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잠에서 깨 다시 잠들고 깨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리고 다시 잠들기에 지쳐 알람보다 일찍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억지로 대변을 누고 방에 돌아와 군복을 꺼내 입었다. 나가기 매우 귀찮았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9시까지 가야 했고 어제 계획한 대로 8시에 나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환복을 마쳐서 그냥 방을 나섰다. 혹시라도 길을 헤매어서 늦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늦는다면 귀가조치가 될 수 있기에 가기 싫지만 미리 가있기로 결정했다.
군복을 입고 지하철 역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역이 붐볐다. 출근하는 회사원들도 있었지만 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고등학생들이 아침부터 분주히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감히 예상해 보자면 수학여행 가는 거 같다. 아는 동생이 대학교에 등교하는데 자기가 있는 역도 고등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그 동생은 롯데월드 정도로 예상했다. 아무튼 승강장에 내려가 보니 나와 같은 군복을 입은 남자가 앉아서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도 예비군으로 보였지만 딱히 다가가 말을 걸진 않았다. 열차가 도착해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졸린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가 내릴 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는데 아까 봤던 예비군이 내 옆을 지나갔다. 그러자 갑작스레 그가 말을 걸어왔다. 우린 서로 처음 예비군에 간다는 걸 확인하고 출구로 나가 갈아탈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안에는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리말고도 여럿 보였다. 아마 다들 예비군이겠지. 우린 버스에 타서 이런저런 군에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때우자 어느새 내릴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훈련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30분 일찍 도착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기나긴 언덕을 올라 가볍게 인적사항을 작성하고 셀프로 코로나 검사를 했다.
결과가 음성으로 뜨자 우리는 번호표를 받고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강당 안 사물함에 받은 번호표에 맞게 찾아가, 장비들을 챙기고 강당 안에서 후배들이 안내해 주는 대로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참고로 내가 속한 조에 1번이었던 나는 그냥 1번이라는 이유로 분대장이 되었다.
아니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
아무튼 간단하게 9시까지 아직 오지 않은 예비군들을 기다리다 9시 1분에 조교가 연설을 시작했다.
대충 시설의 위치 등을 설명하고 오늘 하게 될 것들을 대강 설명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번호순으로 1열로 서서 서바이벌장으로 향했다.
이름만 서바이벌이지 지금은 코로나 이후 시설을 운영한 지 얼마 안 돼서 그저 이동사격만 대충 연습한다고 한다
페인트탄과 가스총을 받고 분대장인 내가 분대원들을 교관의 명에 따라 진두지휘하며 장애물들을 극복해나갔다.
훈련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이 되었고 중간중간 휴식시간도 충분히 줬다.
서바이벌 훈련이 끝나고 우리는 진짜 사격장으로 향했다.
M16A1이 사용되었는데 내 주병기는 K2였기에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분해조립을 하다 보니 K2랑 별반 다른 점이 없어서 당행이었다.
영점 조절을 하고 실내 사격장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들려오는 살벌한 총격음이 생생히 기억난다.
건물 밖에서 거리가 꽤 됐는데도 폭죽 터지는 소리는 정말 위협적이다.
아무튼 사격장 안으로 들어가 이어 플러그를 받고 잠시 대기하면서 다른 예비군들이 사격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금방 우리 분대 차래가 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실사격.
5발뿐이라고는 하지만 얼마 만에 잡아보는 총인가.
나는 흥분되는 마음으로 사격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정해진 사격로에서 엎드려쏴 자세를 잡고 조교에 지시에 맞춰 방아쇠를 당겼다.
너무 생각 없이 당겼다.
갑작스러운 반동과 화약냄새에 속으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내가 기억하던 실제 사격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조준을 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10초도 안되어 5발 전부를 쏴버렸다. 표적지를 받고 확인해보니 그다지 탄이 이쁘게 안 모였다. 아무래도 급하게 쏘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졌고. M16이다 보니 익숙지 않기도 했다. 그렇게 표적지를 제출하고 사격장에서 나와 우리는 강당으로 향했다.
이제 어느새 점심시간이라 몇 분 정도 더 쉬고 조별 순번대로 강당을 나와 도시락을 받아 식당으로 향했다. 처음에 입소할 때 도시락을 먹을 거냐고 물어보았는데 일단 먹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식권인 칩을 하나 줬는데 도시락을 받으려면 이 칩을 갔다 내면 되었다. 도시락을 안 먹겠다고 한 사람들은 부대안 PX를 이용할 수 있었다. 아무튼 생각보다 푸짐한 양의 도시락이 제공되었고 대부분 만족하며 식사를 한 거 같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PX를 이용하려고 이동했는데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었기에 포기하고 화장실에서 소변이나 누었다. 강당으로 돌아와서 40분 정도를 기다리자 분대원들이 다 모였고 강의가 시작되었다. 대충 오후에는 무엇을 할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우리는 이번에 진지 탈환 및 분 대지 전투의 연습을 하러 연습장으로 걸어갔다.
간단한 강의를 듣고 분대장과 분대원들의 역할들을 설명받았다.
우리는 각자 맞은 역할대로 지정된 자리로 가서 가스총을 집고는 사주 경개를 했다.
조교가 다시 한번 설명해주는 대로 나는 분대원들에게 보고를 듣고 적군을 발견 및 사격명령을 내렸다.
내 사격명령에 일제히 사격음이 들려오자 내심 분대장으로서의 역할에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언덕 아래로 이동하여 조교의 도움 없이 분대장 혼자 연습한 대로 분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배운 대로 완벽하게 분대장 역할을 해보았고 조교는 꽤나 놀란 듯 잘했다며 연신 칭찬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 또한 분대장같이 위엄 있게 분대원들을 이끌었다고 생각되어서 만족스러웠다.
우리는 이번에 응급처치 지금은 전투 부상자 처치로 이름이 바뀐 응급대처를 배우러 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심폐소생술과 출혈부위를 지혈하는 법을 배우고 강당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시간이었기에 조교님들이 이런저런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강당에 돌아오자 어느덧 5시가 다되어갔다.
우리는 군장을 반납하고 마지막으로 예비군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조별로 퇴소했다.
언덕을 내려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자 군복을 입은 많은 예비군들이 정류장에 모여있었다.
버스가 도착하고 집으로 가는 예비군들이 우르르 타자 안에 있던 젊은 여성이 꽤나 놀란듯한 눈으로 우리들을 보았던 거 같다.
하긴 군복을 입은 건장한 남성들이 우르르 버스에 탄다면 일반인으로서는 놀랍기도 하겠지.
아무튼 역에 도착하고 승강장으로 내려갔는데 간발의 차이로 열차를 놓쳤다.
승강장 도어에 비췬 내 모습을 보고 있자 꽤나 괜찮아 보였다. 군복이 어울리는 게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군복을 패션으로 소화시킨 나치가 떠올랐다.
이런저런 잡지식이다.
아무튼 열차에 타는데 바로 옆에 앉은 젊은 여자가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관심을 보이 길레 말이라도 걸어볼까 했지만 피곤해서 관뒀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군복을 입어서 그렇다. 당당하게 걸으며 대로변을 지나 고시원으로 돌아오자 어느새 하루가 끝나 있다. 생각보다 많은걸 했고, 생각보다 잘 해냈고, 생각보다 나와 어울렸다. 어찌 됐든 보람찬 하루였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