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

어느 부부.

by 서온

같은 고등학교, 같은 대학교.

우리는 어쩌면 처음부터 예정된

사이였을지도 몰라.

너가 처음 전학온 그날, 너를 처음 본 순간 알았어.

'아 나는 저 아이와 결혼 하겠구나'


누군가 우리를 '운명' 이라고 말할 수 도 있지만, 우리 사이에

운명이라는 것으로 단정 짓기에는 어떤 특별함이 반감이 되서

싫어. 그건 너무 진부해.

그렇게 우리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그 해 너는 나에게 작은 고백

하나로 우리는 함께 살기 시작했어.


나는 너의 이런 소박함이 좋았어.

같이 손을 잡고, 길을 걷다가 너는 나에게 무심하게 말했지.

"우리 같이 살자,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

어떻게 이런 너의 말을 듣고 나는 거절 할 수 있을까?

거절한다는게 더 이상해.


아파트 7층.

해는 저물어 가고, 우리 부부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tv를 보고 있었다.

"자기야. 나... 그런 적 있었어.. 그냥 누가 나한테, 말 좀 걸어줬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


날은 그 새 저물 었고, 창문에 부딪히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그가 말했다.

"당신 좋아질 거야. 나 있으니까."

그는 언제나 좋아질거다.. 당신 좋아지고 있다..

정말 좋아지고 있는걸까?

괜찮다. 그 의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나는 그이를 믿으니까.




딩동.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부엌에서 그릇을 닦고 있었다.

물은 아직 미지근했고, 거품은 접시 위에

부풀어 있었다.


'누구지?'


문을 열기 전, 인터폰을 눌러봤다.

화면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그래도 낮에

철수 엄마가 김치 담갔다며 오후에

들린다던데, 확인하려고 다시 눌렀지만,

밖은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그때 였다. 전화가 울렸다.

"여... 여보세요?"

"어머니, 민수 장례식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네? 그게 무슨..."

"병원에... 민수 어머니나 아버님이 안오셔서... 지금

민수 시신은 냉동 보관 중이에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무슨 말씀이세요...? 민수는... 여기 있는데요...?

(민수는 자기 방에서 놀고 있는데..?)

나는 수화기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수화기 넘어로,

"어머니 그게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어.. 어머니!!!"



그리고 나는 뒤를 돌아봤고, 남편에게 말했다.

"자기야.. 민수가.. 민수가 죽었데.."

남편은 민수방으로 뛰어갔다.

"그럼 내 눈앞에 있는 저 아들은 누구지?"

그리고 남편은 민수의 두팔을 잡고 흔들었다.

"너 누구야! 누구냐고!!"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팔을 흔든건 민수가 아니라

인형이란 걸 알아챘다.

누구도 숨을 쉬지 않았다.


그는 허공에 소리쳤다.

"민수야!!"

그러다 그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었다..

"아니 우리 민수가..없어.."


그리고 나는 그런 남편을 뒤로 하고 안방

장롱으로 달려갔다.

덜컥, 문을 걸어 잠갔다.


그는 소리 쳤다.

"나와!! 나오라고!!!"

문을 두드렸다. 결국 문은 부서졌고,

그 의 손에는 피가 묻었다.




석양은 내리고, 한강에는 붉은 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나는 정처 없이 걸었다.

나는, 왜 여기에 있지..?


그러자, 어디선가 나타난 무당 같은

여자가 내 눈앞에 섰다.


"관상은 좋네, 근데 결혼하면 운이 막히는 관상이야..

쯧쯧"

그 여자는 혀를 차며, 나를 뒤로하고 사라졌다.


나는 혀를 찻고, 미친여자네.. 하고,

작게 웃었다.


탕탕! 4950번! 면회!



나는 눈을 떴고, 철창 안이였다.

"4950번!! 면회왔다고!!"


나는 경찰관을 따라서 면회실로 걸어가며

물었다.

"그런데 누가 면회를 왔습니까?"


"면회 신청서 보니, 당신 아들이라고 적혀 있던데?"

"네..? 아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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