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 홀로 서기

고립되어 있다는 두려움

by 원이

감기에 걸려버렸다.

내가 계획한 모든 연말 일정이 모두 틀어져 버렸다.

안 그래도 혼자라 외로워 죽겠는데 아파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니 더 죽을 맛이다.

그래서 카페에 왔다.

음료는 내가 마신 게 아니라 마신 척을 하려고 자리에 앉기 전에 반쯤 버려놓는다.

4,500원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

내 시급의 절반이 조금 안된다.

내가 30분 쌔빠지게 일해야지 벌 수 있는 음료 한잔.

그리고 카페에 양심껏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는 내 자리가격이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게 될 시간? 쯤으로 생각하면 될 거 같다.


집에 혼자 아픈 채로 있으니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죽어버려도 딱히 아쉽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죽지 않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이러한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한 지 꽤 되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는 더 심해졌다.

나의 황금기가 저물어 가는 허탈함.

지나가버린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허탈함, 무능감.

12월 31일, 2024년의 마지막 날.

생각해 보면 단지 숫자일 뿐이다.

2025년 또한 나에게는 다른 하루들과 다르지 않다.

머릿속으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먹먹하다.

지나간 내 20대의 청춘이 너무나도 서글프게 느껴진다.

이러한 고민을 진지하게 나누고 미래에 대한 나의 생각을 나눌 사람이 없다.

부모님 두 분 다 살아 계시지만, 내가 가장 잘 안다.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어머니는 항상 나에게 무관심하셨다.

마치 남의 자식처럼...

아버지는 정신이 온전치 못하시다.

그러니 내가 고민을 털어놔도 나의 목소리가 공명하지 않는다.


결국 혼자다.

친구도 없다.

예전에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제는 없다.

정말 혼자다.

이렇게 고립되었다는 느낌이 정말 싫다.

솔직히 무섭다.

공황장애가 올 것만 같다.

하지만 신기하게 이런 생각에 잠 길듯 말 듯, 파도에 몸을 맡기면 다시금 생존본능이 피어오른다.

그래서 카페에 온 것이다.

두 팔을 파도치는 바다에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검은 밤바다, 얼어 죽을 거 같은 추운 온도에도, 폐 안에 차오르는 짠 바닷물에도,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것 같은 가슴의 불꽃이, 세상에 맞서 홀로 스라고 발광한다.

칡흑같이 어두운 밤바다, 높은 파도에 작은 불빛들이 반짝인다.

이 거친 세상과 맞서 싸우려고 발버둥 치는 선택받은 사람들이렸다.

어둠이 있기에 밤바다를 수놓은 불빛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

문뜩 이런 말이 생각났다.

신은 자기의 병사들을 강하게 훈련시킨다고.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중 하나.

선택의 자유.

신 또한 완전하게 알지 못하는 100%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행동 가능성이다.

그렇기에 신은 자기의 병사들을 시련에 빠트린다.

그리고 마치 쇠덩이를 강하게 두드리듯이 끊임없이 두드린다.

확률적으로 이러한 시련에서 버텨낸다면 현자가 될 수 있다.

강화성공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련에 버티지 못한다면 깨져버리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의 시련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대부분은 실패하고 좌절하고 도전하기를 포기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내 유전자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는 거 같다.

타고난 거다.

여러 번 고난을 맞닥뜨리고, 망가지고, 부서지고, 깨지고, 겁을 먹어도, 결국 미소가 지어진다.


'이 고난을 극복하면 나는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는 거지?'

'신은 정말 나를 좋아하는구나... 나에게 이런 고달픈 시련을 주시고... 등등...'


엉뚱한 생각을 하며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 마음가짐 덕분에 버틸 수 있는 것이렸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2025년은 더 힘들 거다.

그렇기에 나는 더 성장할 수 있겠지.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새해에는 더욱 발전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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