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거 같은 쿠팡에서의 9시간도 벌써 수백 번 끝이 났듯이.
내 생에 끝남의 순간도 이미 정해져 있겠지.
'아... 언젠가 나는 죽는구나...'
휴무날의 시간만큼은 느리게 흘러가길 원하는데.
시간은 내 마음도 몰라주고 흐르고 흐르기만 하고 있다.
쿠팡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한다.
임금문제, 노동자의 시간, 회사의 이익, 소비자의 지출, 돈 의 흐름, 재무제표, 투자 종목 결정 등등등...
사실 대부분은 야한 상상을 하거나 이런저런 불만들, 인간에 대한 혐오와 경외, 방금 일어난 일들, 방금 했던 대화 등 쓸데없고 음침한 것들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여유 있는 휴무날에 하는 생각은 순간순간의 디테일에 집중하기보다는 깊고 더 큰, 무게 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슬슬 잠이 올 때 가장 진중한 생각이 나를 불쑥불쑥 찾아온다.
이렇게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보면 일할 때 생각하던 순간순간의 디테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나쁜 일들은 용서되고 좋았던 일들은 잊혀져 간다.
큰 이치에 대조해 보면 작은 것들은 그저 찰나일 뿐이니까...
이렇게 인생을 구르다 보면 순수했던 나의 모습은 온대 간데없고 점차 속세에 타락해 가는 내가 있다.
이런 걸 동양에서는 근묵자흑이라 하고 서양에서는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나를 본다고 표현한 거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보면 순수했던 어렸을 때가 좋았다.
작은 것에도 행복했고 희망이 가슴속에서 꿈틀 되던 그런 기억들...
나이를 먹고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명확해지자 더 이상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고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자 저주라고 생각한다.
내가 조금만 멍청했어도 이렇게까지 비판적으로 남을 혹은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을 텐데...
모르는 게 약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결국 끝이 나는 세상을 나는 알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이 있기에 새로운 시작이 있는 것이다.
내 조상들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듯이 역사의 순간에 내가 존재했기에 미래의 내 자손들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슬슬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제는 아이를 가지고 싶다.
되도록이면 많이...
어디 건강하고 가정에 충실한 여자가 나를 원해주면 좋겠는데.
지금의 부족한 나로서는 아직 안되나 보다
앞으로 혹은 언젠가를 위해서 포기하더라도 다시 나를 가꾸기를 노력해 봐야지.
끝이 정해져 있다면 시작도 정해져 있는 거라고 믿는다.
중요한 건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것.
포기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혹시 아는가? 죽더라도 나중에 과학이 발전해서 다시 살려줄지? ㅋㅋ
혹은 질병에 고통받지 않고 늙지 않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