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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이 Nov 22. 2024

嚴冬也放聲哀哭

엄동야방성애곡

우리들의 마음을 알기에 그러는지, 한 해가 지나갈수록 추워져만 가는 이 엄동설한에,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금 곡괭이를 쥐여 들고 꽁꽁 얼어붙은 한강 앞으로 집결하였다.


걸래짝처럼 다 해저 버린, 구멍이 송송 뚫린 넝마가 된 옷을 입고, 차가운 겨울바람에 붉게 변해버린 양손으로, 곡괭이를 움켜쥐고는, 얼어붙은 한강 위로 많은 인파들이 올라왔다.


그렇다, 더 이상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이상만 좇는 정치가들에게 목숨을 맡겨 놓고 있을 수 없었다.


반 만년이 넘는 이 한반도의 역사 속에서 언제나 백성이 나서서 나라를 지켜 내었다.

언제나 그러했다, 그리고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이번 년에 취임하여 얼어붙은 한강을 뚫고, 대장선이 나갈 활로를 열어줄 쇄빙선이 되겠다던 조국대표는, 앞으로 나아갈 듯 말 듯 요란하게 뱃고동만 울리고 있을 뿐, 이제는 듣는 국민들의 귀청만 아플 뿐이었다.


어느덧 약조했던 3년이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얼어붙은 한강이, 봄이 오기 전에 우리 모두를 굶어 죽일 것이라는 게 명확했기에, 앞에서 전망을 막고 있던 대장선과 쇄빙선을 넘어서서, 느리지만 굳세게, 많은 인파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너나 할거 없이 먼저, 한파가 불어오는 최전선 그 너머로 나아갔다.

등이 휘어져라 있는 힘껏,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들을 향해 곡괭이질 하자, 사람들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심장이 멈춰 급사한 김 씨......'


'전세사기를 당하고는 방 안에서 목숨을 끊은 박 씨......'


'운영하던 가계가 망하고 배달일을 하다가 사고가 난 최 씨......'


'세상에 아랑곳 않고 젊은 나이에 놀러 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이모군......'


'아이와 함께 아파트에서 불을 질러 사망한 정 씨 가족......'


어찌 들어보면 공허하고 애절한 곡괭이질 소리에, 선봉대를 뒤따라오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하나 둘, 가슴속 품고 있던 울분에 젖은 기억이 눈앞에 일렁거렸다.

쇄빙선과 대장선만 나아가면 너무나도 쉽게, 얼어붙은 한강에 활로를 만들 수 있었지만, 어느덧 하루하루 따듯한 배 안에서 먹고 자는 시간이 늘어가자, 정치가들은 그 편안한 환경에 맞게 변해버렸다.


주어진 쇄빙선으로 얼음을 깨는 거야 너무나도 쉬웠기에, 어느덧 위선자처럼 대의를 내세우며 시민들에게 하나의 책도 잡히지 않고, 맡겨진 일을 처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지지부진,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타고 있는 커다란 배가 드리우는 그림자에 가려진, 뒤 따라오는 시민들의 목숨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몰랐어야만 한다.


얼어붙은 한강이 매일, 매시, 매분, 매초마다 앗아가는 우리 시민들의 목숨을 알고 있었다면, 잘난 정치가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렸을 리가 없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쓴 짐승이 아니고서야, 같은 시민으로서 같은 국민으로서, 동포들이 죽는 그 참담한 광경을 보고도 어떻게 바른말, 좋을 말만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불어오는 겨울바람보다 더 냉혹하고 매서웠다.


결국 시민들이 다시금 한강 위로 모여 스스로 뱃길을 열어보려고 한다, 그들의 조상들이 그랬듯이......


수 만, 아니 수천만 시민들이 이 엄동설한에 쓰러져 갔다.


지금도 곡괭이질을 하다가 추위에 견디지 못해 최전방에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져 갔다.


죽는 그 순간 까지도 두 손에 움켜쥔 곡괭이를 끝까지 놓지 못하고, 다음 사람이 온 힘을 다해 곡괭이를 뜯어내어 이어받고는, 다시 커다란 얼음을 깨부수려 곡괭이 질을 이어한다.


'얼마나 많은 목숨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가는가......'


대장선에 타고 있는 이재명 대표님은, 한 마리의 맹수 같았던 그 추진력과 위용이 간신배 같은 야당의 정치가들에게 겹겹이 둘려 싸여 그 모습이 가려졌다.


대의와 명분에 눈이 멀지 않고, 애민정신으로부터 나오는 행동력은 우리 모두를 감흥하게 했다.


목에 칼침을 맞고 목숨이 위태로웠을 때, 앞으로 나아가던 대장선이 뒤집어질까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던가......


하지만 지금은 대장선의 뱃고동 소리를 들은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오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저기 저 앞에서 또 한 사람이 쓰러져 간다.


이번에는 온 가족이 힘을 합쳐 곡괭이질을 하는데 무너져 내리는 얼음에 아버지가 깔려 죽었다.


잔혹하게 뭉개진 피 웅덩이 주위로 가족들이 모여 앉아 통곡을 한다.


새 하얀 얼음이 시민들의 피로 떡칠되어 어느덧 붉게 물들어간다.


'아아... 솔직히 차래가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대로 그림자 뒤에 숨어 얼어 죽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

나아가야만 했다.

시대가 나를, 환경이 나를, 내가 나를 나아가야 한다고 울부짖고 있다.

공허한 눈동자 속 희망이 불씨가 다시금 일렁거린다.

"자! 이어받어!"  


내 손에 따듯하게 덥혀진 곡괭이가 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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