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나.

평범하게 살고 싶었지만, 나는 창녀다.

by 서온

"야, 공주야 나는 한놈 물었다

이제 이 짓도 지긋지긋해 청산하고 싶어

너는 아직 얼굴에 화장 냄새가 안배어서 그렇지,

몇 년만 이 방에서 썩어봐

남자들 자지만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토가 치밀어 올라."


마루에 앉아서 담배를 물고, 한쪽 다리는 구부리고, 한쪽 다리는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그런 언니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는 늘 저런말을 달고 살았다. 남자 하나만 딱 걸려봐라.. 이짓도 이제 끝이다..

언니의 눈은 독기로 가득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과 두려움 투성이였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여기도 지옥이지만,

세상밖도, 남자도, 어딜가나 똑같은 지옥일거라고..

언니에게 이런 말들을 해주고 싶었지만,

나는 침묵으로 답했고, 그런 언니의 말을 가만히 듣고

언니의 표정을 살폈다.


"며칠 전에 내 당골 그 김사장 알지? 술을 진탕 먹고, 나랑 한판 하고 나서

이런말을 하더라?"


'너 내 첩으로 살아라, 돈은 얼마든지 있고, 니 미래 내가 다 책임질게.

니 팔자에 첩도 많이 쳐준거야.'


"이렇게 나한테 말하더라고, 웃기지? 하긴 내 팔자에 첩이라도 어디냐~

그 놈한테 확 시집 가버럴까? 야 공주! 내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보지 말고

말 좀 해봐~"


내가 입을 열려고 하자, 언니는 바로 담배 하나를 더 꺼내서 피우기 시작하며,

그리고 내 말을 가로채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상하지.

내가 그 말 듣고 웃었는데,

그날 밤엔 괜히 눈물이 나더라.

그 인간한테 마음이 흔들려서가 아니고..

그게 내 팔자의 전부인가 싶어서(언니는 허공을 보며 말했고,

잠시 침묵하다 나를 쳐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흠, 재미없는 년.

그래서 니가 좋아."


언니는 자주 손님이 없을때면, 자신과 잤던 남자 손님들에 대해서

욕도 하고, 그 남자들이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들, 있었던 일들을

나한테 보고 하듯이 말하는게 그나마 낙이라고 했다.

언니는 술도 못해, 담배 하나, 나와의 대화, 그게 언니 전부라고 했다.


'전부.. 누군가에게 전부라는 말,

들을 때는 시큰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나한텐 담배 한개비 정도였나.

...엿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 진실,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