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버스의 좌석은 내 하루의 마지막 의자.
나는 창밖을 본다—
유리 너머로 흐르는 도시의 불빛이
내 마음의 바닥을 더 또렷하게 비춘다.
나를 맞이하는 건
반가움이 아니라
깊은 슬픔.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음 겪는 슬픔이 아니다.
어딘가에서 한 번 만져본,
과거의 잔재가 손끝에 남아 있다.
희미하게 스며드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슬픔이라는 상자 안에
추억이라는 선물이
조용히 숨겨져 있다.
나는 그 선물을 열지 않으려 했지만
그리움이 먼저 열어 버린다.
아무도 모르게,
눈가에 물기가
작게 맺힌다.
외로움.
버스 안 그 누구도
내 마음의 언어를
알아채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시선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갈 때,
나는 깨닫는다.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손바닥만 한 빛에
마음을 맡긴 얼굴들.
옆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각자의 화면 속으로 숨은 사람들.
그들도—
나처럼 외로울 것이다.
다만
그들은 슬픔을 잊는 법으로 살고
나는
슬픔을 마주 보는 법으로 산다.
그때,
두 소녀가 올라탄다.
해맑은 미소가
버스의 공기를 한 번 흔들고,
무엇이 그리도 기쁜지
소근소근, 속닥속닥—
세상은 잠시
그들의 작은 세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주변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들만의 봄이 들어왔다.
나는 버스 한구석
모퉁이 자리에서
그 봄을 바라본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조용히
내 안으로 접어 넣는다.
과연 나에게도
행복이라는 짝이
찰칵—
하고 맞물리는 날이 있을까.
그날의 소리는
어떤 모양일까.
내 마음도
누군가의 세계로
따뜻하게 들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