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진실, 그리고 나.

평범하게 살고 싶었지만, 나는 창녀다.

by 서온

2025년, 어느 겨울.


책상 위에는 반쯤 식은 홍차와 노트북이 내 앞에 있다.

그리고 나는 언제까지나 들추지 않겠다고, 이 이야기만은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 시절'의 나를 써보기로 했다.

나만 간직하려 했던, 내 안의 침묵, 페허를 나는 드디어 세상에 던져보기로 했다.


어린 시절에 나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그 평범함을 나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사람도, 계절도, 집도, 내 몸도.


'창녀,계집' 누구도 나를 그렇게 부른 적은 없지만

나는 내 안의 가장 구역질 나는 진실에

이름을 붙이는 데 그 단어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은 지금도

내 문장 속에 살아 있다.


처음 그 방에 들어섰을 때,

나는 스므 살이 채 되지 않았다.

방은 작았고, 창문은 없었으며,

천장은 낮고, 공기는 눅눅하고 차가웠다.

그곳엔 값과 호흡, 침묵과 비명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 한가운데 있었다.


몸을 팔았던 것이 아니라

마음을 버려야만 했던 시간들.

나는 그것을 '생존' 이라 불렀고,

세상은 그것들을 '더러움'이라

불렀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매일,

평범함의 그림자를 뒤쫓는다.

마트에서 오이를 고르거나,

세탁기를 돌리는 일에서조차

나는 생존보다 더 어려운,

살아가는 연습을 한다.



'예~ 공주야! 잠깐 나와바라!"


나는 손님을 받을 준비로 거울 앞에서

화장을 다듬고 있었다.

그때 주인 언니가 나를 불렀다.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주인 언니가 어떤 남자에게 내 소개를 했다.


"여기 예가, 공주야. 이번에 새로 들어왔어. 이제 막 스무 살 됐지.

예쁘지?"


처음 본 남자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마치 정육점 진열장 안 고기를

고르는 듯..

나는 왠지 그 남자를 보면서 어떠한 긴장도, 두려움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덤덤했다.


그러자 그남자가 나와 주인 언니를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오늘부터 일하는 거야?

나 오늘 공주한테 서비스 좀 받고 싶은데, 바로 가능한가?"


"아이고, 아무렴. 우리 김형사님이신데~" 주인 언니는 그 남자의 팔짱을 끼며

추태를 부렸다.

"예 공주야! 특별히 우리 김형사님은 더 큰 방으로 모셔. 저 끝방으로 안내해드려라."


나는 앞장을 섰고, 형사는 내 옆에 붙어 짐승 같은 손으로 내 엉덩이를

더듬었다.


그 순간,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고,

가슴께는 얼음처럼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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