 곡괭이질을 하는 남성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거친 눈보라 속에서 그 목소리는 희미하게나마 전달될 뿐이었다.
눈보라는 대장선과 쇄빙선을 덮쳤다.
순식간에 창문이 얼어붙었고 온 배가 비상사태로 접어들었다.
일사불란하게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배 안의 사람들이 움직였고, 배 아래 있던 시민들의 모습이 눈보라에 덮여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재명대표는 이 참담한 광경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자기를 에워싸고 있는 민주당의원들을 열어 재치 고는 대장선의 시동버튼을 누르고는 커다란 뱃고동을 울렸다.
'뿌우우우우우'
눈보라 속에서도 시민들은 커다란 뱃고동 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앞서 나가고 있던 시민들의 등 뒤로 쇄빙선과 대장선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뱃고동 소리가 등 뒤에서 연신 울려 퍼지고, 바닥에 두꺼운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요동치자, 시민들은 서둘러 한강 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제야 쇄빙선과 대장선이 움직인 다는 게 내심 안타까웠지만, 지금이라도 움직여 주는 게 어딘가.
잠시 동안 불어닥친 눈보라가 조금은 누그러졌고, 한강 위에 시민들도 강 주변으로 이동하여 쇄빙선이 나아갈 수 있게 길을 비켜주었다.
몇 시간이 지나자 눈보라는 완전히 그쳤지만 쇄빙선과 대장선은 멈추지 않았다.
뜨거운 엔진이 추위도 누그러트릴 만큼 강하고 굳세게 한강의 얼음을 쪼개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